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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조선대 청소노동자들, 예초기·호미 반납 투쟁

“총장님이 밭을 매시오”
조선대 청소노동자들, 예초기·호미 반납 투쟁
“수당도 안 주고 풀뽑는 일 시키느냐”
황해윤 nabi@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3-08-08 06:00:00
 

 

▲ 7일 정오께 조선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예초기를 메고, 호미를 들고 집회를 열고, 학내를 행진했다. 학교 측이 청소노동자들을 싼 값에 부리고 있는 데 대한 항의의 표시로 이날부로 예초기와 호미를 들지 않을 것을 선언했다. 사진 안은 조선대 본부 앞에 놓인 예초기와 호미들.

 “22명이 해고되면서 사람 수도 줄고 일은 더 많아졌는데 수당도 깎이고 월급도 줄었다. 그러면서도 청소일도 아닌 풀 매는 일을 시키는 게 말이 되나. 우리는 못하겠다.”

 7일 정오께 조선대학교 본부 현관 앞에 여러 대의 예초기와 호미들이 가지런히 놓였다. 조선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자신들이 사용하던 예초기와 호미를 조선대 본부 앞에 반납한 것이다.

 “총장님이 밭을 매시오~.”

 청소노동자들은 본관 앞에 호미를 두고 소리쳤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던 7일, 폭염의 날씨 속 조선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예초기를 메고, 호미를 들고 집회를 열고, 학내를 행진했다. 청소노동자들은 그동안 청소 일 외에 학내 잔디를 다듬고, 나무를 관리하는 등의 일을 병행해 왔다. 그러나 이들은 이날부로 예초기와 호미를 들지 않을 것을 선언했다. 학교 측이 청소노동자들을 싼 값에 부리고 있는 데 대한 항의의 표시였다.

 “원래 7시부터 출근을 해서 일하는데 요즘은 여섯시부터 나와서 일을 해요. 일찍 일을 하지 않으면 너무 더워서 일을 하지를 못해. 그래도 한 시간 일찍 나온 것에 대해 누구 하나라도 보상해주나. 그런데다 사람 줄었지. 일 늘었지. 게다가 예초기 일 한다고 주던 수당까지 깎았어. 그런데 예초기 일을 더 할 이유가 있냐고.”

 한 남성 청소노동자의 울분이다.

 지난 4월1일 조선대학교가 청소용역업체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청소노동자 22명이 사실상 해고된 후 청소노동자들도 노동 강도가 강화되고 임금이 삭감됐다. 조선대학교가 재정을 이유로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을 감원하는 등의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쥐어짜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청소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4월20일 광주지역일반노동조합 조선대학교 청소용역 지회를 설립하고 사측과 교섭을 진행해 왔으나 교섭이 중단된 상태다.

 노조는 “학교 측이 정말로 청소노동자들의 문제 해결의 의지가 있었다면 지금까지 이야기를 듣기 위해 백번 천번 만났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면서 “더 이상 기다리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으로 12일까지 대학본부 측이 아무런 대안도 제시하지 않을 경우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쟁의행위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소노동자들은 정리해고자 복직, 주5일 근무, 노조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황해윤 기자 nab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