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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광주 남구청 한치 앞 못내다본 지열시스템

 

광주 남구청 한치 앞 못내다본 지열시스템
`청사 이전’으로 4억여 원 고철될 판

▲ 봉선동 남구청 옛 청사. 이곳에 설치돼 있던 지열냉난방시스템을 신청사로 옮겼으나 여건이 맞지 않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광주 남구청이 청사 이전을 추진중이던 2010년 12월 봉선동 옛 청사에 4억3000여만 원을 들여 설치한 지열냉난방시스템이 올해 4월 백운광장 신청사로 이전하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지하 150m까지 굴착이 필수적인 이 시스템은 새청사에선 사실상 활용 불가능한 상황. 겨우 2년 여 쓰자고 수억 원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0년대 들어 10여 년 동안 청사 이전을 최대 현안으로 추진해온 남구청이 사실상 폐기가 예정된 옛 청사에 고가의 장비를 설치한 것 자체가 ‘한치 앞도 못내다본 행정’이라는 비판이 더해진다.

 15일 남구청에 따르면, 봉선동 옛 청사에서 사용했던 지열냉난방시스템 주요 장비를 신청사로 이전·보관중이다. 이 시스템은 옛 남구청 앞쪽과 남구보건소 주차장에 설치됐던 것으로, 지난 2009년 보건소 냉난방기 노후화에 따라 구청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2010년 5월 착공해 12월 준공한 시설이다. 하지만 남구청은 같은 해 11월 현재의 백운광장으로 청사 이전을 확정했다. 지열시스템은 준공 당시부터 폐기가 예정돼 있었던 셈이다.

 이 시스템을 백운광장 신청사로 이전해 활용하면 좋겠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문제다.

 지열냉난방은 지하 150m까지 땅을 판 후 파이프를 묻고, 이 파이프에 물을 순환시켜 냉난방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미 건물이 완공돼 있는 신청사에선 최소 40개의 구멍을 파고, 파이프를 설치하는 공사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남은 대안은 이를 필요로 하는 다른 기관에 파는 것. 하지만 현재까지 이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다른 공공기관이 없다. 자체 활용도, 외부 판매도 쉽지 않은 이 시스템은 현재 신청사 한켠에서 애물단지로 전락, 녹슬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남구청은 “청사 이전이 확정됐을 때 지열냉난방시스템 공사는 이미 시작된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남구 관계자는 “지열냉난방시스템은 2007년부터 추진했던 국가사업으로, 2010년 5월 공사에 들어갔다”면서 “같은 해 11월 청사 이전이 확정됐고, 이때는 지열시스템 공사를 중단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현재 남구청은 이 장비를 재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남구청이 2000년도부터 청사 이전을 꾸준하게 물색해왔다는 점에서 좀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남구주민 김모(43) 씨는 “에너지 절약 취지는 좋지만, 구청이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고가의 시스템을 고철 덩어리로 만든 것 같아 황당하다”며 “남구청의 행정이 너무 안일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호행 기자 gmd@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