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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민원글 올린 과학실무사 표적감사 당해

“민원글 올린 과학실무사 표적감사 당해”
여성노조, 광주교육청 홈피 게재 노조원 불이익 당했다
“글 쓴 과학실무사들 위압감 느껴…엄연한 노조 탄압”
강경남 kkn@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3-07-20 12:49:57
 

 

▲ 지난주 광주시교육청앞에서 펼쳐진 과학실무사 처우개선 요구 집회. <광주드림 자료사진>

광산구 ㅅ초에서 일하는 과학실무사 A 씨는 최근 시교육청 홈페이지 ‘교육감이 바란다’에 위험수당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가 난처한 상황을 겪었다.

지난 18일 시교육청 관계자들이 사전 통보도 없이 학교를 찾아와 ‘안전점검’을 이유로 화학약품 관리 대장, 근무일지 등을 샅샅이 살피더니 급기야 A 씨가 올린 민원글을 프린트해 학교 교감에게 보여준 것.

이후 A 씨는 교감에게 불려가 “왜 글을 올려서 학교에 문제를 일으키냐”는 꾸중을 들어야 했다.

과학실무사들의 처우 개선 요구에 광주시교육청이 또다시 비상식적인 대처로 빈축을 사고 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광주·전남지부(이하 여성노조)는 19일 광주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갖고 “과학실무사 위험수당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고 학교를 방문해 위압감을 조성한 광주시교육청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여성노조는 “학교비정규직 과학실무사 위험수당 및 영재학급 업무수당을 요구하며 지난 10일부터 지속적인 집회를 진행하고 있지만, 시교육청은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면서 “이에 지난 15일부터 시교육청 홈페이지 ‘교육감이 바란다’에 노조 소속 과학실무사 20여 명이 과학실무사의 힘든 상황을 장휘국 교육감에게 알리고자 글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자 18일 시교육청 과학실무사 담당 부서를 비롯한 지원청 장학사들이 글을 올린 과학실무사들이 일하고 있는 학교 2곳을 대상으로 사전 통보도 없이 ‘안전점검’을 이유로 현장방문을 실시했다”며 “이후 여성노조가 항의하자 그때서야 시교육청은 글을 올렸던 과학실무사들이 있는 학교 4곳을 추가로 점검한다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특히, 여성노조는 “시교육청이 이번 학교방문을 통해 위압감을 조성하는 사례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불시 점검을 받은 광산구 한 초등학교의 과학실무사는 “찾아온 장학사들은 과학실험 교육과정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것저것 꼬투리 잡기에 급급했다”며 “장학사들이 학교에 있는 내내 ‘안전점검’이라기보다 감사를 당하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광산구 ㅅ초교의 과학실무사 A 씨는 “학교를 찾아온 시교육청 장학사들이 민원글을 인쇄해 교감에게 보여줘 정말 불편한 상황을 겪었다”며 “이때 시교육청 장학사들에게 ‘왜 민원인의 익명성을 보장해주지 않냐. 이럴려고 학교를 온 것이냐’고 따졌으나, 그들은 ‘실수로 잠깐 책상에 놔둔건데 교감이 본 것이다’는 어이없는 핑계를 댔다”고 말했다.

여성노조에 따르면, 19일에도 민원글을 올린 과학실무사들이 일하는 학교 2곳을 대상으로 현장방문을 실시한 시교육청은 2곳 더 현장조사를 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여성노조는 “안전점검을 가장한 표적감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성노조는 “지난달 과학실 화재사건으로 시교육청은 이미 전체적인 안전점검을 마친 상태다”며 “정말 이번 현장방문이 안전점검을 위한 거라면, 역시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해야 함에도 시교육청은 민원글을 올린 과학실무사 6명만을 샘플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조사 대상이 된 이들 6명은 여성노조에서 간부격으로 활동하고 있다”며 “안전점검이라는 시교육청의 이번 현장조사에는 노조 활동을 탄압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주장했다.

여성노조의 한 관계자는 “무엇보다 ‘교육감이 바란다’는 소통을 위한 공간이고, 글을 올린 사람들도 한 명의 광주시민, 교육 관련 종사자로써 정당한 요구를 한 것뿐이다”며 “지난번에 제출한 의견서에 대해 아직도 답이 없는 시교육청이 민원글에 또다시 보복성이 짙은 대처를 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개인 민원으로 판단하고, 사실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방문을 실시한 것이지 표적 감사는 아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