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관 직원들 “너무 힘들다” |
입력시간 : 2014. 06.23. 00:00 |
<르포 --‘정주여건’ 안갖춰진 혁신도시 가보니 >
편의시설 태부족…가족동반 입주 저조
나주시 “빠른시간내 인프라 구축 완료”
“서울에서 평생 근무하다가 나주혁신도시로 우리 기관이 이전하면서 홀로 내려오게 됐는데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나갔네요. 하지만 여전히 교육이나 주거여건이 개선되지 않아 가족들에게 내려와 같이 살자는 말은 차마 못하고 있습니다.”
나주혁신도시 이전계획으로 16개 공공기관들이 지난 2013년부터 나주로 속속 이전하면서 ‘나주판 기러기 아빠들’ 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지난 2006년 혁신도시 기본 구상이 마련된지 7년, 지난해 3월 우정정보센터가 공기업들 중 가운데 처음으로 나주 혁신 도시에 입주했다. 뒤이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콘텐츠 진흥원, 전파진흥원, 농·식품 공무원 연수원 등이 차례로 입주하며 현재 나주에 입주한 기관들은 총 5개로 근무인원만 약 1,331명에 달한다. 또한 올해 하반기까지 나주혁신도시 내 이전기관은 한국전력(KEPCO) 등 총 8개 기관이 입주를 앞둔 상태로 늦어도 2015년까지 나머지 3개 기관을 포함해 총 16개의 기관이 입주를 완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기관 이전으로 인해 광주·전남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2012년이후 매년 생산 유발효과 1,686억원, 고용 유발효과도 4,590명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문제는 이같은 나주혁신도시에 대한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이주하는 비율은 예상보다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인해 나주혁신도시에 입주하거나 입주 예정인 직원들 상당수가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혼자 타지에서 근무해야 하는 기러기 아빠들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입주해 근무 중인 우정사업정보센터의 경우, 본사직원 336명 협력업체 직원 500여명 등 총 836명의 직원이 나주로 이주했는데 이중 가족과 함께 이주한 사람은 100여명도 채 되지 않는다.
올해 입주한 나머지 4개 기관들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직원 대부분이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보니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으로 인해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우정사업정보센터에서 노조위원장으로 근무하는 여운영(55)씨는 “서울에서 직장에 근무하다가 작년 3월 나주로 이전하면서 남자직원 대다수가 지금 혼자 지내고 있다”며 “나주혁신도시로 내려온지 1년이 넘었지만 학교, 식당, 교통, 주거시설 등 기본적인 것조차 구축되지 않아 아이들을 이곳으로 데려올 수도 없어 혼자 외롭게 지내다 주말에 회사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가족을 만나러 서울로 올라간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여씨는 “기관 이전이 이뤄지기 전 아파트라도 건설이 완공됐다면 잠깐이라도 아이들과 아내가 내려와 같이 지내다 올라 갈수도 있었을 텐데 현재 전혀 그런 것들이 구비되지 않다보니 어쩔 수 없이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나주시내에 있는 원룸을 계약해 그곳에서 홀로 거주하다 보니 우울해 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공기업 협력업체 직원인 A씨도 “이곳에 내려와 살면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나도 모르게 술을 찾는 횟수가 늘어나고 우울한 감정이 찾아올 때가 있다”며 “직업상 어쩔 수 없어 이곳에 내려와 있지만 전학문제가 사춘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있어 그리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불편하더라도 매주 주말이면 서울로 올라가 가족들과 지내다 다시 KTX를 타고 내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기관이 서울에서 이쪽으로 이전하면서 나도 어쩔 수 없이 나주로 내려왔는데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이 전혀 안돼있다 보니 아예 처음부터 광주에 전세 아파트를 구입해 혼자 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혁신도시의 가족 동반 이주 비율이 저조한 것은 서울이나 경기도 등 수도권에 거주한 이들이 바라는 문화, 교육, 교통 등 인프라 여건이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재 나주 혁신도시에는 편의 시설이 거의 구축돼 있지 않아 가족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여건이 충족돼 있지 않은 상태이다.
우정정보센터가 들어선 빛가람동 주변 5㎞에는 편의점 및 슈퍼마켓 포함해 2개, 식당은 1개뿐이었고 주변에 상가나 병원, 은행, 학교 등 편의시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더구나 주변에는 여전히 완공되지 않은 아파트 공사와 기관 건물 관련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또 그 주변에는 주차장 면적 확보가 잘 되지 않아 도로에는 주변 입주기업 직원들이 불법으로 세워둔 차량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었다.
이와 관련, 나주시청 한 관계자는 “사실 총 면적이 733만4,308㎡에 달하는 나주혁신도시 내 토지가 모두 매매 완료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직 기관 입주가 다 이뤄지지 않아 식당이나 편의점 같은 시설을 운영하려는 사람들이 입주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 같다”며 “나주시가 강제적으로 입주를 종용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나주시가 원래 계획하고 있던 2020년까지 도시인구 5만명 유치가 순조롭게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 기간 나주에 입주한 공기업 직원들이 원하는 수준에 도시시설 인프라 구축이 완료될 것으로 생각되면 이에따라 자연스레 ‘기러기 아빠’문제도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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