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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전남대 옛 헌혈의집 결국 카페되나

전남대 옛 헌혈의집 결국 카페되나?
전남대 “민간업체 유치해 카페 등 편의시설 고려”
일부선 “영리사업 위해 헌혈의집 내쫓은 꼴” 비판
강경남 kkn@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3-10-14 06:00:00
 

 

▲ 전남대 후문 쪽에 위치한 옛 헌혈의 집 자리.

 전남대가 후문 쪽 옛 전남대 헌혈의 집을 민간업체 유치를 통해 커피숍·매점 등 편의시설로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실상 해당 부지를 수익적 용도로 쓰겠다는 것인데, 이는 헌혈의 집 존치와 관련한 갈등이 불거졌을 당시 “교육용으로 쓰겠다”던 대학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일부에선 전남대가 2년 전 지역 내 헌혈의 ‘메카’ 기능을 했던 이 헌혈의 집을 내쫓기 위해 혈액원을 압박했던 전력을 상기하며, “결국 수익사업을 위해 공익 사업을 핍박한 꼴이 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13일 전남대에 따르면, 대학측은 후문 쪽 교내에 위치해 있던 헌혈의 집이 지난달 맞은 편으로 이전한 뒤 비어있는 건물을 커피숍, 매점, 휴게공간 등의 편의시설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중에 있다. 아직 구체적인 안이 결정된 건 아니지만, 전남대는 임대방식을 통해 민간업체가 리모델링 해 편의시설을 조성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대해 전남대 기획처는 “최근 국가의 재정지원이 줄고 있고, 등록금을 몇년 째 동결하면서 대학 재정이 넉넉치 않은 상황이다”며 임대 수익에 대한 근거를 제시했다.

 하지만 전남대가 실제 이곳을 수익사업에 활용할 경우, 곱지않은 시선에 직면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남대가 수년 전부터 이 헌혈의집을 이전시키기 위해 애쓰면서 공익사업에 대한 핍박을 노골화해 왔던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개원 이후 약 31만 명이 헌혈한 옛 전남대 헌혈의 집은 전국 대학에 설치된 헌혈의 집 17곳 중 헌혈량 1위를 기록했던 곳으로, 지역 내 ‘헌혈 센터’와 같은 상징적인 곳이었다. 지난해만 해도 총 3만3991명이 헌혈을 해 전국 헌혈의 집 중 헌혈자 수 2위, 대학 내 헌혈의 집 중에선 1위를 차지했다.

 이 때문에 2011년 5월 전남대가 2009년에 맺은 임대 계약 만료를 이유로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혈액원 측에 퇴거를 통보했을 땐 지역 사회의 반발이 심했다. 하지만 전남대는 “교육용으로 쓰겠다”는 명분을 앞세워 ‘헌혈의 집 영구 존치’를 거부해 왔다.

 이후 헌혈의 집은 ‘한시적 존치’가 됐고, 결국 지난 9월 맞은 편으로 이전해야만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헌혈의 집이 떠난 자리에 전남대가 ‘교육용’이 아닌 수익용 편의시설을 추진한다면 “대학의 영리를 위해 헌혈의 집을 내쫓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전남대 구내 헌혈의 집 지키기에 누구보다 열심이었던 ‘헌혈 최다’ 기네스 기록 보유자 손홍식 씨는 “지역을 대표하는 헌혈센터를 내쫓고 그 자리에서 영리 사업을 하면 그것보다 꼴불견이 어디 있겠냐“”면서 “정말 옛날 자리에 커피숍을 만든다면 폭파시켜버리고 싶을 정도”라며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남대 기획처 관계자는 “예전 기획위원회에서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헌혈의 집 활용방안과 관련해 학생들을 위한 상담센터, 법률센터, 편의시설 3가지 요구가 있었다”며 “원래 헌혈의 집 자리를 학생들을 위한 상담센터나 법률센터 등 교육용 공간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그동안 다른 장소가 마련돼 이미 조성이 완료됐다”고 말했다.

 이어 “헌혈의 집이 있던 건물 자체가 공간이 협소해 교육용으로 활용하려면 리모델링 등 추가 부담이 불가피하다”며 “때문에 남아있는 ‘제3안’인 편의시설을 하는 게 좋지 않겠나 고민하는 단계다. 아직 실제 추진 여부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전남 혈액원은 1997년 1억1000만 원을 들여 전남대 후문 쪽에 헌혈의 집(1층 66㎡, 2층 66㎡)을 건축해 대학에 기부채납하고, 2~3년 단위로 무상 임대 계약을 맺어 사용해 왔다. 2007년엔 보건복지부로부터 2억8000만 원을 지원받아 리모델링까지 마쳤지만, 전남대가 2011년 5월 끝으로 재계약을 거부해 존치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전남대와 혈액원은 ‘계약기간이 만료됐더라도 이전하지 못할 경우 수개월 간의 유예기간을 둔다’는 조건으로 2012년 4월30일까지 ‘한시적 존치’에 합의했고, 혈핵원은 지난 8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약 13억 원의 국고를 지원받아 9월 전남대 후문 맞은편 상가 지역의 3층 건물(297㎡)로 이전했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