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운전원 처우 개선” 기대…추가 소송 잇따를듯
“도급 근로계약을 맺었더라도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본보 4월 8일자>은 도급택시가 만연한 광주에서 큰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내몰린 도급택시 운전원들의 처우개선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특히, 광주지역 택시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위반’을 이유로 76개 전체 택시회사를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소송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도급택시 운전원들은 쉽게 말하면 ‘월급봉투를 받지 않는’ 노동자다. 12시간이면 4만 원, 24시간이면 7만 원 정도를 택시회사에 내고 택시를 빌려 운행해서 돈을 번다.
그런데 이렇게 번 돈을 운전원이 전부 챙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택시를 운행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운전원 몫이다. 보통 3만 원 정도되는 LPG 가스 충전비가 대표적이다.
8일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광주지회에 따르면, 광주지역 대부분의 택시회사들은 이러한 도급형태로 보유한 법인택시를 운행하고 있다. 정식으로 운전원을 채용할 때보다 비용을 아끼면서도 꼬박꼬박 일정 사납금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택시지부 광주지회 ㅇ교통분회 소속 운전원들도 이러한 도급형태로 사측과 근로계약을 맺고 일을 해왔다. 이들이 택시를 운행해 한 달에 버는 돈은 보통 70만 원, 많으면 100만 원 정도다. 일정치 않다. 이용객이 많지 않을 땐 한 달 내내 일해도 30만~40만 원밖에 못 벌 때도 있다. 조금이라도 택시를 놀리면 많이 벌 수 없으니까 무리한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지난해 3월 ㅇ교통분회는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우리도 회사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니까 최저임금을 달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운전원들의 주장에 사측은 “택시를 운행해서 번 돈을 임금으로 받아갔으면서 또 최저임금을 달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맞섰다.
ㅇ교통분회가 소송을 제기한지 1년만인 지난 3월28일 광주지법은 “피고(ㅇ교통)는 원고들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사측이 주장한 도급택시 운전원들의 임금은 법적으로 임금이 아니라 별도의 ‘생산고 수당’이기 때문에 노동에 따른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도급택시 운전원들도 매월 월급봉투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셈이다. 사측은 이달 초 즉각 항소했지만, ㅇ교통분회와 함께 소송을 제기한 변호사·노무사 등은 “최저임금 지급에 대한 법적 근거가 명확하기 때문에 상급심에서도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이 소송은 잘잘못을 따지는 `사건심’이 아니라 최저임금법의 적용 여부를 가리는 `법률심’이라 대법원까지 가더라도 1년 안에 결판이 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이후 사측을 상대로 힘겨운 투쟁을 벌여 온 ㅇ교통분회 소속 운전원들은 “드디어 우리도 노동자로 인정을 받게 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사측이 항소해 “혹시”하는 걱정도 없는 건 아니지만, 이번 판결을 계기로 “우리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지난해 최저임금 지급을 요구하다 사장에게 폭언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해 회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ㅇ교통분회 운전원 김모 씨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그동안의 노력이 보상을 받게 된 것 같다”면서 “이번 판결을 통해 도급택시 운전원들도 당당하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도급택시 운전원도 최저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판결은 전국에서 최초 사례라 택시 운전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광주지회는 “이번 판결에 대해 문의하는 택시 운전원들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과 관련한 택시 운전원들의 추가 소송이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광주지역 택시 운전원들과 시민사회가 참여한 `전액관리제 시행 촉구와 택시노동자 법정 임금 확보를 위한 광주지역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지난해 10월 최저임금 위반 등을 이유로 광주지역 76개 전체 택시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소송에 참여한 이병훈 노무사는 “ㅇ교통분회와 대책위 소송의 내용은 차이가 있지만, 최저임금법 적용이라는 문제의 핵심은 다르지 않다”며 “다른 회사를 상대로 진행중인 소송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