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월16일, “전원 구조” 언론 보도에 핸드폰과 손지갑만 들고 허겁지겁 진도 팽목항으로 달려온 ‘은화 엄마’는 ‘그 날’로부터 1000일 다 되도록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딸을 아직 찾지 못했으니까.
“2015년 여름에 다윤 엄마랑 광화문에서, 청운동에서 피켓 들면서 ‘혹시 저 숫자(세월호 참사로부터 몇 일)가 네 자리가 되지 않겠지?’했는데 다윤 엄마가 ‘끔찍한 소리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근데 그 끔찍한 일이 현실이 됐네요.”
지난 6일 진도 팽목항에서 만난 미수습자 조은화 양 어머니 이금희 씨는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
“저희한텐 1000일이 별 의미가 없어요. 하루나 100일이나 1000일이나 가족을 못 찾은 건 똑같아요. 변한 게 없어요.”
벌써 3주기가 가까워오는데 세월호는 아직도 차가운 바다 속에 있다. 그 배 속에 ‘내 아이’가 있을지 없을지, 찾을지 못 찾을지하는 두려움과 공포를 안고 하루하루를 버텨온 미수습자 가족들이다. ‘1000’이란 숫자가 끔찍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배가 물 속에 있는 한, 희망도 잠겨 있다
진상규명, 안전한 나라 건설 등 세월호 참사가 우리 사회에 던져준 숙제들이 적지 않다.
이번 세월호 참사 1000일을 기점으로 이를 바라는 국민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사실상 탄핵시킨 광장 촛불의 힘을 통해 3주기 전에는 “전과 비교해 뭔가 가시적인 성과가 만들어지지 않겠냐”는 기대와 희망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미수습자 가족들은 말한다. “배가 거기에 있는데 어떻게 `성과’가 있을 수 있겠냐”고.
“생각해 보세요. 핸드폰을 약정을 하고 사요. 근데 액정도 안 나오고, 통화 음질도 안 좋고 고장이 나요. 왜 고장이 났을까 여러 `설’이 있을텐데 대리점에 가면 뭐라고 해요? `그럼 핸드폰은요?’라고 하겠죠. 그게 세월호 인양이에요. 많은 설이 있습니다. 핵페기물, 잠수함, 철근, 앵커(덫) 등. 근데 뭐가 맞는지는 우리가 눈으로 봐야 하는 거죠.”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가장 중요한 증거물이 세월호 선체라는 말이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말하는 `온전한 인양’은 세월호 선체를 훼손 없이 인양하는 것은 물론 9명의 미수습자를 모두 가족의 품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이 씨는 “그것이 세월호 참사의 문제를 풀어가는 순서”라고 강조했다.
“2014년 4월16일날 내려와서 가족 찾아 올라가겠다고 했던 9분 가족들이 못 올라가고 있어요. 그러면 그거부터 해결해주는 게 `사람’이고, `가족’이고, `인간’인거죠.”
▲ “너무 오래 물속에 뒀다”고 사과해주길…
지난해 9월30일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 활동이 종료된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세월호 특별법(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 개정 등이 논의되고 있다. 특조위 부활은 물론 조사 기간과 권한을 강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이 씨는 “하지만 특별법에 대한 논의 속에 가장 중요한 세월호 인양과 희생자 수습은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인양을 해서 아이부터 찾아야지, 내 딸 못 찾으면 다 소용이 없는 거예요. 3주기 전에 배가 올라와서 9명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3주기 안에)배만 올라와도 좋겠습니다.”
1000일 문턱, 딸을 보기 위해 앞으로도 얼마를 더 기다려야 할지 모를 `은화 엄마’의 심정이다.
“너무 억울해요. 외로운 건 참겠는데, 너무 억울한데 말할 데도 없어요. 아이를 못 찾을까봐, 인양이 안 될까봐, 그 두려움, 공포가 크니까 외롭다 뭐다 다른 건 느끼지도 못해요. 아픈 것도 모르겠어요. 아이 어떻게 찾지 이거 생각하기 바빠요. 내가 왜 이러면서 살지 서럽고, 서글프고, 억울하고 분하고.”
은화를 찾으면 이 씨가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은화 예쁘게 꾸며서, 650만 명 서명(세월호 특별법)한 사람들, 먼저 (희생자)찾아간 부모들, 세월호 활동한 모든 사람들, 정부 기관 관계자들, 대한민국 많은 엄마, 아빠, 은화보다 어린 동생들도 와서 `언니 미안해요, 너무 오래 있게 해서. 차가운데 너무 오래 있게 해서’라고 사과 해주길 바라요. 우리 은화 너무 억울하고 속상하고 분한 걸 풀고 갔으면 좋겠어요.”
그는 `세월호 목소리’가 적어도 51%의 우선 순위를 세월호 인양과 남은 9명의 희생자 수습에 둬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지 않는 나라는 그 어떤 것도 책임지지 않아요. 그 기본 의무를 다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길에 가장 우선한 것이 9명을 찾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에 아파하는 많은 분들도 `우리가 9명부터 찾아야 한다’는 것에 더 힘을 모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9명부터 찾자’고 더 외쳐주세요”
이날 은화 양 가족과 다윤 양 가족은 세월호 참사 1000일을 앞두고 수백 통의 엽서를 붙이고 있었다. 정성 스럽게 준비한 손수건에, 두 가족이 함께 쓴 편지를 말아 봉투에 넣었다.
“많은 분들이 사람부터 찾자고, 인양에 힘 모아달라”는 호소를 담은 이 엽서는 전국에 있는 국회의원, 정치인, 종교, 언론, 방송인 등에 전달될 예정이다.
“사실 이 엽서를 받을 분들이 먼저 은화, 다윤이 엄마 어떻게 살고 있냐고 그래주셨으면 더 감사했을 것 같아요. 미안하다고. 바다 속에 (아이들을) 너무 오래 있게 해서 너무나 죄송하다고. 우리가 원하는 건 아이를 찾아서 집에 가는 거예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엄마, 아빠의 그 마음으로 함께 해주셨으면 감사할 것 같아요.”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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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000일을 앞둔 지난 6일 미수습자 은화·다윤 양의 가족들이 전국 정치·종교·언론계 등에 보낼 엽서를 붙이고 있다. 이 엽서에는 미수습자 수습과 세월호 인양에 힘을 모아달라는 마음을 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