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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대형기획사가 축제 대행 장악… 중소업체 진입 ‘높은 장벽’

실적위주 심사… 김치축제 3년.충장로축제 7년 같은 업체
자발적 주민 참여 유도.중장기 축제 마스터 플랜 아쉬워
입력시간 : 2018. 10.10. 21:00


 

광주지역 축제가 노래자랑.초대가수 공연이 메인행사로 채워지면서 ‘판박이 축제’로 전락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은 광주 ‘광주세계김치축제’ 모습. 광주시 제공
시민의 혈세로 개최되는 광주지역 축제가 대부분 노래자랑.초대가수 공연이 메인행사로 채워지면서 ‘판박이’ 축제로 전락하고 있다. 한 축제에 매년 특정업체가 선정되면서 축제 내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탓이다. 축제 개최 한 두달 전 대행업체가 급하게 선정되는 점도 충분한 준비기간 없이 급조해 만든 프로그램으로 채워지게 돼 행사의 정체성을 결여시키고 있다. 각각의 축제의 특성을 살린 ‘중장기적 전략’을 세우는 등 축제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 및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규모 대행업체 소수 독식 구조

광주지역 축제의 경우 대규모 대행업체 소수가 독식하는 구조다. 특정업체가 같은 행사를 수년간 대행하고 있는 데다, 한 업체가 한해 여러 행사를 맡으면서 축제간의 특성이 모호해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10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 5~9일까지 진행된 광주 충장축제는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 연속 같은 업체가 행사를 도맡고 있다. 광주 세계김치축제는 2007년~2014년 8년간 한 업체가 선정된 데 이어 2016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한 업체가 대행하고 있다. 청년축제는 2015~2016년 2년 같은 업체가 진행했다. 올해까지 3년 연속 김치축제 대행업체로 선정된 업체는 2010년~2016년 7년 연속으로 충장축제를 맡았던 업체이기도 하다.

문제는 또 있다. 각 축제 대행사 입찰현황을 보면 매년 지역 대행업체 3~4 곳만이 참여하고 있다. 소규모 업체가 축제 대행업체 입찰에 참여하는 것 조차 힘든 현실을 대변하는 셈이다.

애초 축제 입찰 참여 기준이 대형업체들만 참여할 수 있도록 ‘실적 위주 심사’로 이뤄진다는 목소리다. 올해 광주세계김치축제 선정 절차를 보면 사업실적과 경영상태, 사업경험 등을 평가하는 정량평가 20점과 제안서 PT(프레젠테이션) 70점, 가격평가 10점으로 평가됐다. 사업 실적의 경우 “최근 3년간 축제 행사 대행용역 실적이 단일계약 건으로 1억원 이상 보유한 업체로 한정한다”는 자격 요건을 한정시켰다.

업체의 사업실적과 경영상태 등을 평가하는 탓에 현실적으로 신생, 중소기획사들에겐 입찰 참여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입찰에 참여 가능한 몇몇 대형업체만이 다른 지역축제도 함께 장악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되면서 축제마다 이름만 다를 뿐 콘셉트와 프로그램이 닮은 꼴이다.

대행업체 선정도 축제 개최 한두 달 전에야 최종 결정되고, 빠듯하게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올해 김치축제 대행사 선정 작업과정에서도 개최 한달여 전인 8월 말에서야 계약이 체결됐다. 장기간의 준비과정 없이 빠듯하게 축제를 준비해야 하는 데다 한정된 축제 기간 내에 성과를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알맹이 없는 축제의 악순환’을 부추긴다고 전문가는 지적했다.

문창현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자체에선 축제 참가객 수나 경제효과 같은 결과를 바로 내놓아야 예산을 받을 수 있어 장기적인 성장성을 보며 축제를 계획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쉽게 인기를 끌만한 가수 초청 공연 등으로 짜여지면서 축제의 본래 정체성에서 벗어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민참여 적극 유도.축제 중장기 전략 세워야

획일화된 쇼 중심의 축제에서 탈피해, 각 축제마다 분명한 정체성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를 위해선 축제 진행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참여를 적극 유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축제의 주제가 명확하고 자발적 주민 참여형태로 이뤄져야 장기간 성공적인 축제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축제 전담조직을 구축하고, 육성해 1년 전부터 축제를 준비해야한다는 방안도 제기됐다.

전남대학교 문화전문대학원 강신겸 교수는 “지역사회에서 축제를 개최하기 위한 역량을 갖춰야 하고, 민간 중심의 축제 위원회를 꾸려 상시적으로 준비하면서 미리 내년도 축제의 주제와 계획까지도 발표하고 장기간 준비해야 한다” 며 “외부 이벤트 업체에만 축제를 대행해 진행할 경우 획일적인 축제가 될 수 밖에 없다. 축제 기획을 하는 상시조직을 만들고, 필요한 부분은 위탁을 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축제 총감독 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막중한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축제는 전문기술과 고도의 운영능력이 요구되는 만큼, 축제 전체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창현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축제 방문객 집계 등 양적인 평가를 지양하고, 축제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실험을 하게끔 시간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며 “축제 조직위원회를 도입하고 총 감독제 권한을 강화해 중장기 축제 발전 마스터플랜을 짜서 장기간 준비를 해야 한다. 대행업체가 선정되면 TF팀 (자문위원)을 직접 현장에 투입시켜 행사의 고문 역할을 하게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축제 대행업체 입찰공고 기준을 완화해 중소규모 업체들의 참여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역 청년문화기획자 강수훈씨는 “지역축제 업체 입찰 조건의 문턱을 낮춰 새로운 중소규모업체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지역 축제에도 다양한 변화와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