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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유해 우레탄 제거 징계?" 광주시 논리 납득 안돼”

광산구 “재난 판단, 교육청 예산 투입 어려워 재난기금 사용”
시 ‘교육청 업무’ 지적에 “광주시 잣대, 적극행정 흐름 역행”
“불법 없고, 답변 했는데 ‘구청장이 답 안했다’고 경고? 부당”
강경남 kkn@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7-01-09 18:08:56
 

 

▲ 광주지역 한 학교에 설치된 우레탄 트랙에서 주민들이 운동을 하고 있다.<정의당 광주시당 제공>

광주시 감사위원회가 재난안전관리기금(이하 재난기금)을 사용해 학교 우레탄 트랙을 철거한 광산구에 징계를 요구한 근거는 우레탄 트랙 철거가 ‘교육청 소관 업무’라는 것이다.

이에 앞서 우레탄 트랙(탄성포장재)에서 중금속이 과다 검출되는 것을 ‘재난’으로 볼 수 있을 것이냐도 쟁점이 됐다.

이 쟁점 사항을 둘러싸고 시는 광산구가 재난기금을 부적정하게 사용했다며 문제를 삼는 것이고, 구는 “필요한 조치였다”며 다른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우레탄 트랙 문제가 교육청을 대신해 광산구가 나설 만큼 시급한 재난이었냐”는 점을 따지는 게 핵심인 셈이다.

지난해 7월 광주지역 우레탄 트랙을 보유한 59개 학교에 대한 유해성 검사 결과 53개 학교에서 납(Pb) 등 중금속 검출량이 기준치(90mg/kg)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광산구에 소재한 학교는 초·중·고·특수학교를 포함해 총 10곳이었다.

중금속은 소량이라도 건강에 상당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고, 특히 어린 아이들의 경우 더 심각한 건강권 침해가 우려돼 우레탄 트랙 철거 및 교체 요구가 잇따랐다.

광산구는 9일 “학교시설에서의 중금속 검출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학생뿐 아니라 학교를 이용하는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도 위협하기 때문에 주민의 복리와 관련한 자치사무의 소관으로 충분히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상황을 주민 건강권 및 안전을 위협한 ‘재난’으로 판단한 것이다.

우레탄 트랙이 학교 시설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조치 책임은 학교, 관할 교육청에 있다. 하지만 당시 광주시교육청에서 문제가 된 모든 학교의 트랙을 철거할 여력이 충분치 않았다.

당장 트랙 철거에 투입할 예산도 확보하기 어려웠던 것.

중금속 과다 검출 사실이 드러난 상황, 오히려 이를 방치하는 것이 더 문제시된 게 당시 광주지역 내 여론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광산구는 지난해 7월 각 학교 우레탄 트랙 면적 현황 및 철거 수요를 조사하고, 시교육청과 협의에 나섰다. 이를 통해 희망학교에 대해선 광산구가 재난기금(최대 2억1000만 원)을 사용해 트랙을 철거하고, 시교육청이 재시공하기로 했다.

실제 철거가 이뤄진 학교는 1곳이었고, 사용된 재난기금은 1231만 원이다. 참고로 광산구가 관리하는 재난기금은 약 39억 원이다.

시 감사위원회는 지난 5일 ‘광산구 종합감사 처분 결과’를 통해 “학교 탄성포장 트랙 철거비용은 재난관리기금 관리 대상 업무가 아니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문제 삼았다.

“교육청 소관 업무에 재난기금을 사용한 것은 부적정 업무”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 감사위원회 지적에 대해 구는 “교육청이 당장 조치를 취할 수 없고, 주민 안전이 걱정되는 상황에서 ‘남의 일’이라고 손 놓고 있었어야 하는 것이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구는 “재난 예방활동(조치) 차원으로 한 결정이고, 법률 자문 결과 하자 없었다”며 “광주시가 관련 법령 사이에 발생하는 미묘한 해석 차이를 가지고 문제를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구의 한 관계자는 “시 감사위원회의 논리는 재난기금을 사후(재난이 벌어진 뒤)에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협소하게 해석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학교 일은 교육청 소관이다’고 하는 건 앞으로 부서나 기관간에 ‘칸막이’ 치고 ‘내 일’ 아니면 하지 말라는 말이나 다름 없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그는 “광주시가 처음에는 우레탄 트랙 문제가 ‘시급한 재난’이냐를 따지다 나중에는 ‘광산구가 아닌 교육청 일이다’로 논조를 바꿨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다른 구 관계자는 시 감사위원회의 징계 요구에 대해 “길 가다 넘어진 사람 일으켜 세우는 걸 ‘네 일도 아닌데 왜 했냐’고 혼내키는 거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 감사위원회의 처분결과는 행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흐름에 거꾸로 가는 것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광산구 감사관실은 “시 감사위원회의 징계 요구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형배 광산구청장에 대한 기관장 경고에 대해서도 구는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시 감사위원회는 “구체적 계획 및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탄성포장제 우선철거 내용으로 (광산구가)언론에 사전 보도하고, 재난기금 사용과 관련된 질문서를 보냈는데 구청장이 답변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기관장 경고를 내렸다.

광산구가 재난기금 사용에 대해 전혀 답변을 안 한 건 아니다. 지난해 11월 자치행정국장이 날인한 정식공문으로 답변서가 발송이 됐지만, 시 감사위원회가 이를 ‘광산구청장 답변’으로 인정하지 않고 의견이 없는 것으로 간주, 기관장 경고를 내렸다.

구는 “명백한 위법이 확인된 경우에나 하는 기관장 경고를 ‘답변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하는 것은 더더욱 받아들일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국민안전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및 이 법의 시행령을 개정해 지난 8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는 ‘지자체 재난관리 역량 강화를 위해 재난기금 사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취지다.

구는 “이 역시 이번 광산구의 ‘적극행정’을 뒷받침 하는 조치다”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