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도 “황토 살포 자제” … 어민들은 “한마리라도…”
르포 … 적조 주의보 내려진 여수 앞바다 가보니
2013년 07월 22일(월) 00:00
지난 19일 오후 여수시 남면 가두리 양식장 앞 바다, 어선에 탄 어민들의 얼굴엔 불안감이 가득했다.
어민들은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불볕 더위에도 불구하고 5시간이 넘도록 어선 스크루를 돌려 ‘붉은 죽음의 띠’ 를 부수느라 여념이 없었다. 몸이 젖은 솜마냥 무거웠지만 어민들은 붉은 띠가 양식장을 덮칠까봐 쉬지 않고 스크루를 돌려 댔다.
방제 당국이 이날 여수시 소속 64t급 어업지도선을 타고 찾은 여수시 남면 화태리 앞바다에는 이미 물감을 뿌려 놓은 듯한 검붉은 적조 띠가 200m 가량 진을 친 채, 금방이라도 양식장을 덮칠 듯 넘실거리고 있었다.
공무원들은 여수·고흥 일대에 적조 주의보가 발령된 18일부터 점점 세력을 키워가고 있는 ‘붉은 띠’의 규모와 기세에 잔뜩 긴장하며 지도선·행정선·정화선을 총동원해 날마다 예찰을 하고 있다.
황동열 여수시 어업생산과 과장은 “ 장마로 토양에 있던 영양염이 바다로 유입된데다, 일사량 증가 등으로 적조 주의보가 내린 시기도 지난해보다 10여일 정도 빠르다”고 말했다.
화태리에서 돔·우럭 가두리 양식을 하는 박한명(59)씨는 이날도 7척의 배를 동원, 양식장 주변을 돌며 물 흐름에 맞춰 스크루를 돌려 적조 띠를 밀어내느라 안간힘을 썼다.
물 흐름에 맞춰 스크루를 돌리면 바다표층에 떠 있는 적조가 흩어지는 효과가 있다는 게 어민들 설명이다.
박씨는 그러나 “아무리 면세유라지만 기름값만 8∼10만 원가량 든다”면서 “밤에는 수온이 떨어져 적조가 덜하지만 언제 양식장을 덮칠지 몰라 잠도 못자고 있다”며 걱정했다.
현장 어민들 사이에서는 전남도가 황토 살포를 자제키로 했다는 소식에 대한 불만도 가득했다. 전남도는 적조 방제에 쓰이는 황토 효과가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최근 사용 자제를 각 지자체에 권고한 상황이다.
반면, 어민들은 바다에 황토를 뿌리면 입자가 적조생물에 달라붙어 함께 바다 밑으로 가라앉으면서 산소 차단막을 깨뜨리는 효과가 있다고 믿고 있다. 이 때문에 어민들은 언제 밀어닥칠지 모르는 적조띠를 감시하면서 어선 스크루를 돌리는가 하면, 여수시가 3만8000t의 황토를 놓은 비축해 놓은 지역에서 직접 황토를 퍼 날라 양식장 언저리에 뿌리고 있는 형편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보상 기준을 적용하면서 양식 어류를 방류하라는 전남도 입장에 분통도 터뜨리고 있다.
여수시 남면 김근평 어촌계장은 “감성돔은 판매가가 kg당 1만원이 넘는데, 전남도 보상기준은 치어 한마리당 160원· 성어도 2680원에 불과해 선뜻 방류할 수 없는 상황이다”고 했다.
정부가 보험비의 70%를 부담해 주는 양식재해보험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가입률이 낮은데다, 가입하려고 해도 정부가 지원해주는 예산이 부족해 가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수만 하더라도 가입 대상인 489곳 양식 어가 중 재해보험은 68곳만 신청했고 이마저도 37곳만 가입됐을 뿐 나머지는 승인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래저래 어민들은 지자체도 정부도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바다를 떠돌며 적조띠를 없애느라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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