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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시각장애인 위한 '흰 지팡이의 날' 34회째 맞지만

시각장애인 위한 '흰 지팡이의 날' 34회째 맞지만
입력시간 : 2013. 10.22. 00:00


 

21일 광주 남구 사동에 위치한 한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시각장애 1급 이모씨가 자신의 집으로 가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했지만 교통안내 시설 등이 미흡해 버스를 타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전히 외출하기 두렵다"

승차할 버스 확인도 안돼 이용 불편

볼라드 등 장애물에 걷기도 힘들어

"백화점·대형마트 혼자갈 수 없는 곳"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장비 확충을 해마다 호소하지만, 크게 나아진 것이 없어요. 그래서 눈을 잃은 지 16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렵고 무섭습니다."

광주시와 일선 지자체 등이 추진중인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각종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시설 부족에 따라 밖에 나가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 승차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물론 인도를 걸으면서 주차방지를 위해 설치된 볼라드에 다치는 일도 수 없이 발생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21일 광주 남구 사동에 위치한 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만난 1급 시각장애인 이모(66)씨는 "각종 제도적인 장치와 장비 등의 부족으로 시각장애인들이 밖을 돌아 다니기에는 아직 무서운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광주 서구 치평동에 거주하고 있는 이씨는 연합회 사무실을 자주 찾고 있는데 대다수는 이동약자편의를 위한 차량이나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버스를 이용하고는 싶지만 자신이 타야할 버스를 확인하기도 어려운데다 장애인들이 조금만 늦게 움직이면 버스가 바로 출발하기 때문이다.

광주시에서 현재 설치된 교통정보 안내판에 대해 음성기능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진척이 없는 실정이다고 이씨는 설명했다.

광주시가 일부 버스정류장에 점자 안내판을 설치할 예정이라는 이야기에 이씨는 "버스 정류장에 버스가 몇번이 오는 것인지는 당연하게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승차를 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이씨는 시력을 상실한지 16년이 됐지만 여전히 버스를 타지 않고 택시나 협회의 차량 등을 이용하고 있다.

버스를 타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걸어서 이동할 때다.

예산문제 등으로 점자블록 등의 설치가 어려운 것은 이해하겠다는 이씨는 볼라드 등 장애물로 인해 넘어지는 경우가 수 차례였고, 무릎과 정강이 등을 다친 적도 한두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점자블록을 기준으로 30㎝ 이상 떨어진 곳에 볼라드를 설치해야 하지만 일부 볼라드는 점자블록에 설치, 장애인들이 다치기 쉽다는 것이다.

이씨는 "이 다리에만 볼라드 등 장애물로 넘어지거나 부딪힌 상처가 5곳이 넘는다"며 "볼라드 설치도 각 행정기관에 따라 설치가 위법이 되기도 하고, 합법이 되기도 해 다치면서도 무조건 볼라드 등을 제거해 달라고 할 수도 없는 실정에 속이 상한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횡단보도 인근 교통신호기에 설치된 음성유도기도 작동이 안되는 것도 많아 시각장애인들이 다니기에 위험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에는 점자블록이나 점자촉지도 등의 설치가 미비해 시각장애인들이 혼자서는 해당 가게로 찾아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씨는 "일반 도로뿐만 아니라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도 혼자 갈 수 없는 곳"이라며 "점자블록과 점자촉지도 등의 설치가 미비한데 어떻게 혼자 찾아갈 수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씨의 마지막 하소연이다

"시각장애인들의 입장에서 정책을 세워야 한다. 흰 지팡이의 날 행사때만 반짝 경험해보고 '어렵다,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지 말고 실질적으로 시각장애인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전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