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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점검-파업 결의…의료대란 현실화되나

이슈 점검-파업 결의…의료대란 현실화되나
입력시간 : 2014. 01.12. 00:00


민영화 저지 야간집회 의료 민영화를 저지하기 위한 야간집회가 지난 11일 오후 광주우체국 앞에서 민주노총광주본부 주최로 열렸다. 이날 참가자들이 의료민영화 저지와 정권퇴진 등을 촉구하고 있다.임정옥기자
"환자 진료비 폭등 반대" 조건부 파업 예고

원격의료·법인 자회사 설립 '사실상 의료민영화' 주장

의료법 개정안 국무회의 상정 중단 촉구 '파업 불확실'

대한의사협회는 12일 정부가 추진 중인 원격진료와 영리법인 추진을 반대하고 왜곡된 건강보험제도의 근본 개혁을 원한다며 오는 3월3일 조건부 파업을 결의했다.

의사협회는 원격진료가 지난 2000년 의약분업보다 더 큰 문제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정책 반발

정부가 도서지역 주민이나 거동이 불편한 만성질환자를 중심으로 원격의료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의료계는 의료의 질이 저하되고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의협은 원격의료가 '핸드폰 의료'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라며 의사의 오진 가능성을 높여 국민 건강권을 크게 해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가까운 병원 대신 원격진료 시설이 갖춰진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게 되면 결국 동네 의원은 모두 고사하게 된다고 목소리 높인다.

의사협회는 또 정부가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의 핵심사항으로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을 통한 영리사업 허용을 내세우자 사실상 의료민영화라며 크게 반발했다.

의료법인이 자회사를 설립해 부대사업을 하는 것은 영리자본의 병원 개입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고 영리병원 설립으로 가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할 정책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들은 의료법인의 의료기기, 의약품·건강식품 관련 자회사가 의료법인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익을 만들어낼 것이고 이는 환자의 의료비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조건부 파업 이유

대한의사협회는 총파업 강행에서 조건부 파업으로 한발 물러섰다.

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총파업의 시작일을 3월3일로 하되 정부 입장 변화에 따라 유보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의협 대표급 500여명은 11일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1시께 서울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열고 마라톤 회의끝에 이 같이 결정했다.

그러면서 "원격의료법 개정안과 투자활성화대책 등 영리병원 추진을 반대하며 낮은 의료수가(의료서비스에 대해 건강보험이 지급하는 대가) 등 건강보험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번에 한달 반이라는 유예 기간을 두고 의료계의 요구를 협의하기 위해 새로운 협의체 구성을 정부측에 제안하기로 입장을 선회했다.

파업 예정일까지 한달 보름여동안 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 원격의료 도입 관련 의료법 개정안(작년 10월 입법예고·12월 수정) 국무회의 상정 중단 ▲ 투자활성화 대책에 포함된 의료법인 자법인 허용 등 수정·철회 ▲ 저수가 등 건강보험 구조적 문제 논의 등의 요구 사항에 진척이 있으면 실제로는 파업에 들어가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이다.

최종 파업 실행 여부는 정부와의 협의 결과 뿐 아니라 의협 내부적으로도 전체 회원의 투표 결과를 지켜봐야한다. 모바일이나 우편을 통해 9만5천여 전체 회원의 의사를 물어 동의가 적어도 절반은 넘어야 파업이 가능하다.

파업 유보 여부 결정, 회원 전체 파업 투표 일정 등은 차후 모두 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결정하게 된다.

이에 2000년 의약 분업 사태처럼 대형병원 의사들도 파업에 동참하는 의료대란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 파업 실행 미지수

이처럼 14년만의 대규모 의료 파업이 실행에 옮겨지기까지는 일정과 절차상 아직 변수와 불확실한 요소들이 많다.

개원의·봉직의·전공의 등 가릴 것 없이 회원들이 한 목소리로 파업을 원할 정도로 보건의료 정책에 대한 불만이 절정에 달했다는 게 의협 집행부 등의 주장이다.

그러나 현재 의협이 내건 파업 명분이나 의협 회원 구성 등으로 미뤄 실제 회원들의 적극적 파업 참여는 물론 그에 앞서 파업 승인 투표 통과조차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재 9만여 의협 회원 가운데 3분의 1은 직접 의원 등을 경영하는 개원의, 또 다른 3분의 1은 병원·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 등에 고용돼 월급을 받는 의사(봉직의)들이다.

하지만 의협이 또 다른 주요 파업 이유로 거론하는 원격진료와 의료법인의 영리 자법인 설립은 의사들 사이에서도 입장과 견해가 엇갈리는 부분이다.

대체로 개원의에게 원격진료와 의료법인 관련 규제 완화는 혜택이 없거나 오히려 불리한 변화이다.

일단 지금은 의원급으로 원격진료 가능 기관을 제한하고 있지만, 점차 규제가 풀리면 결국 원격진료 시설 투자 여력이 충분하고 장기 관리가 필요한 수술 건이 많은 대형 병원들에 더 환자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종합병원 등 대형 병원 소속 의사들로서는 '대면 진료' 등의 원칙적 명분만 아니라면 딱히 반대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의료기관의 영리 자법인 설립도 병원 소속 의사들로서는 기회가 늘어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법인의 수익이 모법인인 의료기관으로 더해지면 소속 의료진의 처우가 개선될 수도 있고, 자법인의 부대사업으로서 의료 신기술 연구·개발(R&D)이 활발해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파업이 확정되더라도, 2000년 의약 분업 사태 당시처럼 의사들 대부분이 청진기와 메스를 놓는 이른바 대규모 '의료대란'으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선정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