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주,전남 지역소식

상생 커녕 지역상권 위협하는 농협

상생 커녕 지역상권 위협하는 농협
도시 동네 상권 파괴 앞장 선 하나로마트
농촌 5일장 상인들 옭아매는 파머스마켓
"대기업 마트는 의무휴업이라도 하는데…"
입력시간 : 2013. 08.27. 00:00


농업협동조합의 하나로마트가 도시의 소상공인과 농촌의 재래시장을 위협하는 대기업 유통회사의 대형마트와 비슷한 운영방침을 펼치면서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농민을 위해 생산과 유통·소비에 주력해야 할 농협이 상생의 노력은 외면한 채 나주 남평 등 5일장 인근에 마트를 운영하면서 오히려 시골상인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데다 광주에서는 동네 상권을 파괴하고 상권 독점 우려에 주민들이 대책위까지 구성해 반대투쟁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상인들 사이에서는 대기업 마트는 그나마 상생협력을 위해 의무휴업이라도 지키지만 농협 하나로마트는 이런 규제에서도 제외돼 특혜를 누리면서 농민과 지역민들을 벼랑끝으로 내모는 '뻔뻔한 농협'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 존폐 기로에 선 지역 상인들

"농협 마트가 이전하면 인근 상인들은 다 죽습니다. 농협은 지역 상인들과의 상생에 전혀 관심없고 오로지 영업에만 신경쓰고 있습니다."

광주 동구 학동시장 인근 상인들이 농협 하나로마트의 이전을 반대하고 나섰다.

현재 재개발이 진행 중인 학동 3구역에 위치한 농협 하나로마트가 임시적으로 학동 4구역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하나로마트가 이전할 장소에서 직선거리로 10m도 안된 곳에 34명의 동네 상인들이 입주한 '중도프라자'가 영업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적인 유통망을 갖춘 하나로마트가 입점할 경우 상권이 겹쳐 지역 상권 붕괴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게 상인들의 주장이다.

상인들은 '학동시장상권보호 주민대책위원회(주민대책위)'를 꾸리고 26일 오후 농협 하나로마트의 상권 독식 시도에 반발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현재 학동시장 상가는 학동3구역 재개발 확정으로 상권 자체가 절반으로 축소돼 열악한 실정이다"며 "농협 하나로마트가 4구역으로 이전한다면 절반으로 축소된 상권을 농협마트가 독식해 영세 상인들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농협은 3구역에서 거액의 보상을 받았고 4구역 역시 재개발 지역이어서 또다시 보상금을 지급받으려는 부도덕적인 행동까지 하려고 한다"며 "다른 대형마트는 상생을 위해 의무휴업이라도 하지만 하나로마트는 휴업에서 제외돼 상생을 외면하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 재래시장 죽이는 농협 마트

"농민을 위해야 할 농협이 대형마트를 세우면서 농민들과 영세상인들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농협이 더 이상 농민을 위한 곳이 아닌 것 같아요."

1일과 6일 단위로 5일장이 열린 나주 남평 재래시장. 장이 열린 이날 남평장의 한 상인은 "농협이 운영하는 대형마켓의 영향으로 5일장 상인들이 갈수록 영세해지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영산포풍물시장, 성북장과 함께 나주의 3대 5일장이었던 남평장은 13년 전 농협의 파머스마켓에 들어서면서 쇠락을 거듭한 채 말뿐인 장터로 전락했다.

고추를 팔러 나오는 김모(67)씨는 "예전에는 손님들이 훨씬 많았지만 지금은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며 "파머스마켓이 생긴 이후로 손님이 뚝 떨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최모(48·여)씨는 "더 말해서 무엇하겠느냐. 애써 물건 떼와도 사려는 사람 없으니 더운 날에 힘이 빠진다"며 "그래도 단골 손님이 있어 야채를 팔며 겨우 생활만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과 인근 상인들의 얘기대로라면 파머스마켓과 전통시장의 상생발전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연출(65) 남평5일장 상인회장은 "파머스마켓으로 인해 시장규모가 60~70%로 축소됐다"며 "장날이면 파머스마켓에서 이벤트 행사로 맞불 영업을 하니 영세한 상인들의 피해는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농협이 전통시장과의 발전을 위해 상생기금을 내야하고 장날만큼은 꼭 휴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공섭 남평농협 조합장은 "파머스마켓으로 지역주민들이 좀 더 편리하게 물건을 구매하게 됐다는 의견이 있고, 남평으로 인구유입효과도 커 파머스마켓 운영은 지역경제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며 "또 상인들이 농협 고객이나 다름없어 영농지원 등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여러 방편으로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선정태·박건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