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서 이주 고려인들 광주에 모여 사는 까닭은
광산구 597명…“주거비 낮고 기존 정착민 많아”
입력날짜 : 2013. 10.29. 00:00
러시아 고려인들이 살던 곳을 떠나 한국으로 이주하고 나서 광주시에 모여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재기 전남대 정치학과 교수는 서울과 경기도보다 주거 비용이 낮다는 이유 등 경제적인 요인과 이미 정착한 같은 처지의 고려인들이 서로 돕고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광주 광산구에 거주하는 고려인 33명을 심층면접 조사한 결과를 28일 오후 전남대 사회대에서 ‘세계 한인 귀환 디아스포라’라는 주제로 열린 학술회의에서 발표했다.
광주에 거주하는 고려인은 1937년 스탈린의 소수 민족 말살정책에 의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으로 강제 이주한 한민족의 3-4대 후손들이다.
지난 2008년부터 안산, 수원, 부산 등 전국으로 흩어져 있던 이들은 비교적 취업 여건이 좋은 광주의 하남, 평동, 소촌 공단에 취업해 일하면서 광산구 월곡동, 산정동 일대에 거주하고 있다.
2012년 말 현재 광산구에 사는 고려인은 597명으로, 이 가운데 우즈베키스탄 국적이 566명으로 가장 많다. 2008년 조사 때 228명이었지만 2010년(391명)부터 급격히 몰려들었고, 등록하지 않은 고려인까지 포함하면 1천 명이 넘는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중앙아시아 국가 중 상대적으로 우즈베크인 민족주의 경향이 높게 나타나 소수민족인 고려인들이 느끼는 정치·경제적 차별이 높기 때문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그러나 광주에 거주하는 고려인들의 경제적 사정은 넉넉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공단의 단순 근로자나 공사 현장 노무자로 일하며, 월평균 소득은 약 150만원에 지나지 않았다.
조사 대상 10명 중 8명꼴로 매월 50만원 정도를 우즈베키스탄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한다고 응답했다. 이 송금액은 현지에서는 중·상류층의 월급에 해당한다.
광산구 고려인들은 주로 월세 20-30만원의 원룸에서 거주하며, 일부는 단독 주택을 임대해 함께 거주하기도 했다.
조사 대상 90% 이상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수민족으로서 차별과 설움을 감내하며 살아야 했던 삶을 이제는 끝내고 싶다는 응답이 주를 이뤘다.
김 교수는 “소련 시절 강압적 국가권력에 의해 강제 이주를 당했던 고려인들의 실질적인 명예회복이 필요하다”며 “이들을 위해 광주에 고려인을 비롯한 50여 개 디아스포라 민족이 포함된 ‘디아스포라 기념관’을 설립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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