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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꽉묶인 구명조끼 위급시 사용불가 … 유람선 아닌 ‘불안船’

꽉묶인 구명조끼 위급시 사용불가 … 유람선 아닌 ‘불안船’
르포 - 여수 오동도 유람선 타보니

2014년 10월 06일(월) 00:00

 

구명조끼가 의자밑에 천으로 꽁꽁 묶여져 위급상황시 사용하기 어려워 보인다.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세월호 침몰 참사와 홍도 해역의 유람선 좌초 사고 이후에도 여수 오동도와 돌산대교를 순회하는 유람선의 아찔한 관광은 여전했다. 50명 가까운 승객을 태운 60t급 배가 구명조끼도 사용할 수 없는 채로 출항하는데도, 단속하는 해경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유람선 출항 여부조차 모르는 해경에게 출항 전 안전 점검, 승선 인원 파악, 구명조끼 등 안전 점검을 기대하기란 애초 무리였다. 해경이 유람선 안전에 눈을 감고 귀를 막으면서 애꿎은 관광객들만 영세성을 핑계로 한 유람선 업주들의 목숨을 담보로한 운항에 내몰리고 있었다. 해경을 믿고 바다로 나가는 배를 타기엔 위험을 무릅써야 했다.

◇‘안전’ 내팽개친 유람선=지난 3일 오후 5시께 여수 오동도를 도는 유람선 ‘동백호’에 올랐다. 오동도로 들어가려는 관광객 수천 명을 상대로 한 유람선 직원들의 호객 행위에 이끌려 탑승했다. 신분증을 확인하거나 몇 명이 탔는지 확인하는 절차는 아예 없었다. 정해진 출발시간도 없이 일정 승객이 모이면 출발하는 형태였다. 해경도 보이지 않았다. 출항 전 안전 점검이 있을 리 만무했다. 앞서 1시간 가량 배를 타고 오동도 일대를 돌았던 승객들과 배를 타려는 관광객들이 뒤엉켰다.

50m 떨어진 곳에서 운항하는 다른 유람선 출발장도 마찬가지였다. 승선 인원을 확인하고 구명 조끼가 제대로 비치됐는지 확인하는 해경은 어디에도 없었다.

배가 출항한 지 5분이 지나면서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광객 및 70대 노인 여행객들을 상대로 한 안내 방송이 나왔다. 기대했던 구명 조끼 비치 장소, 착용 방법, 긴급 상황 발생 시 대처 방법 등은 들을 수 없었다. 선장은 대신, 운항하는 도중에 마이크를 잡고 “여수의 자랑 오동도”를 소개하는 관광용 방송을 했다.

동백호가 1시간 가량 오동도와 돌산대교 일대를 도는 동안 구명조끼 찾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선내 벽면에 ‘구명조끼가 승객 의자 밑에 있다’는 글이 붙어 있을 뿐이었다. 녹색 천으로 단단히 묶여 숨겨져 있는 탓에 구명조끼를 꺼내는 것조차 힘들었다. 긴급 상황에서 구명조끼를 꺼내입는 것은 아예 불가능했다.

승선 정원이 94명이지만 이들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할 선원은 60대 선장 1명과 선원(77) 1명이 전부였다. 유람선의 운항과 안전 기준 등을 규정한 ‘유선 및 도선사업법’상 ‘정원이 50명을 초과하면 인명 구조요원을 2명 이상 둔다’는 규정만 가까스로 맞췄을 뿐이다. 운항을 책임지는 선장 외에 나머지 선원도 무언가를 계속 수리할 뿐 승객의 안전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모터 보트 수십척도 동백호 바로 옆을 충돌할 듯 스치듯 지나가는, 위험 천만한 운항을 하고 있었다.

◇‘안전’ 눈감고 귀막은 해경=5일 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목포·여수해경이 ‘유선 및 도선 사업법’에 따라 인허가 및 안전 관리를 책임지는 유람선은 목포 12척, 여수 24척 등 모두 36척.

하지만 해경 등 관계 당국의 점검의 손길은 전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수해경은 동백호 운항 면허를 허가해줬을 뿐 출항 시각조차 모른다. 현장에 나오지 않다보니 구명조끼조차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상태로 출항하는데도, ‘괜찮겠지’하며 운항을 허가하는 상황이다. ‘승객이 모이면 상시 출항해 정확하 시간을 모른다’며 몇 명의 승객을 태웠는지, 승선 명부를 작성했는지 점검도 포기하다시피 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에도 해경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앞서 홍도바캉스호 좌초 사고 때도 해경은 유람선 업체측이 관리 편의를 위해 구명조끼를 비닐에 넣어둔 채 보관하고 있는 사실조차 모르고 몇 분 만의 육안 점검으로 100명이 넘는 승객을 태운 채 출항하도록 하는가 하면, 연간 7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리는데도 순찰정 하나 없이 유람선 안전을 책임지는 안일한 행태를 보인 바 있다.

한편, 여수의 해당 선사 측은 “승선명부를 원래는 작성하고 출항하는데 손님이 몰리고 어수선한 탓에 미처 승객 파악 절차 등을 챙기지 못했다. 안내방송도 이뤄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형호·박기웅기자 khh@

 

선령 제한·안전 규정 미흡 … 영세업체 ‘안전’ 보다 ‘비용’ 집착 운항
불안한 유람선 운항 계속 왜

2014년 10월 06일(월) 00:00
끊이질 않는 해난사고에도 낡고 불안한 유람선은 왜 규정을 무시한 채 운항을 이어가고 있을까.

업계 안팎에선 여객선과 마찬가지로 해경과 해수부의 유람선 안전에 대한 무신경함과 무책임함에서 비롯됐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영세한 업체들의 경우 상당수가 ‘생명’보다 ‘비용’에만 집착, 안전이 뒷전으로 밀릴 수 밖에 없는데도, ‘별 수없지’, ‘좋은게 좋다’는 식의 대충 대충하는 당국의 안일함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5일 전남도와 목포·여수해경 등에 따르면 전남지역 주요 관광지에서 운항중인 전체 유람선 41척 가운데 홍도지역을 제외하고는 운항시간표조차 알 수 없는 상태다. 출항 여부를 몇 분 전 탑승객 여부를 파악한 뒤 결정하다보니 해경이 운항 시각에 맞춰 현장에서 점검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

업체들 입장도 비슷하다. ‘그냥 놀리느니 승객 모일 때마다 운영하자’는 마인드가 팽배하다보니 시설 개선은 커녕, 혹시 모를 안전에 대비한 투자를 기대할 수조차 없는 노릇이다. 여수 지역 유람선 2척은 영업부진 등으로 현재 휴업중이고 고흥지역 나라호 등 상당수 유람선도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다. 이 때문에 수익성만 따지는업체들에게 ‘안전 경영 마인드’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말도 나온다.

해경의 관광객도 많지 않은데 매일 점검하고 미흡한 안전 장비에 대한 개선을 요구할 수 있겠냐는 ‘좋은 게 좋다’는 식의 안일한 행태도 부실한 유람선 안전 관리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의 보여주기식 대처도 한몫을 했다. 세월호 참사 뒤로 여객선에만 집중됐을 뿐 ‘유람선’ 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해수부도 세월호 참사 이후 연안여객선에 탑승, 안전 점검을 벌이면서도 유람선은 쏙 빼놓는가 하면, 관련법 대책도 제외했었다.

이 때문에 유람선의 경우 선령(船齡)을 제한하거나 해경에게 유람선 출항 전 안전점검을 하도록 의무를 지우는 법규도 마련돼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