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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쏟아지는 ‘염전노예 대책’ 지역민들 “글쎄요”

쏟아지는 ‘염전노예 대책’ 지역민들 “글쎄요”
전남경찰청 ‘도서인권보호 특별수사대’ 편성
전남도 “인권보호 협의체 운영” ‘뒷북’ 대책
광주노동청, 도내 김양식장도 실태조사 착수
지역민 “사후약방문 그만…근본대책 세워야”

장애인 등 근로자 3명 가둔 염전업주 부부 입건

 

 

전남지방경찰청은 17일 도서취약지역 염전 근로자 등에 대한 인권침해 사범을 뿌리뽑기 위해 도서인권보호 특별수사대 현판식을 갖고 본격 업무에 들어갔다. /전남경찰청 제공
이른바 ‘염전노예’ 사건이 터진지 11일 지나고 있는 가운데 지금 신안은 온통 쑥대밭으로 변했다. 사건 발생 직후 연일 경찰이 전수조사에 나서고 있지만 조사 일정을 사전에 공지하는 바람에 일부 업자들이 근로자들을 빼돌린 정황이 포착되는가 하면, 사건이 커지자 부랴부랴 전남도에서도 조치를 취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지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무엇보다 해당 사건의 전모가 밝혀진 것이 서울 구로경찰서라는 점에서 지금 전남지방경찰청, 신안군, 전남도까지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상태여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진정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 특별수사대 편성=전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7일 오전 ‘도서인권보호 특별수사대’ 현판식을 개최했다.

이번 특별수사대는 경찰의 전수조사에 대비해 업주들이 사전에 근로자들을 빼돌렸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상황 등을 고려해 섬 지역에 파견, 상주토록 할 방침이다.

수사대는 광역수사대장이 대장을 맡고 광역수사대 2개팀, 12명의 전담 인력으로 편성됐다.

경찰은 섬 지역을 관할하는 7개 경찰서에도 단계적으로 전담팀을 발족해 염전, 양식장의 임금착취 실태 등을 단속하기로 했다.

경찰은 전수조사 후 목포 선창가 주변 여관에 염전 근로자로 북적거린다는 소문이 나도는 상황 등을 고려해 업주들이 근로자를 빼돌린 사례가 추가로 있는지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와 관련, 염전 주변에 근로자들을 가둔 홍모(46)씨 부부를 감금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홍씨 부부는 전면조사가 시작된 지난 10일부터 자신들이 운영하는 신안군 신의면 염전 인근 집에 근로자 3명(장애인 1명 포함)을 가둔 혐의를 받고 있다.

홍씨 부부는 난방이 되지 않는 8㎡ 크기 방에 근로자들을 아침 일찍 데려다 놓고 저녁에 염전 숙소로 데려갔다고 근로자들은 진술했다. 이들은 6개월-1년 가량 이 염전에서 일하면서 임금을 받지 못했으며 평소 폭행을 당하고 방에 있는 동안에는 자물쇠로 문이 잠겨 갇혀 지냈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홍씨 부부는 최초 조사 때 자신들이 운영하는 염전에서 고용한 근로자가 없다고 밝혔으며 감금 등 혐의는 현재까지 부인하고 있다.

◇전남도, 염전 인권보호협의체 운영=전남도 역시 신안군 외딴섬에서 발생한 장애인 근로자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경찰 등 관계기관과 ‘인권보호 협의체’를 운영키로 했다.

전남도는 ‘염전노예’ 사건이 휴대전화 문자(SNS)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신안 천일염의 명예 실추는 물론 지역 이미지 훼손과 지역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고 판단, 이날 긴급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날 긴급 대책회의에는 전남도지사와 영광·신안군수, 전남지방경찰청장, 서해지방경찰청장, 목포고용노동지청장, 목포지방해양항만청장 등이 참석했다.

대책회의 결과, 앞으로 관계기관이 참여한 ‘인권보호 협의체’를 구성하고 지속가능한 지역사회 안전망을 구축키로 했다.

박준영 지사는 이날 회의석상에서 “장애인 근로자 인권유린을 막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며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그동안 전남도가 천일염 산업화에만 주력, 정작 현장 노동자들의 인권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특히 전남도와 지자체, 경찰 등 당국이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장애인 인권침해를 사전에 인지하고 막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날 관계기관 회의를 놓고 사후약방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광주고용노동청도 나섰다.

광주노동청은 오는 27일까지 광역감독팀 8팀 20명을 추가 투입해 기존 염전뿐만 아니라 김 양식장 등에 대해서도 근로실태를 조사한다.

◇지역민 “사후약방문 그만 써라”=그러나 관계기관의 이런 일련의 행동에 대해 지역민과 네티즌들은 냉담하기만 하다. 우선 ‘도서인권보호 특별수사대’ 역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염전노예’ 사태를 언급 안했다면 창설이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당초 전남경찰은 서울 구로서에서 ‘염전노예’ 사건이 터지자마자 전수조사를 벌이겠다며 당당히 조사 일정을 공개했다. 당연히 불법 업주들은 근로자들을 숨겼고 그 소문은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오죽했으면 “경찰이 업주보고 도망가라고 시간을 줬다”는 조롱이 일 정도였다.

전수조사 내용도 문제가 있다. 현재 신안군 신의면에는 233개 업체가 있지만 경찰조사결과 근로자를 고용했다고 밝힌 업체는 95곳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경찰이 예년 같은 기간 상주인원과 비교하려 했지만 예년 실태는 파악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민의 불만은 여전하다.

광주에 거주하는 명용인(41)씨는 “경찰이 나서서 며칠동안 업주 여러명을 붙잡고 학대받는 노동자 20여명을 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도대체 이들이 몇 년간 염전에서 학대받을 동안 경찰은 뭐했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노화연(36)씨도 “사후약방문 그만 쓰고 전 국민이 납득할만한 대책을 내놓아야 하지 않겠냐”며 “같은 지역인 나도 신안염전이라면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데 다른 지역사람들은 오죽하겠냐”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