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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폭력·갈등에 무너진‘코리안 드림’

폭력·갈등에 무너진‘코리안 드림’
입력시간 : 2013. 10.17. 00:00





가정서 소외…이혼 후 성매매·유흥업소로
지원센터, 구조한계…국가·지자체 나서야

해체되는 다문화가정
이주여성들의 현주소(중)

지난 2010년 9월 나주에서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던 20대 몽골 여성이 주폭 남편을 피해 가출한 자신의 동포 친구를 구해 주려다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몽골 이주여성 A씨는 지난 2009년 3월 나주의 한적한 마을로 시집온 뒤 시부모와 남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같은 고향에서 자라나 9개월 뒤 한국 땅을 밟은 이주여성 B씨의 사정은 처참했다. 미등록 국제결혼중개업소를 통해 영암으로 시집온 B씨는 날마다 만취해 폭행을 일삼은 남편 양 모씨(35) 때문에 피폐한 결혼생활을 했다. 결국 B씨는 양씨를 피해 A씨의 집으로 도망 나왔고, 집 나간 아내의 행적을 쫓던 양씨는 A씨의 집까지 쫓아와 행패를 부렸다. A씨는 이미 술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 양씨에게 “술에 깨면 데리고 가라”고 말했고, 이에 흥분한 양씨는 식탁에 있던 칼로 A씨를 수 차례 찔러 살해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 땅을 밟은 많은 이주여성들이 가정폭력 등 핍박 속에 시달리고 있다.
견디다 못한 다수의 이주여성들은 이혼을 선택하고 그 뒤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성매매·유흥업소를 전전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16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통계자료에 따르면 이주여성들은 지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25만6,539건의 상담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상담현황은 2006년(11~12월) 764건, 2007년 1만3,277건, 2008년 1만9,916건, 2009년 4만3,454건, 2010년 5만4,194건, 2011년 5만8,044건, 2012년 6만6,890건이다.
지난해 상담건수는 5년 전에 비해 5배 가량 급증했다.
전체 17개 상담유형 가운데 가정폭력은 10.5%로, 생활상담(19.4%), 부부갈등(16.2%), 이혼(13%), 체류문제(11.4%)에 이어 5번째로 많은 것으로 조사돼 심각성을 드러냈다.
부부갈등과 이혼, 체류 등의 상담까지 합하면 상담 중 대다수가 다문화가정의 해체와 연관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는 지난해 가정폭력이 2011년에 비해 2,673건 증가하는 등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해 심각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광주·전남에서도 가정폭력과 관련된 상담이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가정폭력을 참다 못한 이주여성 상당수는 이혼 등 가정해체로 이어지고 있지만 이들 여성을 위한 보호막은 없는 실정이다.
현재 이주여성들을 위한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있긴 하지만 이혼 등의 사유로 홀로 된 여성들은 적용받지 못하는 등 별다른 대책이 없다.
몽골 출신 한 이주여성은 “이혼한 이주여성들은 고향에 돌아가기도 하지만 대다수가 친정에 알리기 미안해 한국에 그대로 남아있다”며 “말도 통하지 않고 변변한 기술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생계곤란이 극에 달한 경우 유흥업소와 성매매업소 등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광주지역 한 다문화센터 관계자는 “8명에서 13명 정도로 이뤄진 센터에서는 한국어교육, 가족통합교육, 취업지원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며 “하지만 센터에서의 지원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사각에 있는 이주여성까지 도움의 손길을 줄 수가 없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한 일선 지자체 관계자는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여성에게 도움을 주고 싶으나 인권문제 등 법적인 한계가 있어 직접 도움을 줄 수 없는 상황이다”며 “국가가 나서서 이제는 우리나라의 한 국민이 된 이들을 위한 법안과 지원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