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 여객선매표소 확인해보니 배표에 인적사항 기록 일일이 확인 '학습효과' 신분증 확인 소홀…"허위로 적어도 무사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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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전남도내 여객선터미널의 수십년 된 승선절차가 다소 개선됐지만 아직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세월호 사고 발생 직후 승객과 실종자, 구조자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큰 혼란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도내에서 운행되는 여객선에서도 누가 탔는지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황금연휴 첫날인 지난 3일 전남 해남군 송지면 땅끝마을 여객선매표소. 연휴를 맞아 땅끝 관광객과 인근 완도군 노화도와 보길도 등으로 가기 위한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여행객들은 매표소에서 배표를 구매하고 매표소 측의 요구로 그 자리에서 배표 빈칸에 이름과 생년월일, 전화번호를 직접 작성했다.
출항 시간이 되자 승객들의 신원과 인원을 확인하기 위해 선착장에 배치된 담당자는 탑승객들의 배표에 인적사항이 적혔는지를 확인했다. 인적사항 작성 여부를 일일이 확인한 것은 세월호 참사 후 바뀐 모습이다.
하지만 인적사항 작성 여부만 확인했지 신분증과 대조하지는 않았다. 누군가 허위로 인적사항을 적어 넣어도 확인이 안되는 것이다. 이날 수십명 탑승객의 신원확인을 거친 후 여객선에 올라타기까지는 고작 10여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이처럼 허술하게 탑승객 확인을 해도 누구도 책임이 없다는데 있다. 지난 1995년 해운항만청이 승선자 수를 정확히 파악하겠다며 승선권을 구입할 때 신분증을 제시하던 절차를 없애고 여객선 승선자의 인적사항을 적도록 하는 내용의 ‘여객선 승선정원 관리제도'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이 제도가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사고가 난 세월호의 승선자 중 배표에 적게 돼 있는 인적사항을 모두 작성한 탑승객이 전체 476명 중 80여명에 불과한 것도 이 같은 낡은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배를 타는 여행객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관광객 김모(51·서울)씨는 “워낙 기다리고 있던 여행이라 취소하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로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해경 관계자는 “승객이 워낙 많다 보니 신분증을 일일이 대조해서 확인을 하면 시간이 너무 걸려 출항시간을 맞출 수 없다”며 “세월호 사건 이후 출항할 때 더 철저히 검사하고 있고 안전사고가 없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