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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배추 500원ㆍ무 250원… 가격 반토막

배추 500원ㆍ무 250원… 가격 반토막
긴급진답 들녘 '풍년의 비애' <상> 농산물값 폭락
비료ㆍ자재값만 오르고… 풍년 들면 뭐하나
입력시간 : 2013. 11.07. 00:00


 

산지 생산량 증가로 배추 가격 폭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6일 영암 도포면의 배추밭에서 한 농민이 산지폐기를 고민하며 잡초 제거를 하고 있다. 배현태 기자 htbae@jnilbo.com
풍년이 들었지만 농민들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올해는 태풍 등 기상이변이 없어 작황이 좋은 탓에 생산량이 크게 는 반면 가격은 폭락하고 있다. 작황이 안 좋은 해는 팔 게 없어 걱정이었던 게 지금은 정반대의 상황으로 울상인 것이다. 농산물값 하락으로 위기를 맞은 농민과 농촌 현실을 세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지난 5일 오후 광주 광산구 신창동 일대 고추재배 비닐하우스 농가. 이곳에는 40여 농가에서 100여동의 비닐하우스에서 고추를 재배하고 있다. 비닐하우스 안에서 자라고 있는 고추가지에는 고추가 줄지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하지만 탐스럽게 열린 고추를 따고 있는 농민들의 얼굴엔 수확의 기쁨보단 수심이 가득했다. 산지 고춧값이 지난해에 비해 40% 가까이 폭락했기 때문. 현재 일반 고추는 10㎏당 2만원, 건고추는 1㎏ 당 9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박인순(74ㆍ여)씨는 "20년간 고추농사를 짓고 있는데, 비료와 농자재값 등 관리비는 크게 올랐지만 가격은 반대로 폭락했다. 인부를 구할 여력조차 없어 점심도 못먹고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전남이 주산지로 전체 생산량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배추와 무 가격 하락도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전남도의 물가분석자료에 따르면 배추는 산지가격 기준 1포기 당 50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42% 떨어졌다. 전국 생산량의 16%를 차지하는 무 역시 1개당 250원으로 작년에 비해 44% 가량 떨어져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병해충ㆍ기상이변 등으로 수확량이 줄었지만 올해는 태풍 피해가 없어 생산량이 급증했다.

농사에 유리한 기후조건은 지역별 출하시기를 늘려 농산물 가격 하락을 부추긴다. 전남지역의 배추 출하 시기는 보통 11월 중순이다. 하지만 10월 달에 이미 소진돼야할 강원도 고랭지배추가 아직까지도 출하 중이여서 전남지역 배추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안군 현경면에서 2000평 규모의 배추 농사를 짓고 있는 장은이씨는 "작년엔 1평 당 7000~1만2000원선이었던 배추가 지금은 1평에 4000~5000원이다"면서 "농약값, 비료값을 제하면 인건비도 안나오지만, 그렇다고 마냥 썩힐 수도 없어서 낮은 가격에도 팔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산지에서는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고 있지만 복잡한 유통단계를 거치면서 4~5배 이상 오른 가격을 접하는 소비자들은 가격 하락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농산물 공급은 증가하는데 반해 수요는 이에 못 미치면서 가격은 폭락하는 추세다.

실제로 농산물 가격 동향(6일 기준)에 따르면 풋고추의 경우 10g당 산지가격은 2만원이지만 유통마진이 생기면서 소비자가 대형마트에서 구입하는 가격은 7만3000원이다. 배추의 경우 산지가격 1포기당 500원이었던 것이 도매가는 1275원, 소매가는 2288원이다.

해남군청 친환경농산과 문형주씨는 "배추 재배량이 전국적으로 증가해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가을배추(12월 중순까지 출하)보다 인기있는 월동배추를 출하해 절임배추로 판매하려는 농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jpark1@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