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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대광여고 교사들 전교조 집단가입, 왜?

대광여고 교사들 전교조 집단가입, 왜?
재단 강요 대출금 상환 떠안아 … ‘사학 비리’ 덤터기 자구책
이호행 gmd@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3-09-09 06:00:00
 

 


 사학 비리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홍하 이사장의 홍복학원 산하인 대광여고 교사 40여 명이 지난 6일 전교조에 가입했다. 홍복학원의 요구로 금융권서 대출 받아 이를 재단에 건넨 뒤 원리금 상환까지 떠안아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던 교사 20여 명이 노조 가입 주축에 섰다.

 특정학교 교사들이 이렇게 대규모로 전교조에 가입한 건 유례가 없는 일로, 이홍하 이사장 밑에서 착취당해온 교사들이 그의 구속을 계기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복학원 산하 다른 학교 교사들도 같은 피해를 당한 것으로 알려져, 이 재단 소속 교사들의 전교조 가입 행렬이 이어질 전망이다.

 8일 전교조 광주지부에 따르면, 이홍하 이사장이 ‘교비 횡령’ 혐의 등 1000억 원대 비리로 구속된 학교법인 홍복학원 산하 대광여고 교사 43명이 지난 6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광주지부에 가입 원서를 제출했다.

 대광여고 전체 교사 66명의 ⅔가 한꺼번에 노조에 가입한 것으로, 전교조는 “유례없는 일”로 보고 있다. 그만큼 교사들의 상황이 절박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전교조와 대광여고 교사들에 따르면, 홍복학원 소속 교사들은 재단의 요구로 최저 5000만 원에서 최고 1억 7000만 원까지 금융기관에서 대출 받아 이를 재단에 입금했다. 원리금은 홍복학원에서 갚기로 약속했다. 교사들은 처음부터 찜찜했지만 권력관계에 있는 재단의 요구를 거절하기 쉽지 않아 대부분 대출에 동참했다.

 그러다 지난 1월 이홍하 이사장이 구속되고, 이후 재단은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고 있다. 재단이 원금은 커녕 이자도 갚지 못하자, 자신 명의로 대출된 돈의 상환은 교사 개개인의 몫이 돼버렸다.

 이번에 전교조에 가입한 교사 43명 중 이처럼 부당한 대출로 피해를 보고 있는 이는 22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가입원서를 제출한 대광여고 한 교사는 “대출을 갚느라 아이들 학원도 못 보내는 교사가 있고, 정도는 다르지만 빚 때문에 모두 허리띠를 죄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교조 가입 원서를 제출한 대광여고 교사들은 조만간 전교조 분회를 창립하고 대출금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전교조 광주지부도 대광여고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 돕겠다는 입장이다. 김용태 전교조 광주지부장은 이날 대광여고 교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교사들이 도움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달려와 돕겠다”고 밝혔다.

 홍복학원 산하 교사들은 전교조 가입 전인 지난 6월말 기자회견을 열어 재단에 '교사들에게 빌린 돈을 즉각 갚으라’고 촉구하고, '대광·서진여고 대책위원회’를 꾸린 전력이 있다.

 김병일 전교조 광주지부 정책실장은 “지금까지 홍복학원에선 이사장 비리 문제가 제기됐지만, (전교조)조합원이 없어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지금 법인 비리로 교사와 학생·학교의 명예가 실추되고 있는 만큼 할 수 있는 역량을 총동원해 이의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홍복학원 이홍하 이사장은 1000억 원 대 교비횡령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고 항소했다.

이호행 기자 gmd@gjdream.com

 

 

 

대광여고 교사 1인당 5000만~1억 대출 받아

“원리금 갚아준다”던 재단, 이사장 구속 뒤 나몰라라
‘빌려 달라’지만 사실상 ‘강탈’…이자만 월 100만 원
정상철 dreams@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3-09-09 06:00:00
 

 

▲ 최근 재단에 빌려준 돈을 되찾기 위해 교사들이 집단으로 전교조에 가입한 대광여고. <광주드림 자료사진>

 대광여고 교사들이 사상 유례 없는 ‘전교조 집단 가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비리재단 이사장의 몰염치한 ‘갑의 횡포’에 공동 대응하기 위함이다. 특히 대광여고 교사들은 홍복학원 재단에 막대한 돈을 어쩔 수 없이 빌려줬고, 그에 따른 원리금을 갚느라 큰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광여고 안에서 재단의 강요에 의해 돈을 빌려준 교사들은 수십 명에 이른다. 홍복학원 재단 쪽에 돈을 빌려주지 않은 교사가 3~4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같은 재단 소속 학교인 서진여고에도 피해 교사가 적지 않다.

 대광여고의 한 교사는 “대광여고 교사들이 재단에 빌려준 돈의 총액이 20억 원이 넘고, 서진여고 교사들도 10억 원을 넘게 빌려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부분의 교사들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재단에 돈을 빌려 줬기 때문에 원리금을 갚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다”고 말했다.

 대광여고 교사들은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재단 쪽에 돈을 빌려줬고, 대출금에 대한 이자는 재단이 갚아왔다. 그러나 홍복학원 설립자인 이홍하 씨가 구속된 순간 재단은 원리금 상환에 따른 모든 책임을 교사들에게 떠넘겼다.

 교사 개개인이 재단에 빌려준 돈은 막대한 규모다. 가장 적게 빌려준 교사가 700만 원이고, 가장 많이 빌려준 교사의 경우 1억7000만 원에 달한다. 대광여고의 거의 모든 교사들이 평균 5000만 원에서 1억 원 정도를 빌려준 상태다.

 특히 1억 원을 넘게 빌려준 교사들의 경우 한 달에 이자부담만 100만 원이 넘는 실정이다. 재단이 끝내 빌려간 돈을 갚지 않을 경우 퇴직금이 압류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막대한 이자부담으로 정상적인 가정 경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교사들도 적지 않다.

 대광여고의 또 다른 교사는 “거액을 빌려준 교사들은 매달 은행에 상환해야 할 원리금이 막대하기 때문에 가정 경제까지 위태롭다”며 “한 달 생활비를 은행에 낸 이자 부담만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 아이들 학원까지 끊고 있다”고 토로했다.

 대광여고의 이번 사태는 단순히 학교에서 일어난 개인 간 금전 거래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매우 심각하다. ‘빌려 달라’는 형식을 취했을 뿐,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학교 설립자가 대놓고 교사들에게 금전을 요구했다.

 전교조 광주지부 김병일 정책실장은 “학교 쪽에서 채용을 대가로 금품을 요구하는 것이 기부금의 일반적인 형태인데, 채용되어 근무하고 있는 교사들에게, 특히 교장에게는 일반교사들보다 훨씬 큰 금액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학교가 빌려간 돈은 승진을 대가로 요구한 ‘신종 기부금’이다”며 “대광여고 교사들이 받고 있는 경제적 정신적 고통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은 재단에 빼앗긴 돈을 돌려받는 것이다”고 말했다.

정상철 기자 dreams@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