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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평창올림픽] ‘탱크’ 거절할 상황 없었는데 주장이 엇갈린다니…

이승훈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6400m) 금메달에 대한 평가절하가 끊이지 않는다. 최초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한국 S 신문은 사실확인 의지 없이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정재원 세계랭킹 8위…주형준 끼어들 여지 없다

일간지 S는 2월 27일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3200m) 후보선수 주형준이 은메달 획득 과정에서 투입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은 대회 준비 차원의 국제경기에서 이승훈 매스스타트 우승을 위한 ‘탱크’ 작전을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럴만한 상황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반박을 접하고도 2월 28일 S 신문은 ‘취재원비닉’을 하며 “2명 이상이 증언했다”라면서 “주형준-대한빙상경기연맹 의견이 엇갈리므로 전후 관계를 따져보아야 한다”라고 어필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한국 출전권은 2장이다. 2017-18시즌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시리즈 세계랭킹 1위 이승훈과 8위 정재원이 쿼터를 배정받았다.

이승훈은 2017-18시즌 남자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세계랭킹 1위, 정재원은 8위에 올라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매스스타트 금메달을 획득한 이승훈이 정재원과 함께한 모습. 사진=AFPBBNews=News1

주형준은 2016-17 및 2017-18시즌 남자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세계랭킹에 없다.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직전 2년 동안 이승훈의 ‘탱크’ 역할을 하고 싶어도 그럴 기회가 없었다.

■주형준 매스스타트 상관없이 팀추월 대표로 활동

주형준은 남자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국가대표로 이승훈과 2014 소치동계올림픽 은메달부터 2017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획득했다.

2017 동계아시안게임 남자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결선은 2월 22일이다. 주형준이 매스스타트 국가대표로 활동하지 못한 2016-17~2017-18시즌에 포함된다.

주형준이 2014 소치동계올림픽 남자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은메달 시상식에서 이승훈 등과 함께 있는 장면. 둘은 2017 동계아시안게임 같은 종목 금메달도 합작했다. 사진=AFPBBNews=News1

이승훈·주형준이 포함된 한국 팀추월 대표팀은 2017년 2월 10일 국제빙상연맹 세계선수권 남자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결승에서 5위에 머물렀다.

주형준은 세계선수권 입상 실패 12일 후에도 이승훈과 동계아시안게임 정상에 함께 섰다는 얘기다. 매스스타트 월드컵에 출전하지 않는 동안에도 팀추월 대표 입지에는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다.

■‘대한체육대상’ 김민석도 팀추월 선수다

대한민국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은메달 국가대표팀 주전은 이승훈과 정재원 그리고 김민석이다.

김민석은 2017 동계아시안게임 남자스피드스케이팅 1500m 및 팀추월 2관왕과 매스스타트 동메달 그리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 1500m 동메달과 팀추월 은메달이라는 업적을 인정받아 ‘제64회 대한체육회 체육상 대상’에 선정됐다.

김민석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스피드스케이팅 1500m 동메달 시상 후 모습. 올림픽 팀추월 은메달 그리고 2017 동계아시안게임 금2·동1의 업적도 인정받아 ‘제64회 대한체육회 체육상 대상’에 선정됐다. 사진=AFPBBNews=News1

주형준은 2012 아시아선수권 5000m 은메달 이후 국제대회 개인 종목 입상이 없다. 김민석 그리고 남자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세계랭킹 1위 이승훈과 8위 정재원으로 구성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주전 3인을 제치고 공식전에 투입될 어떠한 객관적인 명분도 존재하지 않는다.

■주형준 건강 문제 심각했다

2017-18시즌 주형준의 남자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시리즈 세계랭킹은 1500m 44위가 전부이며 다른 종목 순위에는 없다.

2년 전까지만 해도 1500m 18위와 5000·1만m 48위, 매스스타트 23위로 남자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개인 종목에 활발하게 출전한 것과는 차이가 확연하다.

 주형준은 ‘혈소판 감소증’ 여파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권 자력 확보에 실패했으나 이승훈의 1500m 쿼터 양보로 개인 종목 참가 및 팀추월 예비선수에 포함될 수 있었다. 사진=AFPBBNews=News1



 

주형준은 2017년 상반기 ‘혈소판 감소증’ 진단을 받았다. 신체에 산소를 공급해주는 혈액 기능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은 엘리트 운동선수에게는 치명적이다.

혈소판 감소증 치료제로 쓰이는 스테로이드는 건강한 체육인이 복용한다면 경기력이 향상되기 때문에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금지약물로 지정되어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이라는 목표 하나로 주형준은 병원에 입원하여 도핑 적발 위험이 있는 약물 진료를 집중적으로 받는 대신 ‘지속적인 수혈로 혈소판 보충’이라는 금전적으로도 적잖이 부담되는 방법을 선택했다.

확진 시점이 2017년 봄이었을 뿐 ‘혈소판 감소증’의 진행은 늦어도 2016-17시즌부터 시작됐을 것이다. 주형준이 매스스타트 월드컵 국가대표 자격을 확보하지 못한 시기와 일치한다.

■후배 투혼에 감명받은 출전권 양보가…

주형준은 ‘혈소판 감소증’ 여파로 남자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시리즈 1500m 세계랭킹 44위에 머물러 2018 평창동계올림픽 쿼터를 자력으로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 및 2017 동계아시안게임 메달을 함께한 이승훈은 주형준의 딱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흔쾌히 자신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스피드스케이팅 1500m 참가자격을 양도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스피드스케이팅 1500m 본선을 17위라는 올림픽 개인 최고 성적으로 마무리한 주형준은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승훈 형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승훈이 걱정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국가대표팀은 하나 이상의 개인 종목 참가자격이 있어야만 일원이 될 수 있다.

주형준은 이승훈의 쿼터 양보가 없었다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이 불가능했다. ‘혈소판 감소증’으로 투병하느라 출전자격도 자력으로 얻지 못한 선수가 팀추월 실전 투입을 기대하기에는 이승훈-정재원-김민석이라는 호화 멤버로 구성된 주전 3인의 위상과 기량이 너무도 견고하다.

이승훈은 ‘빙상 전설’이라는 수식어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슈퍼스타다. 서로 다른 4종목 합계 동계올림픽 금2·은3이라는 스피드스케이팅 경력은 그의 위대함을 다 표현하지 못한다.

 

이승훈 MBN Y FORUM 2018 참석 후 인사 장면. 사진=옥영화 기자


국제빙상연맹 세계선수권 쇼트트랙·스피드스케이팅 두 종목 개인전 메달이라는 위업의 주인공이 바로 이승훈이다. 2016년 세계스피드스케이팅선수권 매스스타트 우승자이자 2005년 세계쇼트트랙선수권 1500m 동메달리스트라는 경력은 경이롭다.

일간지 S는 이승훈의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금메달이라는 성취를 다른 종목인 팀추월 예비선수이자 최근 2년 동안 매스스타트 월드컵에는 출전하지도 못한 주형준을 근거로 깎아내리고 있다.

주형준의 2016-17시즌 이후 남자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랭킹과 월드컵시리즈 출전 명세만 확인해도 ‘이승훈 탱크 제안 거절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팀추월 출전기회를 박탈당했다’라는 주장이 진실이라고 판단할만한 국제대회가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S 신문은 “주형준과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에 전후 관계를 따져보아야 한다”라며 이승훈을 곤경에 빠뜨린 최초 보도를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간지 S는 “주형준이 온라인에서 과도한 비난을 받고 있어 유감”이라는 초점을 벗어난 염려까지 공개적으로 했다.

이승훈은 세계랭킹 1위이자 2016 세계선수권 챔피언이라는 이유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금메달 0순위로 평가되는 것이 당연시됐다.

이런 큰 기대에 부응하고자 쇼트트랙 훈련을 선수촌 밖에서 병행한 이승훈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엘리트 집중관리’ 수혜자로 대상자가 아닌 2018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선수에게 소외감을 줬다”라는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신혼여행까지 미뤄가며 우여곡절 끝에 획득한 이승훈 2018 평창동계올림픽 남자스피드스케이팅 매스스타트 금메달은 심상치 않은 투병에도 의지를 꺾지 않은 후배를 위해 출전권을 양보한 미담 때문에 폄하되고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억울하다’라는 형용사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아무 잘못 없이 꾸중을 듣거나 벌을 받거나 하여 분하고 답답하다.’

‘억울하다’ 관련 어휘로는 ‘원통하다’도 있다. 지금 이승훈의 억울함과 분함 그리고 답답함과 원통함이 진심으로 걱정된다. dogma01@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