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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농수로 썩은 물 졸졸…"침출수 아닐까" 우려

농수로 썩은 물 졸졸…"침출수 아닐까" 우려
AI매몰지 현장을 가다
'관리 해지' 앞둔 나주시 세지면
입력시간 : 2014. 01.13. 00:00


 

전남지역 도내 111곳의 AI매몰지가 3년 관리기관 만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12일 나주 세지의 한 매몰지가 관리소홀로 방수천과 비닐 등이 찢겨져 있다. 배현태 기자 htbae@jnilbo.com
2011년 323만 마리 매몰
침출수ㆍ지하수 오염 불안

매몰지관리 안된 채 방치
곳곳에 건축 폐기물 수북
관리지침 지킨 흔적 없어

道 예산 고작 1억원 편성
사후관리 의지부족 빈축



지난 2011년 AI발병으로 닭ㆍ오리 323만 마리를 땅에 묻었던 매몰지에 대해 관리해지가 이뤄지고 있다. 관리해지로 지자체의 모니터링 등의 관리가 종료되며 매몰지를 철거해도 법적으로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끊임없이 제기됐던 침출수 발생과 지하수 오염 등으로 매몰지역 주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2003년 이후 무려 3차례나 'AI'를 경험한 바 있는 전남도와 일선 지자체가 매몰지 매뉴얼에 따라 사후관리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매몰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다.


●침출수 유출 등 관리지침 '엉망'

12일 오전 11만1700 마리를 파묻은 나주시 세지면 죽동리 한 오리농가의 매몰지. 3년 전 AI 광풍을 피하지 못했던 농장은 텅 빈 채 적막감만 흘렀다. 이곳은 대량 살처분이 이뤄졌던 만큼 300~400여평 규모의 오리 사육 하우스 10여동이 밀집된 대규모 단지였다.

매몰지는 오리단지 중앙에 트랙터 등이 다니는 길가에 자리하고 있었다. 죽은 잡풀 사이로 매몰지를 알리는 경고 표시판과 함께 3~4개의 가스배출관이 시야에 들어왔다. 빗물 유입 등을 막기 위해 덮여있던 비닐은 맨홀 크기만 한 구멍이 듬성듬성 뚫려있었고 한쪽에는 누군가 몰래 버린 건축 폐기물들이 쌓여 있었다.

어찌된 일인지 매몰지가 붙어있는 농장에서 유일하게 오리 사육이 이뤄지고 있었다. 1만6000마리 규모의 제법 많은 개체였다. 외지에서 온 듯한 농장 관리인은 "저기가 매몰지인지 그동안 몰랐다. 어쩐지 군에서 가끔 뭘 조사하려 왔던 것으로 기억난다"고 말했다. AI매몰 이후 농장 관리인이 3차례 바뀌면서 주변 사정을 잘 모르는 듯 했다.

하지만 매몰지 옆으로 흐르는 수로에는 오리 사체가 섞인 썩은 듯한 물이 농수로를 타고 계속 흘러나가고 있었다. 농수로를 살펴보니 인근 만봉천을 거쳐 영산강으로 유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곳은 3년이 지난 후에도 침출수 유출이 의심되는 곳으로 조사됐다. 그동안 침출수가 인근 강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매몰지 관리 지침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음을 어림짐작 할 수 있었다.

농장 관리인은 "매몰지와 불과 5m도 안 되는 지점에서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도 꺼냈다. 그는 "퍼 올린 지하수로 오리를 사육하고 있다. 농장까지 상수도 보급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만약 3년째 이곳 매몰지에서 발생한 침출수가 섞인 지하수에 노출된 오리들이 시중에 유통됐다면 해당지자체의 AI매몰지 사후관리에 허점을 드러낸 셈이다.

 


●사후관리 허점…예산 고작 1억

전남은 지난 2003년 이후 3차례나 AI를 경험한 바 있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후관리가 잘 이뤄질 것으로 여겨졌지만 여전히 허점 투성이었다.

전남도내에서는 지난 2003년 나주에서 고병원성 AI가 1곳에서 발병해 22만 마리가 폐사해 19억 원의 손해를 봤다. 이후 2008년에는 고병원성 AI로 74만 마리를 매몰 처분했고 69억 원의 피해를 입혔다.

2011년은 최악이었다. 156개 농가에서 무려 323만 마리가 매몰 처분됐다.

이후 전남도와 일선 지자체는 AI방역이 더욱 견고해졌다. 전남도는 지난 해 부터 AI 확산 우려가 있어 전담반을 구성하는 등 총력전을 펴고 있다.

도는 이에 따라 도 축산정책과장을 팀장으로 시군 및 관련 기관, 생산자 단체, 협회장 등으로 전담반을 구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오는 5월까지 닭과 오리 사육농가가 많은 나주, 영암, 해남, 함평군 등 현장 중심으로 매월 AI 차단방역 실태를 집중 점검한다. 이런 노력으로 3년 가까이 'AI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AI차단 시스템은 갖췄지만 매몰지에 대한 사후관리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2011년 당초 AI 발병에 정신없이 파묻으면서 111곳의 매몰지 가운데 관측정을 44곳만 설치했다. 나머지 66곳은 침출수 유출여부를 확인도 어려운 상황이다.

2008년에는 AI매몰지가 관리기간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농로, 경작 등의 다른 용도로 이용되는 사례도 있었다.

전남도의 사후관리 의지도 부족했다. 도가 사후관리를 위해 편성한 예산도 고작 1억원에 불과했다.

이번 사업비는 매몰지 가스관 제고, 평탄화 작업, 관측정 폐공 등 대부분 매몰지 철거비용에 치우치면서 아직 존재하고 있는 침출수 등 오염요소 제거 등에 대한 비용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