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폭탄 맞은 배수로 없는 나주 혁신도시 인근 농경지 |
입력시간 : 2013. 07.09. 00:00 |
국비 없어 배수로 공사 지연…"수년 농사 망쳐" 농민들 한숨만
"배수로를 만들다 말아서 우리가 물폭탄 피해를 입고 있어요. 비가 20~30㎜만 내려도 혁신도시에서 흘러온 물로 다 잠깁니다. 고추밭은 다 썩어가는데 앞으로 우린 어쩐다요."
8일 나주시 산포면 매성리의 농로에서 김호기(58) 씨는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와 농경지를 경계 짓는 거대한 뚝 옆에 뚫린 배수관 공사 중단 현장을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혁신도시 북측지역 물을 배수하는 관 앞에는 굴착기 한대가 모래주머니를 쌓다 말고 멈춰 서 있었고 그 앞에는 배수로에서 흘러나온 토사로 벼가 이제 갓 10㎝가량 자란 논이 휩쓸려 엉망이 돼 있었다.
배수로의 물길은 마을을 휘감고 돌다 배수로와 100여m 떨어져 있는 고추 비닐하우스를 덮쳤다.
며칠 있으면 수확을 시작해 10월께까지 빨갛게 익은 고추를 딸 수 있지만 구정물에 잠긴 고추밭은 이미 조금씩 썩어가고 있었다.
김씨는 "그나마 남아 있는 고추를 물로 씻으며 수습해 보지만 흙탕물이 땅까지 버려놔 수년 동안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됐다"고 한탄했다.
인근 주민들은 "원래 인근 마을은 수해와 거리가 먼 지역이었다"며 "그러나 혁신도시가 생기면서 빗물을 빼는 배수관이 생겼지만, 하천으로 이어지지 않고 마을 옆 농경지에서 공사가 중단돼 비만 오면 물에 잠긴다"고 주장했다.
전남도와 광주도시공사 측에 따르면 이곳은 혁신도시와 국도 1호선을 연결하는 도로가 들어설 자리인데 국비를 확보하지 못해 배수로 공사를 완료하지 못했다.
이 처럼 배수관이 하천으로 이어지지 않고 마을 옆 농경지에 침수피해가 이어지자 마을 주민들은 "국비가 없다는 핑계로 공사가 중단되면서 결국 여름 장마에 주민들만 골탕을 당한 꼴"이라고 전남도 등 관련기관을 원망했다.
김호기 씨는 "혁신도의 물이 이곳으로 대부분 빠져나가 작은 농수로에 수백 톤의 빗물이 쏟아지게 생겼다"며 "도시공사 관계자도 오늘 현장을 보고 생각보다 심각해 혀를 내두르고 갔다"고 말했다. 나주=김진석기자
'광주,전남 지역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남대병원 문제 해결에 웬 국정원? (0) | 2013.07.09 |
---|---|
자연재해 보상 '찔끔'… 천일염 생산자 '울상' (0) | 2013.07.09 |
광주 교장단 공짜 연수 파장 확산 (0) | 2013.07.09 |
전일빌딩 임차인 VS 도시공사 (0) | 2013.07.09 |
주요 현안 ‘여론조사 제도화’ 논란 (0) | 2013.07.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