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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소리>는 6.4지방선거를 맞아 광주의 5개 자치구별로 6대 의원들의 2010년 7월부터 2012년까지 공무국외연수를 다녀온 뒤 제출한 보고서가 적절하게 작성됐는지 검토했다. 이번 1차 분석을 통해 드러난 것은 보고서 대부분이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로 표절 일색이었다. <시민의소리>는 2회에 걸쳐 이를 집중 조명한다./편집자주
6.4 지방선거를 3개월여 앞두고 <시민의소리>는 무공천 대상으로 포함된 기초의원들의 활동상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방안으로 지난 663호에서 조례 제정, 구절질의 5분발언 등으로 중심으로 분석했다. 이번에는 1차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의원들이 선진지 벤치마킹을 한다며 떠난 공무국외연수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보고서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5개 구를 종합해 봤을 때 문제는 3가지로 압축됐다. 먼저, 인터넷에 떠도는 자료들을 출처도 밝히지 않고 복사해 붙여 넣는 것이다. 다른 지역 의회의 보고서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인터넷 블로거가 여행 후 느낀 점을 적어 놓은 것까지 그대로 가져다 쓴 보고서도 있었다.
이 경우 동구의회의 2012년 연수는 홍기월, 채명희 의원이 터키를 다녀왔는데 두 의원은 전반기 후반기 의장이다. 두 의원이 연수를 갔는데 수행공무원도 2명이다. 이곳은 10월에 서구의회가 갔던 곳으로 '의장 예우' 차원에서 '놀이'를 간 것으로 보인다.
홍기월 의원은 "보고서를 베껴서 낼 일이 없다"면서 "확인해봐야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충장축제 관련조사를 목적으로 했으나 보고서엔 단 한 줄도 없었다.
앞서 2011년 연수의 경우도 46쪽의 보고서 가운데 40쪽 은 대부분 인터넷 자료를 그대로 짜깁기해 베기는 수준이었다. 의원들이 자질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두 번째는, 간 곳을 또 간다는 점이다. 어떤 의회에서 한 지역을 방문하고 보고서가 작성됐다면, 그 자료는 다른 의회와 공유가 돼야 한다. 중복된 내용의 연수로 국민의 혈세를 낭비해선 안된다는 소리다. 터키의 경우 경상북도의회가 2012년 5월에 연수를 다녀왔는데, 서구의회가 5개월 후인 10월에 비슷한 내용으로 또 연수를 갔다. 그리고 또다시 동구의회가 같은 해 12월에 다녀왔다. 이는 각 의회끼리 소통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더욱이 서구의회의 터키연수 보고서는 경상북도의회의 2012년 5월의 터키·그리스 공무국외연수 보고서의 내용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부분이 많았다. 성 소피아 박물관에 관한 내용 중 ‘연수단은 이스탄불에서 연수하던 중 경상북도지사 일행과 함께 할 수 있었다’라는 대목마저 똑같았다.
이에 대해 당시 단장으로 참여했던 장재성 의장과 김수영 의회운영위원장에게 질문을 했다.
당시 연수에 참여했던 장재성 의장은 "이스탄불은 오랜 역사가 있어 서구에 지정된 특구에 외지인 유치를 위한 것이었다"면서 "보고서는 다 읽어봤는데 이 정도면 내용이 알차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수영 의원은 "정말 열심히 다녀와서 보고서를 작성했다"면서 "이스탄불에서 경상북도지사 일행을 만났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기자가 경상북도지사 비서실에 전화해 물어본 결과 경상북도지사는 2012년 10월 경에 터키를 간 적이 없다는 답변을 해와 해당 의원이 새빨간 거짓말을 한 것이 드러났다.
세 번째는, 보고서에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연수를 통해서 자치구의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정책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대다수의 보고서가 방문지에 대해 느낀 점만을 나열해 보고서가 아닌 여행후기를 보는 듯 했다.
남구의회의 2010년 중국연수 보고서가 대표적인 사례다. 37쪽에 달하는 보고서가 목적에 부합하지 않게 보였다. 인터넷 블로그 여행후기, 일반적인 방문지 역사, 현황 등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이고 간단히 몇 줄의 느낀 점만 작성한 수준이었다. 또 2011년 싱가포르 해외연수의 13쪽 분량 보고서는 2장을 제외하곤 온통 싱가포르의 정보성 일반현황으로 채워질 정도로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가하면 북구의회의 2012년 베트남 캄보디아 연수가 무슨 목적으로 갔는지 모를 정도엿다. 그곳에서 배울게 무엇이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오히려 베트남과 캄보디아의 현 상황을 아쉬워하고 이 나라들의 발전을 바라는 내용이었다.
광산구의회도 마찬가지로 2011년 중국 연수는 백두산 천지가 일반적인 관광코스에 포함돼 있으며, 평화공동체 실현을 위한 실천적 방법을 제시하는 등의 대안이 없었다.
의원들의 공무여행은 단순 관광이 아니다. 주민의 세금으로 여행을 가라는 것이 아니라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고 이를 구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대안 제시를 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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