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주,전남 지역소식

어린이집 정원 확대 찬반논쟁 ‘시끌’

어린이집 정원 확대 찬반논쟁 ‘시끌’
“대기자 많다 늘려 달라”…남구 “정부 지침 어긋나 불가”
“정원 충족 못한 곳들도 많은데 생떼 쓴다” 비난 이어져


입력날짜 : 2013. 12.09. 00:00

광주지역 한 어린이집이 원생 증원 문제를 놓고 규정과 형평성을 무시한 채 해당 구청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


8일 광주시 남구에 따르면 최근 남구청 홈페이지 ‘구청장에 바란다’에는 남구지역 한 어린이집 증원 문제를 놓고 수십여건의 글이 게재되면서 때 아닌 찬반 논쟁이 펼쳐져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논쟁의 출발은 한 어린이집이 “대기자가 많으니 구청의 증원을 요구한다”는 내용에 대해 일부 학부모들의 찬성하고 나오면서부터다.

이 어린이집은 지난해까지 남구 진월동에서 운영해오다가 지난 2월 인근 지역의 증축한 건물로 이사와 현재 79명의 정원이 꽉 찬 상태다. 해당 어린이집 정모(53)원장은 “이 지역 어린이집 수요층을 고려해 건물 크기를 늘렸지만, 지난 3월부터 시행된 무상보육 정책으로 타격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이런 주장에 대해 “이미 정원이 차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더 큰 건물로 이전한 것 자체가 구청의 정원 확대를 노린 것이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홈페이지에 게재된 반대 입장을 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한 학부모는 “모든 어린이집들이 인가를 받을 경우 영유아보육법과 보육수요조사를 통해 인가를 내주고 정원수를 정해줬을 텐데, 큰 건물로 옮겨 면적이 남는다고 정원을 늘려달라는 소리는 말이 안 된다”며 “올해부터 양육수당이 늘어 정원 충족을 하지 못하고 있는 어린이집이 많은 이 시점에서 할 수도 없는 증원을 해달라는 생떼를 쓰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어린이집을 운영한다는 한 원장은 “순리를 저버리고 역행하면 언젠가는 문제가 터진다. 이번 어린이집 원장의 행동은 남구지역 어린이집의 원장과 교사들에게 모욕감을 줬으며,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어린이집 정책을 담당하는 남구청 관계자도 이번 증원 요구에 대해 사실상 힘들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현재 남구지역은 181곳의 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정원대비 충족률(수급률)은 84%에 달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어린이집 정원 조정은 지역 어린이집 공급률과 정원 충족률 등 다양한 제반 상황을 고려해 보육정책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수급계획을 수립, 관련 규정에 따라 결정하게 돼 있다”면서 “올해 국가무상보육정책으로 인해 많은 부모들이 재가양육수당을 받으면서 어린이집 이용이 급감하고 있는 추세다. 어떤 어린이집은 증원해주고 어떤 어린이집은 안 해줄 수 없지 않느냐”며 형평성 문제를 들어 사실상 증원 불가 방침을 내린 상태다.

문제는 이렇게 대부분이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학부모들이 이 어린이집 편을 들고 나오면서 구청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구청 홈페이지에 어린이집 정원 증원 찬성의 글을 올린 한 학부모는 “이 어린이집은 연 면적에 비해 정원이 유난히 적어 대기신청자가 많은 상태다. 구청장님의 융통성 있는 정책을 이끌어 주시길 바란다”고 일방적인 증원을 요청하고 있다. 또 다른 학부모도 “정원 미달인 학교가 있고 정원이 꽉 차서 못가는 학교가 있다. 하지만 우리 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이 더 좋고 경쟁력이 있는 학교를 다니길 원한다”면서 “원장님 입장이 아닌 학부모 입장에서 꼭 이 어린이집에 보내고 싶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중심인 정 원장 역시 “지난해까지 정원 대비 현행 충족률이 89%에 육박해 증원 조건을 갖췄는데도 구청에서는 정부 지침에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하고 있다”면서 “현재 어린이집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대기자들이 많은 데, 이를 고려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한 어린이집의 일방적인 요구에 학부모들까지 서로 찬반으로 갈려 구청 홈페이지를 어지럽히며 행정력 낭비를 조장하고 있는 것이다. /임채만 기자 ic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