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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편의점에서 본 서민경제

편의점에서 본 서민경제
경기침체에 과열경쟁
가족 동원 근근이 버텨
값싼 상품들만 찾는 탓에
고객 같아도 매출 반토막
'장사된다' 하면 우후죽순
언제부터 행사상품 등장
그래도 담배·술은 그대로
입력시간 : 2014. 01.14. 00:00


새해가 밝았다.

하지만 경기침체의 어두운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

정부는 장밋빛 경제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소상공인들은 "새해 들어서도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치고 있다.

특히 대형마트 등 대기업들의 문어발식 확장 등으로 골목상권은 갈수록 쇠퇴해 가고 있다. 이에 서민경제의 애환을 담고 있는 골목상권을 직접 찾아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본다.





# 가족 동원해도 적자 피하지 못해

지난 12일 오후 9시 광주역 근처 한 편의점.

간간히 담배나 커피 음료를 사가는 손님들이 오가기도 하지만 대부분 한산한 모습이다. 매출을 확인한 점주 A씨의 표정이 어둡다.

지난해 3월 편의점을 시작한 점주 A씨는 기대와 달리 계속되는 매출부진에 휘청였다. 적자운영을 피하기 위해 인건비를 줄이고 아내까지 밤낮으로 동원했지만 인근에 또다른 편의점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A씨는 "겨울 인기간식인 호빵까지 아예 팔리지 않을 정도로 서민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며 "경기침체에 과열경쟁까지 더해지며 매일같이 적자만 늘고 있지만 투자비용을 생각하면 문을 닫지도 못해 '울며겨자먹기'로 편의점을 이어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여름에는 커피전문점 보다 보통 3~4천원 저렴한 편의점 커피를 찾는 이들이 많아 그나마 버틸 수 있었지만 겨울에는 그마저도 없다"며 "1천원짜리 커피 보다는 500원인 어묵을 찾는 탓에 고객수가 같아도 매출은 절반에 불과해 여름에 비해 겨울에는 매출이 반토막이 난다"고 설명했다.



# 과열경쟁 피해는 고스란히 점주들 몫

매출부진 보다 편의점 점주들을 더욱 괴롭히는 것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편의점들이다.

조금이라도 장사가 된다는 소문이 나면 곧바로 편의점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지난 가을 주변 상가 건물이 리모델링하면서 1개월 정도 '반짝' 매출이 오르자 상권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또다른 편의점 개점 소식이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편의점 반경 300m안에 이미 7개의 편의점들이 들어서 있는데 바로 옆 상가에 또 편의점을 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편의점 매출이 높아도 회사와 이익금을 나눠 갖는 구조이기 때문에 결국 편의점끼리 경쟁하다 함께 몰락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 서민들 팍팍한 삶 그대로 담겨

서민들의 팍팍한 삶은 편의점에서 팔리는 물건들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권장소비자가격을 제대로 받던 편의점에도 언제부턴가 행사상품이 등장했다.

마트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자 할인 대신 '1+1' 등 행사상품으로 고객들 공략에 나선 것.

편의점을 찾은 손님들도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인지 커피, 담배, 라면, 술 등 대표적인 품목 외에는 '1+1'의 행사상품 위주로 구입하고 있다.

어려운 경기에도 매출이 유지되는 품목도 있다.

바로 담배와 술이다.

새해가 돌아오면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이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박 씨의 편의점은 담배 매출이 그대로였다.

박 씨는 "담배마저 끊을 수 없을 만큼 서민들이 생활이 팍팍한 것으로 짐작된다"며 "서민들이 담배를 끊으려면 금연구역을 확대하는 것보다 경제부터 살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윤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