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재래식 변기 비율 52.9% "예산 배정 뒷전 개선사업 지지부진"
직장인 김모씨(47·남·서구 화정동)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 아이로부터 '화장실' 문자를 간혹 받곤 했다. "집에 화장실을 가야하니 데리러 올 수 있느냐"는 내용이다. 학교 화장실이 재래식이어서 이용하기가 불편하다는 거였다.
대학생인 정모씨(21·북구 삼각동)도 중·고교시절 화장실 문제로 택시를 이용한 게 여러번이었다.
광주지역 일선학교의 화장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절반 이상 시설이 좌변기가 아닌 재래식 변기(화변기·和便器)여서 다수 학생들의 불편을 겪고 있어서다.
3일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인천 계양갑) 의원이 내놓은 '전국 초·중·고 학교 화장실 현황'에 따르면 광주지역 학교에 설치된 변기수는 2만3천273개로 학생 1인당 변기수는 0.10개이다.
학생 1인당 변기수는 세종이 0.16개, 전남 0.15개로 가장 많은 수준이고 광주는 0.10개로 인천 0.09개 다음으로 서울 부산, 대전과 같은 수준이다.
특히 광주의 경우 재래식 변기수가 1만2천202개로 전체 변기의 52.4%인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이 넘는 변기가 아직도 의자식이 아닌 쪼그린 채 사용하는 화변기인 셈이다.
광주지역 학교의 재래식 변기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
2012년 10월 실시된 국회 교육과학위원회의 광주시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 때 이용섭 의원은 '광주지역학교의 좌변기 전체 설치율은 42.9%로, 특히 남학생의 경우 48.1%인 반면 여학생은 39.5%에 불과하다"면서 "특히 광주 동구 한 초등학교의 경우 교직원 화장실에는 좌변기 남여 각각 4개씩 설치돼 있지만 학생화장실에는 좌변기가 하나도 설치돼 있지 않다"고 개선을 촉구했다.
이같은 지적을 받든 뒤 2년 가까이 지났지만 광주지역 재래식 변기 개선사업은 진척이 매우 더딘 상태다. 광주 학교의 재래식 변기 비율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울산(61.2%), 경남(59.9%) 경북(55.8%)에 4번째로 높았다.
같은 광역시 단위 교육청과 비교하면 부산 34.1%, 대구 47.5%, 인천 44%, 대전 9.4%로 광주는 울산과 함께 꼴찌 수준이다.
화장실 개선 사업이 이처럼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상 급식과 교직원 처우 개선 등 각종 경상비용과 직접 지급성 복지예산이 급증하면서 시설예산이 줄어든 게 주 이유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가정은 물론 공중화장실에서도 재래식 변기를 찾아보기 힘든데 유독 광주지역 학교 화장실만 후진적 모습을 보이는 상황이다.
신 의원은 "재래식 변기비율이 지역마다 편차가 매우 큰데 학생들의 학습환경을 저하시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며 "화장실 때문에 학생들이 학교에서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하지 못하고 집에 가는 사례까지 있는데 교육청이 예산을 핑계로 이를 방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화장실을 개선하기 위해선 배관, 바닥, 구조물 공사 등 전체 학교 시설 수리와 연계돼야 한다"면서 "교육청 입장에서는 예산 문제 등에 따른 학교별 시설 수리 시기 등을 감안해야 하기에 한꺼번에 개선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