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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출혈경쟁 변호사 ‘법보다 밥’

출혈경쟁 변호사 ‘법보다 밥’
선임료 할인 ‘박리다매’ … 재판준비 소홀·서비스 질 하락
광주 330명 활동 양극화 심각

2013년 06월 21일(금) 00:00

 

 

지난달 광주의 한 변호사는 사건 의뢰를 받고 선임료로 500만원을 책정했다. 이 의뢰인은 “비싸다”며 다른 변호사를 찾아가 250만원에 사건을 맡겼다. 하지만, 이 변호사는 재판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실망한 의뢰인은 다시 처음 문의했던 변호사를 찾아와 부탁했다.

“○○○변호사 연락 좀 해보세요.” 20일 오전 광주지방법원 한 민사법정에서 시간이 돼도 변호인석이 비어있자 재판장이 직원에게 지시했다. 직원의 핸드폰에는 지역 변호사들에게 보내는 문자가 가득 저장돼 있었다. 이 재판장은 또 한 변호사에게 “이제는 재판기일 변경 좀 그만 해주세요”라며 “경기도 김포가 집인 피고 측이 내려오기도 힘들고, 저도 힘들어요”라고 부탁했다.



지난 10여 년간 지역 변호사 업계 선임료의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330만원이 깨졌다. 부가가치세를 할인해주는 것은 물론 200만원대 선임료를 받고도 일하겠다는 변호사도 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선임료 하락으로 인해 변호사들의 무분별한 재판기일 변경 요청, 미흡한 재판 준비 등의 사례도 빈발하는 등 부작용이 부각되고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20일 광주지방변호사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지역 변호사 수는 330명으로, 지난 2011년 말 276명에 비해 54명이 늘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진입하면서 업계가 ‘무한경쟁’ 체제에 들어간 것이다. 사건 선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계가 양극화, 유명 변호사들은 선임료를 인상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경우 선임료를 할인하면서까지 ‘고객 찾기’에 나서고 있다.

한 변호사는 “박리다매로 일할 수밖에 없는 일부 변호사들이 선임료를 낮추고 있는데, 도저히 성실하게 재판을 준비할 수 없는 액수”라며 “말릴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결국 이 같은 출혈경쟁의 피해는 법률고객에게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판사들도 최근 변호사들의 잦은 기일 변경 요청, 법률에 기반하지 못한 준비서면 등에 불만을 토로했다. 재판 기일이 자주 연기되면서 해당 판사의 업무량이 계속 쌓이고, 상대방 역시 불편한 법정 출석을 계속해야하기 때문이다.

광주지법 한 판사는 “수임료가 적은 소액사건일수록 기일 변경도 잦고, 변호사가 아닌 사무장이 작성한 것 같은 준비서면이 제출된다”며 “가끔 변호사가 사건에 대해 자세히 모르고 재판에 임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