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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염전 노예’ 빼돌릴 빌미 준 이상한 경찰 수사

염전 노예’ 빼돌릴 빌미 준 이상한 경찰 수사

“단속 예고로 시간 벌어주나” 시민들 분통
“종업원 없다”는 업주 말엔 점검조차 안해
전남경찰, 단속 앞두고 염전 근로자 가둔 부부 입건

2014년 02월 18일(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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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염전 노예’ 〈광주일보 2월 7일 6면〉실태 조사 과정에서 제기됐던 경찰의 ‘부실한 수사 계획’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경찰의 단속 기간(지난 10일∼21일)이 공개되면서 “불시단속을 해도 다 새나가는 판에 미리 예고해서 시간 벌어주냐”는 질책성 글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특히 점검 과정에서도 “종업원이 없다”는 염전 업주의 말만 믿고 1차 점검을 부실하게 벌인 것에 대해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따라서 경찰·고용노동부·전남도 등이 17일 ‘취약지 근로자 인권 보호를 위한 긴급 대책회의’에서 내놓은 인권 감독 방안에 대해서 ‘탁상공론’이 아닌 내실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단속 한다고 해 미리 빼돌렸다”=전남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17일 염전 근로자들을 가둔 혐의(감금 등)로 홍모(46)씨 부부를 입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홍씨 등은 경찰의 ‘염전 근로자들에 대한 인권 실태 점검’이 10일부터 시작된다는 소식을 접한 뒤 신안군 신의도 자신의 염전 인근 집에 장애인을 포함, 근로자 3명을 가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근로자들은 염전에서 일한 6개월∼1년 가량의 임금을 받지 못했으며 일부 근로자는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씨 등은 경찰 단속을 우려, 오전에 근로자들을 다른 곳에 데려다 놓았다가 경찰이 돌아가는 저녁 시간, 염전 숙소로 다시 데려왔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앞서 목포경찰은 지난 10일 ‘염전 노예’ 사건이 알려진 뒤 홈페이지에 ‘2월 10일부터 2월 21일까지 2주간에 걸친 단속 기간’을 공개한 바 있다. 이후 인터넷과 SNS 등에서는 “불법도박장 단속에 날짜 공개하고 하나요?”, “2월 10일 단속할텡게 싸게싸게 처리들하쇼!”, “조용히 단속해도 될까말까할 판에…”라는 누리꾼들의 지적이 봇물을 이루며 ‘시간 벌어주기성’ 단속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단속 기간에 맞춰 ‘근로자 빼돌리기’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종업원 없다고 진술한 염전은 점검 안했다=경찰의 부실한 점검 과정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목포지방고용노동청, 신안군 등과 지난 10일부터 2주간 신의도 등 신안군 일대 13개 섬 855개 염전과 180개 직업 소개소를 대상으로 염전 종사자 인권 침해 사례 점검에 나섰다.

경찰은 그러나 신의도 염전(237개)에 대한 합동 점검 과정에서 업주 말만 믿고 “종업원이 없다”고 신고한 염전 점검을 하지 않았다. 전남청 광역수사대가 적발한 홍씨의 경우 애초 “비수기라 종업원이 없다”고 신고, 1차 점검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신의도 내 237개 염전 중 95곳에서 ‘종업원이 없다”고 신고한 것으로 파악했다. 이 때문에 서류에 의존하는 실태 점검이 아닌, 대규모 인력을 투입한 실태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염전 뿐 아니라, 지리적 여건 등으로 관리·감독이 쉽지 않은 연근해 어선 내 외국인 선원에 대한 인권 침해 점검도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