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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사장자리 내놔라” 다그친 ‘재벌언론’의 궁색함

 

 

 

 

 

 

사장자리 내놔라” 다그친 ‘재벌언론’의 궁색함

 

7년 전 출연금 1억 대가 광주영어방송 대표 요구...소신 없는 '市 인사' 도마

박병모 기자  |  bmpark20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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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8.14  10:5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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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광주전남취재본부 박병모 기자]궁색하기 그지없다. 명색이 호남에서 현금 보유능력이 가장 많다고 소문난 지상파 언론사의 주장이라고 받아들이기엔 황당하기 까지 했다.

 

 

 

▲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이 사주로 있는 KBC광주방송

 

 

그도 그럴 것이 ‘언론 사주에게 두 손든 윤장현 시장 ’굴욕인사’라는 제하의 기사가 지난 12일 노출된 뒤 고발 운운하며 거칠게 항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특정회사를 지칭하지도 않았는데 ‘도둑이 제발 저린다’는 속담처럼 말이다. 이제는 그 회사를 밝힐 수 밖에 없다. 지상파인 ‘KBC 광주방송’이 바로 그 언론사다.

이 회사 모 국장이 주장하는 논리는 묵은 얘기로 돌아간다. 7년 전인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광주영어방송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출연금을 거둬들였는데, 여기에 KBC는 마지막으로 1억을 낸다.

이에따라 KBC는 줄곧 영어방송 지분을 가지고 있다는 이육로 응당 자신의 회사에서 추천한 사람을 대표자리에 앉혀야 한다는 논리를 펴왔다. 당초 25%의 지분이 있다는 모 국장의 주장과는 달리 확인 결과 굳이 지분으로 따지면 얼마 되지 않았다.

당시 출연금으로 광주시에서 6억 5000만원, 전남대학교가 5억, 광주시 5개구청과 광주은행, KBC 광주방송, 조선대학교, 호남대학교에서 각각 1억 씩 모두 총 20억5000만원을 출자 했다. 이듬 해인 4월 영어 전문 라디오 방송으로 개국하였다.

그러니까 KBC의 출연금을 정확하게 따지면 20분의 1에 불과하고 이후 광주시가 매년 20억~23억 등 모두150억 여원 가량을 지원하지 않았다면 출연금은 이미 깡통계좌가 된 것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재벌이라고 지칭되는 방송사가 해묵은 출연금을 갖고 광주시 산하 출연기관인 영어방송 대표자리를 무턱대고 내놔라고 하면서 무언의 청탁성 압력을 가하는 것은 도통 이해가 가질 않는다.

아시다시피 KBC 영어방송 사주는 자타가 인정할 정도로 현금 동원 능력이 광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다. 그는 광주를 기반으로 호반건설을 운영하다 경기도로 회사를 이전한 후 아파트 분양을 통해 대박을 냈다. 돈 버는 데 관한한 특유의 감각과 추진력이 있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그런 재력을 바탕으로 그는 광주로 다시 되돌아온다. 그러면서 광주지역 3개 지상파 방송의 하나인 ‘KBC 광주방송’을 인수한다. 전국적으로는 한 축에 불과하겠지만 광주에서 만큼은 현금을 제일 많이 보유하고 있다.

거기에 최근 KBC를 인수하면서 언론권력까지 거머쥐니 믿기지 않은 소문들이 떠돌기 시작했다. 물론 사업가가 돈 냄새를 맡고 이곳 저곳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를 바라보는 뜻있는 오피니언 리더들은 “너무 욕심이 과하다”고 우려를 많이 한다. 이제는 그가 건설업체 회장의 직함이 아니라 광주상공회의소 회장으로 투표를 통해 당선된 ‘공인’으로 자리했기에 그러하리라.

그는 광주의 향토기업인 금호산업이 부도로 허우적 거릴 때 주식에 손을 댔다.지난 1월 호반건설이 보유하고 있던 금호산업 주식 34만8000주를 매도하면서 300억원에 가까운 차익을 챙겼다. 그는 올들어 광주상공회의소 제22대 회장 선거에 뛰어 들었고, 이 과정에서 금호산업 인수에 막판까지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그러자 한켠에선 금호산업 보다 덩치가 큰 금호아시아나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다.

다행스럽게도 금호산업 본입찰에서 호반건설이 예상과는 달리 6007억원이라는 낮은 금액을 제시하면서 본입찰이 유찰돼 금호산업으로서는 한숨을 돌리게 된다.

과거 광주고속으로 성장한 금호산업과 신흥 재벌간의 다툼은 광주지역 상공인들에게 석연치 않은 뒷맛과 함께 지역경제계를 양분시키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달 채권단이 금호산업 매각가로 터무니 없게도 1조 218억원을 제시하자 광주경제단체들이 당혹감 속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과는 달리 유독 광주상공회의소만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데서다.

광주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29일 성명을 통해 "채권단의 '과욕'이 재기에 나서려는 광주 향토 기업의 발판을 뒤흔들게 되면 호남 지역경제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KBC 광주방송 사주가 회장으로 있는 광주상공회의소는 '누구를 위한 경제단체인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이러한 와중에 호반건설의 비상식적인 상거래 행태가 시중에 회자되고 있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12월 호남대학교 쌍촌 캠퍼스 및 천안 부지를 계열사인 티에스리빙을 통해 매각 예정가 보다 530억원이나 비싼 가격으로 낙찰을 받았다. 지역 경제계에 충격을 던진 통큰 거래였다.

하지만 호반이 본 계약 체결을 미루고 땅값을 지불하지 않게 되면서 자연스레 KBC를 바라보는 시각이 점차 퇴색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기실 호반건설은 호남대 뿐만 아니라 광천동 터미널 맞은 편에 있는 구 송원학원 등 광주지역 일부 학교 부지를 손댄 후 거액의 차익을 챙겼었고, 앞으로 그 주변에 47층짜리 건물을 지을 계획이다. 호반건설의 이러한 행태와 계획은 금호산업의 묵은 악연과 오버랩 되면서 앞서 적시한 광주영어방송의 대표자리로 이어지고 있다.

KBC 광주방송이 지역 방송 발전차원에서 출연금을 냈다고, 자신의 회사 직원을 영어방송 대표에 앉혀달라고 요구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영어방송 임원을 광주 MBC가 독식하고 있다고 지적한 대목에 이르러서는 허허롭게 들린다.

그래서 얼마 전 퇴임한 영어방송 대표와 모 기술담당 국장이 KBC 출신이 아니냐고 반문했더니 또 다시 황당한 주장을 해댄다. 그 사람은 전임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그 대가로 대표를 했거나 공채로 들어갔지,결코 KBC의 몫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영어방송 본부장을 하고 있거나 거쳐간 두 사람 모두 공채로 임명된 사람이 아니냐고 되물었더니 그게 아니라고 답한다. ‘남의 눈에 있는 티끌만 보고 내 눈의 들보는 못 본다’는 게 이런 케이스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광주시가 경영진단을 통해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영어방송 대표를 없앤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깜냥도 안되는 지분과 언론권력을 이용해서 밀어붙이는 대목이다. 사실 영어방송 대표는 대외로 발송되는 공문에 도장을 찍거나 대외행사에 참여하는 단순 업무를 하는 이른바 '위인설관'자리에 불과하다. 경영진단 자체 그대로다.

그럼에도 윤장현 광주시장이나 대변인이 여기에 굴복한 체 아무런 설명도 없이 손바닥 뒤집기 인사를 단행하는 것도 모양새가 우습다. 145만 광주시민을 장기판의 ‘卒’쯤으로 여긴 것과 다를 바 없다.

그 놈의 대단치도 않은 영어방송 대표자리를 언론권력으로 밀어붙이는 KBC 광주방송이나 그렇다고 여기에 두 손 들면서 정책결정을 하루 아침에 뒤엎는 윤 시장의 소신없는 행태 모두 '오십보 백보'다.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광주사회의 슬픈 자화상'을 보는 것 같아 안따깝기 그지 없다고 소곤,소곤 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