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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무등산 ‘들개 경계령’

무등산 ‘들개 경계령’
유기견들 떼지어 다니며 산짐승 잡아먹어
동적골 등 출몰 등산객 위협 … 포획 나서

2013년 07월 30일(화) 00:00
연간 800만명의 등산객이 몰리는 무등산 국립공원 주변에 ‘들개 경계령’이 내려졌다.

 


버려진 개들이 무등산에 몰려 무리지어 돌아다니면서 산짐승을 잡아먹고, 야생에서 새끼를 낳는 등 개체 수를 불려가고 있어서다. 급기야 공원 측은 야성(野性)을 띠어가는 유기견들이 등산객들을 위협할 수 있고,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들개 포획 작업에 나섰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무등산관리사무소는 29일 “무등산 옛길 서석대 입구 목교(해발 900m)와 원효사 계곡 주변(〃 370∼380m), 동적골(〃 200m) 등에 몸길이가 1m, 몸무게 30㎏에 달하는 들개들이 6∼8마리씩 무리지어 출몰하고 있다”면서 등산객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들개와 마주치면 일단 자극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무등산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들개는 야성이 강해져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 소리를 지른다거나 달래기 위해 먹을 것을 던져주면 되레 흥분할 수 있으므로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사람이 드문 샛길을 피해가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무등산 들개는 버려진 개들이 대부분으로, 세퍼드 같은 품종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개들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6∼8마리씩 무리지어 다니며, 무등산에 서식하는 몸집이 작은 설치류를 비롯해 꿩·노루·고라니 등 동물들을 사냥해 먹은 흔적 등도 발견됐다는 게 무등산관리사무소측 설명이다.

등산객 정승현(38·광주시 서구 염주동)씨는 “해질 무렵 홀로 등산을 하는데, 30m 떨어진 비탈길에 들개 5마리가 쳐다보고 있어 깜짝 놀랐다”며 “큰 나무 주변으로 몸을 숨겼다가 들개가 완전 사라진 뒤에야 산에 오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관리사무소측은 들개들이 점점 야성화되고 있는데다, 등산객들이 버린 음식과 인근 주택에서 나온 음식물 등을 먹으며 등산로와 능선 등을 따라 서식 반경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등산객들에게 위협적 존재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잇단 출몰 지역에 ‘들개 출현’을 알리는 경고 간판도 설치한다는 방침이다.

무등산관리사무소는 이미 지난달 무등산 들개가 낳은 새끼 4마리를 포획, 일반인에게 분양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