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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지적장애인극단의 ‘아버지’ 노성태 씨

지적장애인극단의 ‘아버지’ 노성태 씨
“연극 통해 장애인들의 소통 돕고 싶었다”
“더 큰 무대에서 유료공연 하는 날 꿈 꿔”
강경남 kkn@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3-10-02 16:50:11
 

 

▲ 노성태 씨.

“장애인들이 문화 활동을 통해 더 친숙하게 사회에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죠.”

2일 지적장애인극단 ‘제법’이 공연을 진행하는 동안 작은 카메라를 들고 배우들과 관람객들의 모습 등을 영상에 담고 있는 이가 있었다. 노성태 씨다.

그는 ‘제법’이 탄생해 공연을 하기까지 누구보다 많은 열정을 쏟아부었던 사람이다. 그가 지적장애인들을 위해 발벗고 나선 것은 그의 자녀 역시 특수어린이집에 다니는 장애아기 때문이다.

“지적장애인들이 좀더 세상과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던 그와 광주광역시지적장애인복지협회가 ‘제법’을 만들게 된 것은 “역할극을 통해 장애인들이 타인의 삶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이해하는 걸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실 그 역시 과거에 연극을 했던 경험이 있다. 때문에 ‘제법’이 지난 6개월 동안 연습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신경쓰고 도움을 줄 수 있었다.

“제 딸 아이도 장애가 있다보니 대화를 잘 못해요. 그런데 이 친구들(‘제법’극단 소속 장애인들)을 보니까 소리 내서 책을 읽는 거에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연극이란 장르를 통해 관객, 세상에게 말을 걸고, 이게 일상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광주도 마찬가지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발달장애인들로 구성된 극단은 매우 드물다고. 특히 1~2급 발달장애인의 경우 말이 서툴어 제때 제때 대사를 수행하기가 어려운 점이 많다.

‘제법’의 연습과정에서도 이는 여실히 나타났지만, 이는 중요치 않았다. 이들의 목표는 무대에 올라 연기를 펼치는 것이었기 때문. 무대에서 직접 대사를 하기 어렵다면 미리 녹음하는 방법이 있었다.

“말이 잘 안되기 때문에 무대에서 직접 대사를 하는 것은 어렵겠더라구요. 그래서 사전에 더빙을 해서 무대에서 립싱크하는 형태로 하게 된 거죠.”

노 씨와 ‘제법’은 남구에 있는 광주광역시지적장애인복지협회 사무실과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 야외극장에서 주로 연습을 했다.

그동안 많은 시련이 있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적은 ‘여자 주인공’의 도중 하차다. “여자 주인공을 맡기로 한 친구가 있었는데, 도중에 이사를 가버렸어요. 그래서 같이 못하게 됐죠. 주인공이 전체를 끌고 가야 하는데, 연습 기간은 얼마 없고 참 난감했죠. 그래서 할 수 없이 주인공은 조연출을 맡았던 분이 하게 됐어요.”

많은 어려움은 있었지만, 연습 기간 장애인들은 극단 모임을 가장 기다렸을만큼 즐거워했다고. “아무래도 이렇게 많은 친구들이 함께 뭔갈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거든요. 정말 연극하면서 재밌어 하더라구요.”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어 첫 공연을 마치고 난 뒤 노 씨의 표정은 그 누구보다 행복해보였다. “진짜 이게 도전이죠. 이렇게 할 수 있다고 누가 생각했겠어요. 모두 정말 잘했고, 자랑스럽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제법’과 함께 많은 공연을 함께 할 예정이다. 이번 창단공연과 준비 과정을 담은 영상은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에 출품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끝으로 그는 ‘제법’의 모습을 보고 다른 장애인들도 연극을 비롯한 다양한 활동에 도전하길 바랐다.

“오늘 공연 보고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함께 할 친구들이 많아지면 더 멋진 공연을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제법’이 정말 많이 성장해서 전국을 돌면서 사람들이 돈 내고 보는 유료 공연을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