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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푸른길 뽀짝 옆에 도로라니

푸른길 뽀짝 옆에 도로라니
푸른길 “구간 내 언덕 있어 옹벽 노출·주민안전 위협”
동구청 “계획도로지만 푸른길 해되지 않도록 개선”
강경남 kkn@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3-08-07 06:00:00
 

 

▲ 동구가 산수동 푸른길 공원 바로 옆으로 도로 개설을 추진하면서 푸른길의 가치 훼손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원 왼쪽에 보이는 언덕도 도로개설이 예정된 구간으로 도로가 날 경우 옹벽 노출 등의 안전 문제가 우려된다. 작은 사진은 사단법인 푸른길에서 제작한 도로개설 조감도.

 광주 동구가 두산위브 아파트와 산수굴다리를 잇는 푸른길공원(산수동) 바로 옆으로 도로 개설을 추진하면서 푸른길의 주민쉼터 및 녹지기능 훼손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도로가 계획된 구간에는 ‘산수꼭대기’로 알려진 높은 지대가 자리잡고 있어, 이곳에 도로가 날 경우 푸른길 옆으로 옹벽이 노출되고 공원 내 주민들 머리 위로 차가 지나다니게 돼 불안감 조성이나 안전상 문제도 간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하지만 도로개설권자인 동구청은 이미 공사를 발주한 상황. 푸른길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을 대안 마련을 위해 지역사회와 구청이 머리를 맞댔다.

 6일 오전 산수굴다리 푸른길공원에서 (사)푸른길과 동구청과의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는 산수동 푸른길공원 옆으로 개설이 예정된 도로에 대한 문제점을 공유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 노희용 동구청장과 푸른길의 이근우 이사장, 박미경 상임이사, 이경희 사무국장을 비롯해 조동범 전남대 교수(산림자원조경학부), 장희천 광주대 교수(도시계획학과), 정영석 건축사, 류영국 박사 등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이날 산수동 옛 재활용창고에서 산수굴다리까지 폭 15m, 길이 447m의 도로개설 계획을 설명했다. 해당 도로는 1972년 도시계획으로 결정된 구도로(폭 20m 미만)다.

 이에 동구는 올해 먼저 재활용 창고에서부터 산수 굴다리 방향으로 폭15m·길이 130m의 도로를 개설할 예정으로, 이미 토지보상과 공사발주가 진행된 상황이다. 8월 말부터 실질적인 공사가 시작되면 올해 안으로 도로가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에 대해 사단법인 푸른길 등 시민단체들은 우려했다. 도로 부지가 산수동 푸른길공원에 매우 인접해 있어 그대로 진행될 경우 푸른길공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이와 관련 조동범 교수는 “동구의 푸른길은 주변에 도로가 없어 조용하고, 안전한 푸른길의 대표적인 구간으로 알려져 있었다”며 “그런데 바로 옆에 도로가 개설되면 집을 접하고 있고, 보행을 통해 접근할 수 있었던 푸른길의 모습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산수동 푸른길공원은 폭이 좁기 때문에 (구청의 계획은) 그냥 도로를 내는 문제가 아니라 푸른길의 지형, 녹지감이나 위상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도로 개설로 인한 지형상 변화 때문에 예상되는 모습을 시뮬레이션 해봐도 쾌적한 모습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특히 “당장은 아니더라도 도로가 계획된 전체 구간을 보면 필연적으로 `산수꼭대기’라고 하는 높은 언덕을 지나가게 돼 있다”며 “만약 푸른길 바로 옆 언덕에 도로가 날 경우 공원을 통해 이동하는 사람들 위로 차가 지나다녀 보행자의 불안감을 조장하고, 도로 좌우측으로 최대 4m의 옹벽이 노출돼 안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희천 교수는 “도로의 연결기능(차량 통과기능)과 접근기능(인접 주택의 접근성을 높이는 기능)을 생각했을 때 동구가 계획한 도로는 연결기능이 필수적인 것 같지 않다”면서 “접근기능만 해도 주민들은 크게 반길 것이다. 오히려 연결기능을 높이면 인근 주민들은 차량 소음 등으로 인해 고통스러워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도로를 굳이 내야한다면 연결기능을 최대한 죽이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모든 구간을 15m로 할 게 아니라 일부 구간은 도로 폭의 7~8m만 차로로 활용하고 나머지는 주차장이나 녹지·자전거 도로로 만드는 등 도로와 다른 시설이 결합된 형태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그밖에 도로의 높이를 계획보다 낮추는 방안, 푸른길 쪽 도로선 후퇴를 통한 녹지공간 확보 등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에 대해 노희용 동구청장은 “이전에 산수굴다리 부근을 돌아보면서 도로가 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땐 개인적으로도 황당했다”면서도 “도시계획으로 도로가 뚫리기로 해 무를 수 없는 것 같고, 다만 충분히 푸른길에 해가 되지 않는, 유익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앞으로 푸른길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사)푸른길과 같이 협의하고, 의사결정 과정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조동범 교수는 “도로가 계획된 구간은 일반인의 시각에서 `여기에 도로가 날 수 있나’ 생각이 들 정도로 도로를 뚫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다”며 “도시계획을 결정할 당시 담당자가 현장도 안 보고 계획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