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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잦은 고장 한빛원전 사망사고까지

잦은 고장 한빛원전 사망사고까지
방수로 정비 협력업체 근로자 2명 숨진채 발견
주민들 “준비 없는 작업 안전불감증 여전” 비난


입력날짜 : 2014. 01.07. 00:00

 

 

 

방수로 작업현장 정비 작업을 벌이던 근로자 2명이 숨진 채 발견된 한빛원전 방수로 사고 현장. 이날 사고는 크레인을 이용해 방수로 게이트 인양 작업을 벌이다가 발생했다.

 

부품 비리와 잦은 고장으로 지역민들의 불신을 받고 있는 영광 한빛원전에서 이번에는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예방정비를 위해 수중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2명이 갑자기 실종된지 1시간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민들은 “하다하다 이제는 사람까지 잡아먹냐?”며 원전에 대한 강한 불만과 불안을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6일 영광경찰서와 한빛원전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12분께 영광군 홍농읍 한빛원전 방수로에서 작업 중이던 협력업체 직원 김모(55)씨와 문모(35)씨가 실종됐다.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 당국은 잠수부 등을 동원, 수색작업을 벌여 1시간여 만인 오전 11시17분과 34분 각각 김씨와 문씨의 시신을 차례로 인양했다. 이들은 4·5호기 계획예방정비기간을 맞아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한빛 5호기 방수로 게이트 인양 작업을 실시했으며 이 과정에서 김씨는 잠수 장비를 착용하고 방수로 내에서 인양을 위해 게이트에 크레인을 거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또 문씨는 다른 근로자 1명과 함께 방수로 밖에서 대기하며 크레인 작업을 보조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씨가 갑자기 연락이 끊기자 문씨가 돕기 위해 방수로에 들어갔다가 함께 사고를 당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빛원전의 한 관계자는 “바다에서 밀려오는 뻘이 방수로에 수시로 쌓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제거 작업이 이뤄진다”며 “아마도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수심이 깊어지면서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원전의 이런 설명과 달리 안전 불감증에 의한 사고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먼저 사고 근로자들이 실종된 원전 방수로는 길이 1㎞, 폭 200-300m에 달하며 초당 50t의 바닷물과 온배수가 드나드는 곳이다. 특히 물살이 쎄지면 사고 발생 위험이 높다. 그러나 근로자들이 작업에 투입됐을 당시 방수로 게이트의 물살에 대한 점검 기록이 없다. 즉 물살이 쎈지 잔잔한지에 대한 판단이 이뤄졌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더욱이 물속 투입 인원이 2명에 불과한 것도 참사의 원인 중 하나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당시 전문 경력을 가진 김씨의 경우 잠수 장비를 착용하고 물속에서 작업을 벌였고 보조 인력인 문씨는 물 밖에서 대기하며 김씨의 안전 등을 확인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러나 문씨는 이런 작업에 대한 경력이 전무한 상태로 갑자기 김씨의 산소통이 물 위로 떠오르자 동료를 구하기 위해 바로 물에 뛰어들었고 결론적으로 두명 다 사망하게 된 것이다. 더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은 당시 현장에는 방수로 점검을 위해 다수의 근로자들이 있었지만 전원 잠수 경력이 없었고 구조 인력과 감독할 관리자조차 없었다는 점이다.

급류와 뻘 퇴적 등으로 인해 사고 위험이 상대적으로 큰 작업장이었는데도 현장 투입에 관한 안전 수칙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한빛원전 범군민대책위 김관용 위원은 “정비 기간마다 반복된 일이라 철저한 준비 없이 작업을 진행해 사고가 일어난 것”이라며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원전 당국은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대책을 마련했는데 근본적인 문제의 원인인 안전 불감증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찰과 소방당국은 원전 측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와 안전 수칙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노병하 기자 icepoe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