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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20년째 제자리걸음, 신창동 선사유적지

20년째 제자리걸음, 신창동 선사유적지
입력시간 : 2014. 07.15. 00:00


 

광주 광산구 신창동유적지가 사적지로 등록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기약없는 발굴예정과 관람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채 잡초만 무성한 공터로 장기방치돼 인근 월봉·반월·반촌마을 주민들의 볼맨소리가 이어지고 있다.오세옥기자
문화재청 뒷짐… 장기방치로 '황량'

개발제한 등으로 인근 마을 주민들만 빈땅 놀려

발굴개발비·허가 등 정부 의지 없으면 어려워

광주 광산구 신창동에 위치한 선사유적지가 지난 1992년 사적지로 등록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여지껏 이렇다 할 관람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채 황량한 공터로만 장기방치되고 있다.

찾아오는 관람객은 거의 없는 실정이며, 문화재 발굴예정지인 탓에 개발도 제한돼 인근 반월마을 주민들의 볼멘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장기방치 이유로는 92년 사적지 등록 이후 95년부터 유물유적에 대한 발굴이 시작됐지만, 지역이 워낙 방대한데다, 토지매입의 장기화와 유물 발굴기술의 부족, 여기에 허가권과 예산권을 쥔 문화재청의 뒷짐도 한몫을 거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 선사유적지는 지난 1962년 옹관묘 조사를 통해 학계에 알려졌고 1992년 광주-장성간 도로공사 중 유적이 확인돼 조사에 들어갔다.

사적지로 지정된 총 면적은 38만436㎡로 현재까지 12차례에 걸쳐 대략 2만㎡지역에서 발굴이 진행, 유물 2만여 점이 발굴돼 국립광주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이렇다 보니 입구에 설치된 선사유적지 표지판을 보고 찾아오는 관람객들은 센터 가건물 안에 설치된 표지판과 홍보책자로만 유물을 접하는 데 그치고 있다.

유물전시장은 고사하고 문화재 돌봄이가 상주하는 가건물에는 화장실도 없어 직원과 관람객들의 불편을 사고 있다.

돌봄이 봉사자 이모(62)씨는 "화장실을 갈 때면 인근 주유소나 은행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고 찾아오는 관람객들도 마찬가지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이같은 불편은 물론 문화재 돌봄이 봉사자가 근무하지 않는 시간에는 관리가 힘들어 올해 초엔 지나가던 행인이 전시물을 돌로 쳐 파손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심지어 버리고 간 쓰레기도 가득해 사적지라는 이름이 무색한 실정이다.

광주시에 따르면 올해 발굴이 예정된 구간은 보건대 앞 육교 인근 4천㎡로 총 예산 3억여원이 확보돼 올 8월 말에 발굴이 시작될 예정이다.

문화재 발굴 및 개발 과정은 지자체와 문화재청의 협의하에 이루어지고 국비 70%, 지자체비 30%로 예산이 꾸려져 사실상 정부지원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전시장 설치 등 개발관련 허가권은 문화재청의 의향에 달려 있다"며 "95% 정도 진행된 토지매입이 끝난 뒤 5년여간 발굴조사를 거치는 등 단계적으로 문화재청의 도움을 받아 전시장을 건립할 계획에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신창동 선사유적지는 워낙 면적이 넓어 토지매입비용이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나 많지는 않아도 토지매입예산을 꼬박꼬박 편성해주고 있다"며 "다만 전시장을 지금 건립하면 발굴이 완료될 때 애물단지가 될 수 있어 신중하게 생각할 문제다"고 해명했다.

이처럼 개발이 늦어지면서 신창동 선사유적지 주변 월봉·반월·반촌마을 주민들은 쉽사리 집도 바꾸지 못하고 빈땅을 텃밭으로도 쓰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있다.

자영업자 A씨는 "마을에 신축을 하기 위해선 해당 토지의 문화재청 발굴조사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이 6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가기도 한다"며 "이 때문에 쉽사리 집도 새로 짓지 못하고 오래된 건물에서 사는 이도 많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A씨는 "현재 발굴예정지는 잡초가 많이 자라 벌레나 뱀, 지네가 자주 나타나며, 노는 땅을 십수년째 바라보는 주민들의 마음도 편치 않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