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3인 “인권 침해”…사측은 징계위원회로 맞서
“머리 때리고, 임금 체불 빈번… 다른 데서 일하게 해달라”
사업주 측 “인권침해 없었다…오히려 우리가 피해자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지 2일 됐는데, 사장이 손에 들고 있던 막대기로 머리를 툭툭 치면서 소리를 질렀어요.” 같은 제조공장에 일하는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3명이 작업 현장에서 일어난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 임금체불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정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일하고 싶다”며 사업장 변경을 간절히 바라고 있지만, 현재 여건으론 사업장 변경이 어려워 속앓이만 커가고 있다. 특히, 최근엔 고용주와의 마찰로 징계까지 압박받고 있어 근심이 커지고 있다.
이들 이주노동자 3명이 일하고 있는 곳은 광산구에 소재한 S공장. 근로자 4인 이하의 소규모 사업장인 S공장의 직원은 사장 부부와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3명이 전부다. 그런데 최근 이들 3명의 이주노동자들은 고용주로부터 ‘근로 거부’를 이유로 징계위원회 출석통지서를 전달 받았다. 이와 관련 이주노동자 A 씨는 “임금체불 문제로 노동청에 진정서를 냈는데, 다음 날 사장이 보복하듯이 ‘밖에 나가 풀을 뽑아라’고 명령했다”며 “그 때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어서 비 그치고 하면 안 되냐고 했더니, 사장은 ‘그럼 일 없어 나가’ 하고 소리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다른 이주노동자 B 씨와 C 씨도 “그럼 우리도 일 하지 않겠다”며 문제를 제기했는데, 이를 빌미로 사업주는 지난 17일 ‘근로 거부’를 이유로 한 징계위원회 출석 요구서를 전달하고, 오는 25일 오후 4시 징계위원회 개최를 예고해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노동자들은 “사장이 인간적으로 참기 힘든 일을 시켜 불만을 제기한 것 뿐인데, 일방적으로 ‘근로거부’로 몰아세우고 있다”며 “오히려 그동안 사장으로부터 인간적인 대우를 받지 못하고, 월급도 제대로 못받아 우리가 더 피해를 봤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유네스코 광주지부도 이들의 말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이들 이주노동자 3명은 지난해 7월부터 이달까지 노동청, 고용센터를 비롯해 광주 새날학교, 광주외국인인력지원센터 등에서 수차례의 상담을 받았다”면서 “고용주의 심한 폭언과 폭행, 잦은 임금체불 등으로 사업장 변경을 희망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B 씨는 “공장에 오자마자 이튿 날부터 사장이 화가 나면 소리를 치면서 손에 있는 막대기나 도구로 머리를 때리기 시작했다”며 “이후로도 이같은 행위가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여동생 결혼식 자금 마련을 위해 광주에 온 C 씨도 “일이 없는 날도 공장에 출근시켜 세워놓는 경우가 많았는데, 특히 작년 라마단 기간에는 미리 사장에게 이슬람 사람들에게 라마단은 1년에 가장 중요한 날이라고 오후에 일찍 끝내달라고 부탁했지만, 사장은 오히려 초과근무까지 시켰다”면서 “일을 하다 손을 다쳤을 때도 병원에 보내주질 않고, 계속 일을 시켰다”고 말했다.
이들은 근로계약서에 보장한 것보다 임금이 적고 체불이 잦은 것도 문제를 제기했다.B씨의 경우, 근로계약서상 통상월급은 97만6320원이지만,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의 월평균 급여는 79만 원에 불과했다. 임금도 제 때 지급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두 달 가량 체불이 이어진 적 있었다. 이들은 “사실 그 이전부터 임금체불은 자주 있었고, 노동청에 신고를 해야 사장이 월급을 줬다”고 주장했다. 또 “계약서에는 사장이 비용을 부담해 중식을 주는 것으로 돼있지만, 일부로 오전 11시30분에 일을 끝내 중식을 주지 않거나 중식비를 아예 주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들 3명은 “ 인간적인 대우도 받지 못하고,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신적·신체적 고통이 너무 심해 잠도 못 자고, 정신과 상담도 받을 예정이다”며 “열심히 하면 많은 돈을 벌어갈 수 있다고 해서 광주까지 왔는데, 이젠 후회된다”고 말했다.
이에 이들은 “노예 취급을 받지 않고,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곳으로 옮기고 싶다”며 사업장 변경을 희망하지만 실현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운게 현실이다.
현행법상 계약 기간 중 고용주의 동의 없이는 사업장 변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5일 뒤 징계위원회까지 잡혀 있는 상황이어서, 이들은 “사장이 우리를 해고해 방글라데시로 돌려보낼까봐 너무 겁난다”며 “그 전에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게 도움을 받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S공장 측은 “결코 공장에서 인권침해라고 할만한 폭언이나 폭행은 없었다”며 “오히려 이주노동자들의 지나친 불평·불만으로 피해를 봤다”고 반박했다. S공장 관계자는 “우리 공장은 4인 이하 소규모 업체로 근로기준법상 특례를 적용 받아, 임금이 적고, 연장근무 수당을 따로 주지 않는데, 그 3명은 규모가 큰 사업장과 비교해 `임금이 적다’ 불평하고, 수십번 씩 노동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며 “그 3명이 아니면 일할 사람도 없는 우리로선 그 때문에 공장 운영에 애를 먹어왔다”고 말했다.
특히, 임금문제와 관련해서는 “임금이 적은 것은 일하는 시간이 적었기 때문으로, 3명이 일을 하면서 기계 고장 등 문제를 자주 일으켜 충분한 작업이 이뤄질 수 없었다”며 “똑같은 기계 고장이 하루에 3번이나 일어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징계위원회와 관련해서는 “당시에 A 씨가 노동청에 진정서를 내서, 감독관이 왔고, 지난 8개월 임금을 계산해 몇 시간 차이난 거 외에는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갔는데, A 씨가 그 때부턴 `왜 임금이 적냐’고 따져 특례 적용에 대해 설명을 해줬더니 갑자기 `특근·연장 근무 다 안하겠다’고 말했다”며 “이를 듣던 나머지 2명도 다음 날 일하자고 했더니 `세 명이 똑같이 일을 배정 받지 않으면 일을 안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면서 일 하기를 거부해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공장에서 욕설을 하거나 사람을 때린 일은 결코 없었고, 만약 있다고 한다면 반드시 책임을 지겠다”면서 “25일 징계위원회에서 다시 사실 관계를 명확히 따져 징계여부와 내용을 결정할 것이다”고 말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광주의 외국인 노동자 인권 보호 사각 내몰려 | ||||||||||||||||||||||||
경찰에 신고했더니 “말 잘 들어라” | ||||||||||||||||||||||||
강경남 kkn@gjdream.com | ||||||||||||||||||||||||
기사 게재일 : 2013-06-21 06:00: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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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에 있는 인권단체는 우리들을 외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열악한 작업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 속에서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3명이 깨달은 것은 “광주엔 이주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해 줄 곳이 없다”는 것이다. 20일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3명은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노동청 및 고용센터를 방문해 진정을 한 것은 6차례, 광주외국인력지원센터에 상담을 받은 것이 12번이다”며 “지난 3월에는 광산경찰서 외사계에도 폭언·폭행 등을 이유로 신고를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도 이들의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다. 이들 3명은 “노동청에 신고를 해도 그때 그때 임금체불만 해결해줬지,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사업장 변경과 관련해서 고용센터에 문의해봐도 ‘사업주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답변 외에는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한 번은 용기를 내 경찰에 가서 말을 해봤지만, 정작 경찰이 공장에 와서는 우리한텐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고, 사장 이야기만 듣더니 ‘말 잘 듣고 일 열심히 하라’는 말만 남기고 가버렸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그 땐 ‘경찰에 신고해봐야 한국 사람은 한국 편만 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별 문제 아니다”, “너희들이 잘못 안 거다”는 등의 반응들은 불합리한 작업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한 이들의 ‘몸부림’을 오히려 위축시켰다. 이와 관련, S공장 측도 “3명이 수도 없이 노동청에 진정을 넣고, 경찰에도 신고한 적이 있지만, 임금 계산 잘못한 거 빼고는 다른 중대한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떳떳함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3명의 이주노동자들은 “한 번쯤 정말 우리 입장에서 얘기를 들었다면,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며 “대체 우리의 불만과 분노는 누가 들어주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특히, 이들은 광주 새날학교, 유네스코 광주지부 등의 기관·단체에도 도움을 요청해보기도 했지만, 이들 기관·단체도 양측의 중재 노력 이상의 해법을 제시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이주노동자의 권익과 관련한 광주지역 사회의 보호 시스템 부재가 이들 3명에겐 매우 뼈아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마땅히 하소연할 곳 없는 이들의 현재 바람은 “광주에 있는 인권단체만이라도 꼭 우리의 얘기를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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