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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유명무실한 교통약자 노인 보호 '실버존' 어떻게

속도 줄지 않아 오히려 '사고우려' 구간


홍보 없고 지자체마다 제한속도 제각각 '쌩쌩'

광주만 43곳… 일부 신호등 미작동 관리 허술

"노인보호구역인데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너무 빨리 달려요. 속도제한도 제각각인데다 신호등도 미작동이고 입간판도 미비해 허술한 관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노인들 안전을 위해 대책을 하루빨리 세워야 합니다."

정부가 노인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추진한 '노인보호구역(실버존)'이 홍보와 관리 미흡으로 인해 오히려 교통사고가 우려되는 등 유명무실한 구역으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 1일 광주 동구의 한 노인복지관 앞 도로에는 신호등과 함께 노인보호구역임을 알리는 문구가 도로 바닥에 표시돼 있다.

인근에는 노인보호구역으로 속도를 줄어달라는 문구가 새겨진 야광으로 된 표지판까지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차량들은 이를 무시한 듯 과속질주를 일삼고 있었다.

'노인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에 의해 속도를 시간당 30㎞ 이하로 지정할 수 있지만, 이곳의 최대 속도는 50㎞로 지정돼 있었다.

광주 남구 빛고을 노인건강타운 인근도 사정은 비슷했다.

빛고을 노인건강타운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왕복 2차선 도로는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과속방지턱 등이 설치됐지만, 이를 알리는 내용의 문구나 표지판이 없어 차량들이 쌩쌩 속도를 내며 달리고 있었다.

빛고을 노인건강타운으로 향하는 신호등 중 일부는 아예 작동도 되지 않고 있었다.

주민 김모(65·여)씨는 "노인 시설을 이용하려고 하는데 차량들이 과속질주해 깜짝 놀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며 "노인들의 안전을 위해서 정책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시와 광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광주에는 43곳이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다.

동구 6곳, 서구 11곳, 남구 7곳, 북구 9곳, 광산구 10곳 등으로 주로 노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요양시설이나 병원, 경로당 등이 대상이다.

노인보호구역은 지난 2007년 5월 '노인보호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에 따라 시행됐으며 해당 시설의 출입문을 중심으로 반경 300m내에서 속도를 제한하고 주·정차도 금지돼 있다.

하지만 각 노인보호구역마다 속도제한이 제각각인데다, 운전자들도 노인보호구역 지정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지자체마다 교통흐름을 이유로 속도제한이 시간당 30~60㎞ 사이로 제각각 지정돼 있어 운전자들의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일부 구간에서는 노인보호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너무 멀리 떨어져 표시돼 있거나 나무에 가려 확인이 불가능한 곳도 있어 각종 시설에 대한 관리도 절실한 실정이다.

시민 김모(72)씨는 "적극적으로 노인보호구역을 홍보해 노인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며 "특히 과속으로 도로를 건널 때마다 항상 조마조마한 심정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시설물 주 출입구가 간선도로에 직접 연결된 곳들이 있어 차량들이 이동을 해야한다는 이유로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며 "하지만 전수조사를 마친 만큼 시설보강과 과속단속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지역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난 2012년 112명, 2013년 110명, 2014년 8월 기준 63명으로, 이중 65세 이상이 2012년 34명, 2013년 43명, 2014년 23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