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마트 상생의 적, 우리 내부에 있다” | ||
정현오 자영업연대 위원장 “나부터 잘못있다고 인정” “치부 드러내는 것 같아…그래도 함께 살 길 모색하자” | ||
강경남 kkn@gjdream.com | ||
기사 게재일 : 2013-04-30 06:00: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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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의 고통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처지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다시는 광주에서 가슴 아픈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난 25일 광주자영업연대(준)가 카드수수료 인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앞서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는 북구에서 동네 마트를 10년 넘게 운영하다 인근에 지역 프랜차이즈 할인마트가 생겨 영업난으로 폐업한 뒤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마트 주인을 위한 것이었다. 이날 자영업연대가 했던 묵념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다음 날인 26일 자영업연대 준비위원장 정현오 씨를 만났다. “상생의 적은 외부에만 있는 게 아니었어요. 이미 우리 내부에서도 서로 죽고 죽이는 냉혹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었죠.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자본주의에서 어쩔 수 없는 ‘정당한 경쟁’이라고만 여겼습니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그게 아니였던 거죠.” 자영업연대는 ‘동네 슈퍼 주인의 자살’ 소식을 듣고, 22일 “무분별한 대형할인점의 입점으로 골목상권은 붕괴해 가고 있고, SSM, 대기업 상품공급점, 지역 중형마트, 농협 하나로마트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진출과 난립은 과열 경쟁을 부추김과 동시에 중형규모의 마트와 소규모 마트 간에 또 다른 경쟁을 발생시켜 강자가 약자를 굴복시키는 모순적인 구조를 만들고 있다”며 “이는 상생과는 거리가 너무도 먼 모습이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하지만 자영업연대의 성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자신들 때문에 가게 문을 닫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게 상황을 객관화시켜 남의 일인 마냥 이야기할 수 있냐”는 것이다. “사실 (자영업연대)내부에서도 그 때문에 성명을 내지 말자는 반대 목소리가 있었어요. ‘우리도 가해자라고 할 수 있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냐. 우리가 쏜 화살이 우리한테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성명을 내는 건 어쩌면 ‘우리 잘못도 있다’는 민감한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했죠.” 실제 자영업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상인들 중 다수가 지역 프랜차이즈 중소형 할인마트의 주인이다. 정 위원장 역시 북구 운암동에서 체인형 할인마트인 ‘슈퍼맘 마켓’을 운영하고 있고, 그 마트 때문에 길 건너 작은 마트가 문을 닫기도 했다. 그럼에도 정 위원장을 비롯한 자영업연대 내 일부 중소형 마트 주인들이 “같이 살 방법을 함께 찾자”고 얘기하고 있다. “염치도 없냐”는 비판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다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고 했다. 특히, “나도 언젠간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위기 의식도 크다. “지금껏 우리가 ‘더불어 살자’는 생각을 가지고 영업을 한 건지, ‘저 놈을 짓밟고, 내가 살겠다’고 생각한 건지 따져봐야 할 때라고 봅니다. 이제는 경쟁이 아닌,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죠. 그러기 위해서라면 저부터 잘못 인정하고, 비판 받겠습니다. 지역 중소형 할인마트가 너무 늘어난 게 사실이니까요. 저도 솔직히 규제와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특히 “조금 양보해도 먹고 사는 데 문제 없는 점주들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함께 잘 사는 길은 간단해요. 좀 있는 사람들이 기득권, 욕심 내려놓으면 됩니다. 저부터 양보하겠습니다. 품목제한, 의무휴업하라고 하면 하겠습니다. 낙오자 없이 모두 함께 갈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죠.” 하지만 당장 ‘방법론’을 따지기 앞서 그는 “함께 고민을 시작하는 것”을 더 중요하다고 봤다. “서로 쌓여있던 불만, 말 못했던 이야기들을 이제는 털어놨으면 좋겠어요. 잘잘못을 따지자는 게 아닙니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같이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고민해보자는 것이죠. 그래서 자영업연대에서 토론회나 공청회를 해보려고 준비중입니다. 이를 지지해주는 분들이 늘고 있어서 조만간 계획이 잡힐 것 같습니다. 많이 늦었지만, 꼭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요.”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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