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창희 OBS 경영국장·신성호 OBS 전략기획팀장 “미디어산업 위기에서 가장 약한 고리 터진 것”
OBS 경인TV 경영진이 지난 6일 외주화와 임금삭감을 내용으로 하는 ‘2017년 혁신경영계획’을 발표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OBS희망조합지부(지부장 유진영)는 “(방통위) 재허가 조건을 졍면으로 거스르며 지역방송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는 사실상의 정리해고 계획”이라고 반발했다. OBS 경영진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미디어오늘은 16일 오창희 OBS 경영국장과 신성호 OBS 전략기획팀장을 만났다.
오 국장은 “OBS 문제는 미디어산업의 위기에서 가장 약한 고리가 터진 것”이라며 “회사 내부의 갈등에 집중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방통위가 경인지역방송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한지를 지적하고, 구조적인 차별에 대해 공론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분권, 지역민주주의를 위해선 지방정부를 감시할 지역언론이 필요하다”며 “대선주자들도 이 기회에 OBS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OBS 경인TV 노사갈등 뒤에는 경인지역 방송정책에 대한 철학이 부족한 정부(방송통신위원회, 방통위)가 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대주주가 공익을 위해 OBS에 투자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강조한다. 지난 2013년 OBS를 조건부로 재허가하며 2014년 상반기에 50억원 증자, 87억원 현금보유액 유지, 311억원이상 제작비 유지 등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하지만 OBS가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을 바꾸진 않았다. OBS 경영진 입장에서는 1400여억원을 이미 거의 다 손해 본 주주들에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요청할 명분이 없다. 경영진은 비용 줄이기를 택했다.
OBS는 지난해 12월21일 이사회에서 경영계획에 대해 승인을 받았고, 같은달 23일 방통위 비공개 청문회에서 ‘OBS 9년의 억울함 설명’이란 문건을 방통위에 제출했다. 해당 문건에는 지난 2007년 OBS 허가 국면에서부터 OBS가 받았던 각종 차별적인 정책에 대한 비판과 OBS 노사의 비용절감노력, 1대주주 영안모자의 손실내역, 방통위에게 바라는 광고정책 등이 있다.
비공개 청문회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직원을 해고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고 간단한 일이고, 이익을 내는 것이 목표가 아닌 방송사업자를 강조하는 얘기가 (청문회 자리에서) 나왔다”며 “(OBS 경영진과 대주주들의) 답변이 명확하지는 않았는데 결국 (재허가는 OBS) 직원들의 생계, 지역방송시청권 문제를 고려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iTV(1997~2004년) 재허가 취소를 겪고 OBS가 새로 만들 때부터 경인지역방송에 대한 차별이 있었다. OBS가 방통위에 제출한 문건에 따르면 당시 OBS 개국 방해세력이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개국을 방해했고, 방송위원회(현 방통위 역할)는 해당 의혹이 해소돼야 허가를 추천하겠다고 밝혀 개국이 계속 지연됐다. OBS를 둘러싼 각종 의혹은 근거없던 주장으로 밝혀졌고, 방송위원회는 OBS 개국 방해세력(경쟁매체)에 의해 휘둘리는 모습을 보였다는 게 OBS측 주장이다.
오 국장은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에서 2015년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정책연구실장이 발표한 결합판매제도 관련 연구용역 결과를 언급하며 “방통위는 OBS한테 ‘민영방송사니까 경영은 알아서 하라’면서 지상파 방송이니 공익적인 목표는 달성하라고 요구하고, 연구자가 합리적인 주장을 하면 다른 사업자가 반대해서 안 된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실장의 연구는 결합판매 지원비율 할증을 지원하고, 자체제작 등을 기준으로 지원방식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 국장은 “자체제작을 할수록 (제작비가 늘어나니) 손해가 나는 구조인데 이종관 박사의 연구는 콘텐츠를 위해 자체제작에 인센티브를 주자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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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BS 광고매출. 자료=O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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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는 광고를 직접 딸 수 없다. 2012년부터 SBS가 대주주로 있는 ‘미디어크리에이트(SBSMC)’에서 광고를 받으며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대행시보다 연간 100억원 이상의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OBS측 추산). 민영렙 체제하에선 OBS의 몫을 늘리면 다른 민영방송의 광고 몫이 줄어든다. 신 팀장은 “광고매출이 2015년에 251억, 지난해 218억으로 떨어졌고, 올해 180억원 수준으로 떨어질 상황”이라고 말했다. 오 국장은 “민영 미디어렙에 편입되면서 지역민방은 사실상 고사할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OBS의 비광고사업분야에 대해서도 손 놓고 있다. OBS 노조에서는 경영진이 재송신수수료(CPS)를 받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가했다. 재송신료는 지상파와 종편 등이 콘텐츠를 케이블·위성방송·IPTV 등에 제공하고 받는 돈이다.
여기에도 방통위의 정책차별이 있다. 신 팀장은 “OBS만 유일하게 재송신료를 받지 못하는데 이 역시 방통위의 역외재송신 지연 탓”이라고 지적했다. 개국 당시 방송위원회는 서울지역 역외재송신을 전제로 경인민방 사업자 심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방통위가 들어서며 약속이 깨졌고 역외재송신을 막은 채 3년7개월이 흘렀다. 뒤늦게 협상에 뛰어들면서 제값받기가 어렵다는 게 경영진의 설명이다.
현재도 OBS는 재송신료 협상을 하고 있지만 방통위는 OBS를 위해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오 국장은 “협상력의 차이 탓에 쉽지 않다”며 “재송신료를 줄테니 채널을 뒤로 빼자는 식으로 나오면 OBS가 할 수 있는게 없다”고 말했다. 재송신료 협상은 OBS가 PP(프로그램공급자)와 사적인 계약을 맺어야 하기 때문에 힘없는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는 방통위의 도움이 필요하다. 2008년 당시에도 SBS를 돕기 위해 의도적으로 OBS의 역외재송신을 막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방통위의 차별은 매출구조를 바꿔주지 않은 것뿐만이 아니다. 신 팀장은 “2013년 재허가 때 방통위가 지역민방 등은 매출액의 14% 이런 식으로 매출이 줄면 제작비가 줄어드는 구조로 허가했지만 우리는 제작비 311억원 이상 유지를 조건으로 내걸었다”며 “적자가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오 국장은 “콘텐츠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재생산구조를 갖춰주지 않으면 안 된다”며 “방통위 상임위원들이 이런 부분을 신경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OBS노조는 퇴직금 55억을 출자전환을 통해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오 국장은 “노조는 10대 1 비율로 감자를 진행하면 55억원 출자전환 하겠다는 조건을 붙였는데 지금 주주들이 계속 손해를 보는 상황에서 더 손해를 봐야한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OBS에 따르면 지난해 초 방통위원장이 OBS가 10억원이라도 추가 증자를 하면 긍정적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해 OBS가 이를 완료하자 50억원 증자조건이 이행되지 않았다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오 국장은 “방통위는 결국 ‘대주주 돈 많으니까 알아서 하라’는 입장”이라고 비판했다.
오 국장은 “다른 민방은 대주주가 지나치게 배당금을 받아가는 등 도덕성의 문제가 많지만 적어도 OBS는 그렇지 않다”며 “OBS 경영진이 그럼에도 경영을 잘했다고 할 순 없지만 방만경영을 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이어 “종편은 특혜도 받고 사업계획서를 잘 지키지도 않는데 OBS가 그런 특혜를 요구하는 건 아니”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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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부천에 위치한 OBS 본사. 사진=O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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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BS 경영진은 오는 3월까지 외주화와 정리해고를 진행할 방침이다. 신 팀장은 “SBS도 IMF구제금융 당시 아트텍을 만들어 분사했고, 종편은 처음 출범당시부터 자회사를 만들어 분리했다”고 말했다. 방통위의 무관심 속에 OBS 노사의 갈등은 극심해졌다. 지난 13일 OBS는 지난해 12월21일 이사회 때 피케팅 시위한 노조 전임자와 집행부를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오 국장은 “노조도 서운하고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우리 문제는 구조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OBS에겐 ‘OBS가 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늘 따라붙는다. 오 국장은 “종편에서 정치얘기로 방송 많이 하고 시청자들이 많이 찾는데 그걸 종편의 존재이유라고 하면 동의하느냐”며 “채널의 가치에 대해 일반적인 평가와 정책적 평가에는 차이가 있고, 눈에 안 보이는 부분이지만 지방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중요한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신 팀장은 “인천시가 방만경영으로 파산1호 지자체가 됐는데 이는 지역언론 OBS가 제대로 감시하지 못해서”라며 “부산은 부산KBS, 부산MBC, KNN 등 많지만 수도권은 전국 소식을 다루는 중앙언론 빼면 OBS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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