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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불법 현수막 부실 철거 가로수 몸살

불법 현수막 부실 철거 가로수 몸살
구청 제거 과정서 철사·노끈 등 그대로 방치
나무 움푹 파여 성장 저해…깔끔한 철거 절실


입력날짜 : 2013. 07.02. 00:00

1일 오후 광주 북구 문흥동의 한 가로수에 불법현수막이 제거되고 남은 철사와 노끈이 그대로 남아 있다./이정민 기자 genius@kjdaily.com
광주지역 곳곳에 심어진 가로수가 불법현수막 단속 공무원들의 부주의로 줄기가 움푹 패이는 등 몸살을 앓고 있어 비난이 일고 있다.

이들 공무원들이 현수막을 철거 할 때 현수막만 가져가고 가로수에 묶여 있던 노끈이나 철사 등은 그대로 방치해 놓고 있어 가로수가 상처를 입은 것은 물론 도시 미관까지 해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오후 광주 북구 문흥동의 한 거리. 이곳은 이미 구청에서 단속을 했는지 인도에 있는 가로수 등에 걸려있는 불법현수막은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취재기자가 가로수를 자세히 살펴본 결과, 불법현수막을 제거하다가 남은 노끈 등이 그대로 남아 바람에 날리고 있었다. 특히 바로 옆 가로수에는 제거하다가 남은 철사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문제는 가로수의 경우 성장하면서 자연스레 나무기둥이 넓어지게 되는데 이 방치된 철사로 인해 움푹 파이게 된다는 점이다. 단속 공무원들의 깔끔하지 못한 작업 때문에 값비싼 가로수가 흉한 몰골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전남대 조경학과 김은일 교수는 “나무는 부피성장을 하는데 노끈이나 철사 등은 팽창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조여서 묶어놓으면 나무를 파고드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나무가 정상적인 성장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면서 “뿌리에서 흡수된 수액들이 잎, 수관부까지 올라가야 되는데 그것을 차단시켜버리면 나무가 성장하는데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만약 가로수가 고사하게 된다면 적지 않은 혈세가 낭비된다. 실제 가로수 한 그루당 가격은 규격과 종류마다 다르지만 나무둘레 10점에서 15점을 기준으로 은행나무 47만원, 이팝나무·느티나무 40만원 등에 거래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근 주민들은 불법현수막을 제거하는 것은 좋은데 일을 너무 대충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문흥동에 거주하는 주민 조모(46)씨는 “불법현수막 제거를 하는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인데 이렇게 깔끔하게 처리를 하지 않으면 일을 하고도 욕을 먹는다”면서 “날씨도 더운데 수고스럽겠지만 이왕 철사까지 말끔하게 제거해 가로수가 죽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북구 관계자는 “하루에도 현수막을 수십에서 수백건을 제거하다 보니 처리하는 과정에서 가끔 실수로 마지막까지 제거를 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앞으로는 가로수가 상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북구 관내에는 지난 2011년 4만3천328건, 2012년 3만5천250건, 올 1월부터 5월까지는 1만513건의 불법현수막이 제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