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 옹호론자 "세수 채우기 의심스러워도 올려야"
'9·11 담뱃값 인상안'으로 애연가들이 '금연'과 '전략적 흡연'사이 갈등하고 있다.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금연 돌입하겠다'는 도덕적 이성과 흡연을 이어가기 위한 '현실적인 몸부림'이 충돌하고 있어서다.
11일 정부는 현행 2천500원인 담뱃값에 개별소비세를 추가로 물리고 소비자물가 인상율에 담뱃값을 반영시키는 물가연동제 도입 등을 내용으로 하는 ‘금연대책’을 발표했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내년 1월 1일부터 담뱃값은 2천원가량 오르게 된다. 이 소식에 애연가들과 담배 관련 업계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10년째 끽연중인 안모(32)씨는 "정부의 담뱃값 인상 조짐이 감지되자마자 주위에서 담배 사재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솔직히 담배를 조금씩 사놔야하는 것 아닌지 고민스럽다"고 털어놨다.
상당수 애연가들은 정부의 갑작스런 담뱃값 인상안 발표에 짜증섞인 반응도 내놓았다. 표면적인 금연정책일 뿐, 정부의 부족한 세수를 채우려는 꼼수라고 지적한다.
흡연 경력 28년 째인 김모(48)씨는 "국민 건강을 위한 금연 대책이라면 효율적인 비가격정책을 더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며 "서민 주머니를 더 얇게 만드는 테러 수준에 가까운 담뱃값 인상은 또 다른 부작용만 부추길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를 반증하듯 광주 지역 담배 판매점에서는 '사재기'가 감지되고 있다. 일부 인터넷 게시판에는 해외 담배 밀수 방법 등 불법 행위에 대한 글까지 올라오는 상황이다.
특히 흡연 억제를 위한 담뱃값 인상안이 오히려 단기간 담배 소비율만 끌어올려, 결과적으로 정부의 정책이 국민건강 증진과 상관없이 흘러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담뱃값이 큰 폭으로 인상되면 금연 효과가 발생기는 커녕 담배대체제로 '전자담배' 시장만 성장하는 '풍선효과'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반면 담뱃값 인상을 계기로 그동안 바라던 금연을 실천하려는 움직임도 다수 나타나고 있다.
직장인 이모(34)씨는 "세수 메우기에 대한 의심이 강하지만 10년 전 담뱃값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금연정책을 내놓는 것 역시 앞 뒤가 맞지 않다"며 "이번 기회에 금연을 실행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보여주듯 국내 최대 금연운동 비영리단체인 '금연나라' 인터넷 사이트는 이날 오후 방문객 폭주로 일시 마비되기도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최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천명을 상대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담뱃값이 4천500원으로 오르면 담배를 끊겠다는 응답이 32.3%로 나타났다. /김영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