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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빚 상환 다가오고 수사는 답보 ‘고통의 나날’

빚 상환 다가오고 수사는 답보 ‘고통의 나날’
고교 교사 채용 사기 4개월 … 피해자들 힘든 생활
애 아빠 모르게 1억 빌려서 줬는데 어찌 갚을지…
배우자와 별거·우울증 치료에 생계 걱정 한숨만

2014년 06월 17일(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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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당한 걸 진작 알았지만 자식 앞날이 걱정돼 신고를 망설이다가 사기꾼 교사가 돈을 들고 외국으로 나가게 된 걸 알았습니다. 집을 담보로 애 아빠도 모르게 1억 넘게 빌렸는데 그 큰 돈을 어찌 다 갚을지….”

현직 고등학교 교사가 정교사로 채용해주겠다며 청탁 명목으로 기간제 교사들을 꾀어 수억원을 가로채 외국으로 도피한 사건〈광주일보 2월 20일자 6면〉 관련 피해자들은 하루 하루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정규직 교사 채용 댓가 명목으로 당시 광주 남구 D고교 교사 김모(40)씨에게 금품을 건넨 기간제 교사와 부모 등 그 피해자는 경찰에 신고된 것만 모두 7명. 계약직 신분인 기간제 교사와 그 부모들은 적게는 1700만원부터 많게는 1억2000만원까지 김씨에게 돈을 건넸다. “자녀의 중국 유학을 알선해주겠다”는 김씨의 말에 속아 500만원을 건넨 학부모도 있었다. 남자 기간제 교사 A(30)씨는 자신의 진로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경찰 신고도 못한 채 전전 긍긍하는 등 신고되지 않은 피해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500만원 정도만 수고비 명목으로 내가 받고 정규직 교사로 채용되지 않으면 즉시 돈을 모두 돌려주겠다”는 김씨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은밀한 거래’를 거부하지 못했다. 김씨가 받은 돈은 기간제 교사 부모들이 마련한 것으로 피해자들 상당수는 집을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았다.

피해자들은 당장 몇개월 뒤부터 많게는 월 300만원에 이르는 원금과 이자를 3년 이상 은행에 갚아야할 상황이다. 은행 빚과 함께 신용카드 카드론 서비스까지 받은 일부 피해자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교사 부모 일부는 상대 배우자 모르게 김씨에게 돈을 건넸다가 사실이 알려지는 바람에 별거에 들어가기도 했다. 또다른 피해자는 우울증 치료까지 받고 있는 등 정상적인 생활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경찰과 학교 측은 파악하고 있다.

광주 교육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기 사건이 ▲부당한 처우 ▲학생들의 시선 ▲불안한 고용 조건 등으로 힘든 교직 생활을 이어 가던 기간제 교사들에게 정규직 교사 채용을 댓가로 금품을 요구해온 김씨의 유혹은 뿌리 치기 힘든 ‘악마의 유혹’이라고 보고 있다.

피해 교사의 부모들은 “교육계 등 각종 인맥을 과시하면서 ‘돈을 건네기만 하면 자녀의 신분이 바뀐다’는 말을 하는 (당시) 정규 교사 김씨의 말을 어떻게 거부할 수가 있었겠느냐”면서도“사기를 당한 것은 한참 전에 알았지만 자식에게 피해가 갈까봐 신고를 미루다가 해당 교사가 외국으로 도망쳤다는 것을 알았다”며 울상 짓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광주남부경찰은 “인터폴에 김씨 검거에 관한 협조 요청을 내린 상태”라면서 “피해자들 사연은 안타깝지만 정기적으로 수사 상황을 안내해드리는 것 말고는 사실 경찰로서도 어찌해볼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