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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초등학교, 성적 따라 ‘달란트’ 지급 “비교육적

뉴스교육
A초등학교, 성적 따라 ‘달란트’ 지급 “비교육적!”
영단어 시험·학습태도 우수자에 ‘상점’, 달란트로 교환
학기말 ‘달란트 데이’ 개최…스낵·문구 등 구매 가능
“성적이 곧 자본?”·“특정 종교 색?” 등 지적
김우리 uri@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16-07-20 19:30:15
 

 

▲ 한 초등학교에서 우수성적에 따라 상점을 부과하고 이를 ‘달란트’로 바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행사를 개최한 것과 관련해 “교육 감수성 부족했다”는 지적이 도마에 올랐다.

한 초등학교에서 우수성적에 따라 상점을 부과하고 이를 ‘달란트’로 바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행사를 개최한 것과 관련해 “교육 감수성 부족했다”는 지적이 도마에 올랐다.

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단순한 ‘경제활동’을 체험하기보다는 ‘성적’ 순으로 달란트, 즉 ‘자본’을 갖게 되는 구조에서 차별받거나 사회적 편견을 학습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더구나 성경에 등장하는 화폐 ‘달란트’라는 용어가 종교적 색채가 짙은 만큼 보편적 교육 환경에서 사용하는 게 적절했느냐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광주의 공립 초등학교 중 한 곳인 A학교는 20일 ‘달란트 데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고 “학생들에게 부여한 상점을 달란트로 활용해 축제의 장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달란트는 성경에 자주 등장하는 화폐 단위로 일반적으로 교회 등에서 행사를 통해 화폐 대신 사용하는 용어다.

A학교에 따르면,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모은 상점을 달란트로 교환해주고 매학기 말에 열리는 ‘달란트 데이’에서 원하는 물건이나 음식을 구매하도록 했다.

이번 달란트 데이에선 스낵, 문구, 음료, 분식 등 7가지 코너를 통해 실물 경제 및 나눔을 체험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달란트로 물건을 구매해보니 실제 시장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라거나 “다음에는 달란트를 많이 받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인터뷰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교육적 효과’가 과연 학생들 모두에게 평등하게 부여된 것이었는지, 이 과정에서 ‘성적’이라는 요소가 부각된 점은 없는지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야 할 학교에서 주도적으로 벌이는 행사가 특정 종교 색을 갖는다는 점에서도 용어 선택에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A학교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평소 학생들의 생활태도, 학습태도, 우수한 성적을 기준으로 상점을 부과하고 있다”면서 다른 기준보다 ‘성적’이 강조되고 있음을 알렸다.

영어특색활동을 실시하는 이 학교에선 등교 후 영어단어나 문장을 외우고 학내 방송을 통해 영어말하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이 활동이 상점 부과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달란트’와 관련한 지적에 대해서는 “학교 내부에서 논의되는 과정에서 특별히 이의제기가 없었다”면서 “특정 종교와의 관련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인권활동가들은 이번 행사가 사회, 경제, 종교 등 모든 부분에서 최초로 공익적 가치관을 확립하는 일반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점을 들어 ‘비판’ 쪽에 무게를 실었다.

한 인권활동가는 “달란트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 자체만을 문제 삼을 수 없지만, 이 수단은 결국 ‘자본’의 개념으로 사용됐다”며 “학생들에게 차등 지급된 자본(달란트)은 학교가 원하는 성적이나 학습태도라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들을 소외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어성적의 경우 이미 영어단어를 많이 알고 있는 학생들은 상점을 받기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고 이 학생들에게 더 많은 ‘물질’이 돌아가는 구조를 학습하게 된다”면서 “체육에 뛰어나거나 다른 재능이 있는 학생들에게는 불합리한 편견을 조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시사했다.

한편 A학교는 지난해까지 학생들이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파는 벼룩시장을 운영하다 교육기부 측면에서 복잡한 절차가 발생해 이를 올해 상점제와 결합한 ‘달란트 데이’를 개최했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