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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애타는 이산가족 “우리 차례 오긴 오나”

애타는 이산가족 “우리 차례 오긴 오나”
기다리는 사람 7만여명·상봉은 100명
30여년동안 12만명 중 2만여명만 만나


입력날짜 : 2013. 08.27. 00:00

 

26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이산가족찾기 신청 접수창구가 1차 후보자 명단 확인과 신청자들로 분주하다. 현재 한적은 1차 상봉 후보자 500명에게 전화를 걸어 상봉의사 확인과 건강상태를 문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남북은 최종 상봉대상자 100명을 선정해 다음 달 16일 이산가족 상봉 최종명단을 교환할 예정이다./연합뉴스
남·북간 이산가족 방문의 길이 다시 열렸지만 환호보다는 한숨이 더 깊다. 기다리는 사람에 비해 만나는 사람의 숫자가 극히 미미하기 때문이다. 이 탓인지 일부 이산가족들은 “지금 만나지 않으면 죽어서 만날지도 모른다”며 연일 대한적십자사 문을 두들기는 모습도 눈에 띈다.

26일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다음달 25일부터 30일까지 금강산에서 개최되는 이산가족 상봉행사 1차 후보자 500명을 지난 24일 추첨·발표했다. 신청자는 무려 7만여명이었다. 거의 복권 당첨수준인 셈이다. 그러나 500명 중에서 100명만이 가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에 뽑힌 사람들도 여전히 좌불안석이다.

물론 남북은 이번 추석 상봉이외에도 11월 안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한 차례 더 진행하는데 공감한 상태며 또 이와는 별도로 ‘화상 상봉’도 10월22일부터 23일까지 갖기로 했다. 기회를 더 주겠다는 말이다.

문제는 상봉 숫자다. 지금까지의 전례로 볼 때 11월 이산가족 상봉도 100명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화상상봉의 경우 쌍방 40가족에 불과하다.

반면 지원자 수는 어마어마하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지난 1988년부터 현재까지 이산가족으로 등록된 사람은 12만8천824명이다. 이중 7만2천882명이 생존하고 있으며 나머지 5만5천960명은 안타깝게도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사망했다.

그 동안 정부 주도로 한번이라도 상봉을 한 가족은 지난 1985년부터 2012년까지 방남상봉 2천700명, 방북상봉 1만5천443명, 화상상봉은 3천748명이다. 모두 합치면 2만1천891명이다. 30여년동안 전체 1/10만이 가족을 만났던 것이다.

광주·전남 지역의 경우 광주에서 살고 있는 이산가족은 656명으로 전체의 0.9%이며 전남은 1천6명으로 전체 1.4%에 달한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있다보니 이번 상봉에서도 탈락자들이 상당수다.

실제로 이번 1차 신청에서 떨어진 하춘일(89·광산구 월계동)옹은 “내 고향은 황해도 당현군이다. 지난 1951년 1·4후퇴때 20살 나이로 부모·형제를 남겨두고 혈혈단신으로 남한에 내려왔다”며 “생전에 내 고향땅을 밟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번 이산가족 상봉 1차 추첨에서 떨어져 할 말이 없고 기력도 없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 관계자는 “이산가족은 중앙에서 하는 일이라 지방에서는 큰 도움이 못돼 죄송한 마음”이라면서 “대부분의 이산가족 신청자가 80-90대의 노령임을 생각한다면 상봉자 수를 지금의 10배로 늘려도 부족한데 너무 적은 인원만이 선정돼서 대부분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