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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지역 최초 장애인 극단 ‘제법’ 창단

지역 최초 장애인 극단 ‘제법’ 창단
1~2급 발달장애인 20명 참여 “다양한 공연 하고파”
강경남 kkn@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3-10-02 16:45:38
 

 

▲ 지적장애인극단 ‘제법’이 2일 서구 풍암동 시청자미디어센터 야외극장에서 창단공연으로 ‘마술피리’를 선보이고 있다.

“우리 극단 이름이 왜 ‘제법’이냐구요? 우리도 노력하면 뭐든 제법 잘 할 수 있다는 뜻이에요.” 광주에서 최초로 1~2급 발달장애인들로 구성된 극단이 등장했다. 장애를 딛고, 당당한 모습으로 세상과 소통하겠다고 도전장을 내민 이 극단의 이름은 ‘제법’이다.

2일 서구 풍암동 시청자미디어센터 야외극장에서 지적장애인극단 ‘제법’의 창단공연 ‘마술피리’가 진행됐다.

광주광역시지적장애인복지협회 소속 장애인 20명이 참여하고 있는 ‘제법’은 특수어린이집에 다니는 장애 아동을 자녀로 둔 노성태 씨의 도움으로 6개월의 연습을 거쳐 이날 처음으로 무대에서 공연을 선보였다.

‘마술피리’는 나쁜 마법사의 마술피리 소리에 유혹돼 잡혀간 아이들이 나쁜 버릇을 반성하고, 탈출하는 내용이다.

호랑이와 새, 개구리 등 동물 의상, 마법사, 전사 복장을 한 장애인들은 흥겨운 단체 율동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무대에 오르기 전 서로를 보면서 “화이팅”이라고 격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넘치는 의욕으로 무대에 올랐지만 첫 무대의 긴장감은 어쩔 수 없는 듯 보였다. 마술피리를 떨어뜨리거나 연습한 동작을 틀리는 실수가 있었다. 한 번씩 음향기기도 말썽을 일으켜 공연 진행이 매끄럽지 못해 당황하는 표정도 보였다.

그럼에도 포기는 없었다. 끝까지 하나하나 자신이 맡은 역할을 해나가며 공연을 진행했다.

이날 공연에서 배우들은 사전에 녹음한 대사에 맞춰 립싱크를 하면서 연기를 펼쳤다. 아직은 연기와 동작에 맞춰 바로 대사를 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피커에서 나오는 대사에 맞춰 바로 동작을 하는 것 또한 많은 연습 없이는 어려운 것이었다.

나쁜 마법사가 마음 착한 아이들과 동물들로부터 혼쭐이 나고, 모든 배우들이 모여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합창했다. 이를 마지막으로 공연이 끝나는 순간 객석에선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너무 잘했어” “대단하다”란 칭찬에 배우들 모두 “감사합니다”로 답했다.

이날 공연에서 마술사와 게임 속 전사 역할을 맡아 비누방울과 덤블링 묘기 등을 선보였던 지적장애인 강선구 씨는 “이번 공연을 위해 진짜 많이 고생했는데, 다치지 않고 무사히 마칠 수 있어서 뿌듯하다”면서 “너무 즐거웠다”고 창단 공연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이어 “다음 공연을 위해 지금도 열심히 연습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역할을 맡아 연극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제법’의 이번 창단공연은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원하고, 호남대학교 의상학과 무대의상을 제작해줬다. ‘제법’은 올해 말 정도에 거리 공연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강경남 기자 kkn@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