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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AI 방역인력 스트레스

악몽 그 자체…다신 보고싶지 않아"

 

 

살처분 현장 "전쟁터 같았다" 고충 호소

소독제에 피부 가려움증 스트레스 가중

"살처분 현장은 그야말로 끔찍한 전쟁터나 마찬가지입니다. 밤에는 잠을 못 이루는 악몽에 시달리고 일부는 소독제를 살포하면서 피부에 닿아 가려움 증세도 심각합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확산으로 관할지역 공무원들이 담당 부서를 막론하고 교대로 방역이나 살처분 현장에 투입돼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들 현장 인력들이 조류 살처분과 방역 악몽에 시달리는 등 트라우마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설 연휴도 잊은 채 현장인력들이 수만마리의 닭과 오리를 잡아 살처분해 묻는 작업을 벌이거나 도로변에서 강풍을 맞아가며 차량을 상대로 방역작업을 펼치다보니 건강상 문제까지 다방면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3일 나주시와 영암군에 따르면 직원들이 AI확산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출입통제구역에서 방역활동과 함께 감염된 조류들을 살처분해 땅에 묻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나주에서 지난달 26일 닭과 오리 살처분에 나선 공무원 김모(58)씨는 "지금도 투입된 직원들과 살처분 당시 끔찍했던 상황을 꺼내기 조차 싫어한다"고 말했다.

이날 김씨와 함께 살처분을 한 직원들은 닭들을 손으로 직접 죽이는 일까지 겪었다.

닭은 오리와 달리 축사의 환풍기 작동을 막아 내부온도를 높여 죽이게 하는데 몇몇 닭들은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겪은 직원들은 "마치 전쟁통을 겪은 것 같다"며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영암오리농장에서 오리 살처분에 나선 영암군 직원들도 끔찍한 상황을 겪긴 마찬가지다.

산림축산과 한 직원은 "오리를 이산화탄소를 투입해 죽게한 뒤, 땅에 묻으니 특별히 손을 대거나 살처분의 어려움은 느끼지 않았다"며 "다만 처음 이 상황을 겪은 직원들도 있어 인상을 찌푸리는 등 걱정이 앞선다"고 염려했다.

차량방역을 펼친 인력들의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재 나주 전역에서 초소가 운영되다보니 인력이 부족한 관계로 나주시 축산과 직원 외 타부서 직원들도 초소에 투입되고 있다.

이들은 하루 6시간 내내 찬바람에 맞서 얇은 방역복 하나에만 의지한 채 차량통제에 나서면서 소독제가 바람에 날려 몸 전체가 저려질 정도가 된다.

더욱이 컨테이너 건물은 한겨울의 냉기를 막기엔 역부족이고 난방 기구는 작은 전열기가 전부인 상황. 이 때문에 일부는 감기 증세를 호소하거나 심할 경우에는 소독제에 의한 피부가려움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직원 A(여)씨 "집이 초소에서 멀어 근무시간보다 훨씬 일찍 나와야 해서 가족들도 못보고 오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초소근무에 나서기 위해 차출되다보니 본래의 자신의 업무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영암군 산림축산과 관계자는 "우선 AI가 종식될 때까지 방역활동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며 "당장은 살처분을 실시해 피해규모를 최소화하긴 했지만 언제 또 AI가 확산될 지 몰라 항상 불안하고 고단하다"고 말했다.

한편, AI 최초 발생 이후 18일 째인 이날 현재까지 전국에서 살처분된 가금류 사육 농가의 닭과 오리는 약 280만마리로 집계됐다. 박건우·서충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