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도시 광주, 체 게바라 `경기’ 망신살 | ||
“8·15공연 단순 해프닝을 과도하게 대응” 전국 이슈화 “의도성 없다” 확인하고도 책임 공연단장 징계위 회부 “문화·예술 자율성 침해” “표현 자유 위배” 비판론 확산 | ||
강경남 kkn@gjdream.com | ||
기사 게재일 : 2013-08-20 06:00:0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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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가 8·15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사회주의 혁명가 체 게바라의 얼굴이 새겨진 옷을 입고 공연을 한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지휘자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광주시가 책임자의 예술적 의도가 없었음을 확인하고도 징계 절차를 밟아 “과하다”는 여론과 “문화예술 창작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처사”라는 비판론이 커지고 있다. ‘단순 해프닝’을 논란으로 키운 광주시의 미숙한 ‘문화 마인드’를 문제 삼는 목소리도 높다. 19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문화예술회관이 지난 15일 광복절 기념식 축하공연에서 사회주의 혁명가로 유명한 ‘체 게바라’의 의상을 입고 공연한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장 이모 씨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이달 말 열 예정이다. 징계위원회가 열리면 경징계인 견책이나 강등, 중징계인 직무정지나 해촉 등 4단계 중 하나를 결정하게 된다. 이영민 광주문화예술회관 관장은 “징계위원회를 열기에 앞서 조사를 진행중으로, 단장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체 게바라 의상을 사용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광복절 기념행사에 부적절한 의상으로 물의를 일으켜 논란이 된 만큼 명확한 진상파악을 하기 위해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 15일 빛고을문학관에서 열린 제68주년 광복절 경축식 기념행사에서 축하공연을 맡은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은 먼저 흰색 저고리를 입고 ‘아리랑’을 합창한 뒤 ‘광주는 빛이어라’는 제목의 공연을 진행했다. 두 번째 공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합창단이 흰색 저고리를 벗은 순간 ‘체 게바라’의 얼굴과 영문 이름이 새겨진 검은 티셔츠가 드러났고, 행사를 지켜보던 광주보훈청장이 “광복절 기념행사 취지에 맞지 않는 것 같다. 안중근 의사나 독립운동가가 새겨진 복장을 입는 게 더 적절했을 것이다”는 취지로 항의한 게 논란의 발단이 됐다. 이에 대해 당시 광주시는 “연출에 있어 다른 의도가 없었다. 흰 한복과 태극기를 부각시키기 위해 검은 색 의상이 필요했는데, 옷을 구입할 예산이 없어 지난 6월 공연 때 학부모들이 마련해 준 단체복을 활용한 것 뿐이다”며 ‘일종의 해프닝’으로 결론을 내렸었다. 하지만 강운태 시장의 진상파악 지시에 따라 광주시가 다음 날인 16일 이모 씨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결정을 내리면서 다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지역의 한 문화활동가는 “8·15 기념행사에 문화행사가 들어가 있는 형태긴 했지만, 어쨌든 공연에 대해서 만큼은 문화 창작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존중하고 보존해줘야 하는데, 광주시는 ‘광복절 기념행사’라는 잣대를 들이대며 문화공연의 가치를 깎아 먹고 있다”고 비판했다. 광주시의 징계위 회부 결정에 대해 그는 “전혀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성이 없는 처사”라며 “시는 앞으로 기념행사의 공연을 ‘문화행사’로 말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문화계 인사도 “어떤 의도 없이 벌어진 일이고, 설사 의도가 있었더라도 광주시가 일부 보수단체나 보수언론의 반발이 있다고 징계를 내리는 것은 옳지 않다”며 “광주가 진정으로 문화·예술도시를 표방한다면 어떤 항의에도 문화예술의 표현적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체 게바라는 미국의 전체주의에 항의하고, 자유를 위해 투쟁한 투사로 각인돼 있다”며 “광복절 기념행사에 가장 적절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전혀 부적절한 인물도 아니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광주시의 과잉대응이 논란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풍경소리’의 최명진 목사는 “지금까지 나온 얘기를 볼 때 합창단장이 어떤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체 게바라 의상에 대해선 예술적 표현으로 볼 수 없고,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 것도 우스운 일이다”고 말했다. 그는 “예술적 의도가 있었다면 광주시의 징계 조치가 문화예술 표현에 대한 제재나 검열일 수 있지만, 예술적 의도가 없는 것에 대해 단순히 행사에 적절치 않았다고 징계까지 거론하는 것은 소모성 논란만 되풀이하는 것 이상도 이하의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한 예술작가는 이번 논란에 대해 “쪽팔리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행정과 예술이 충돌하는 경우는 많지만 문화행사를 행정시스템의 잣대로 처리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며 “광주시가 비엔날레를 비롯한 많은 문화 관련 행사를 열고 있지만, 그에 걸맞는 문화적 마인드 자체는 많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여실히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한편, 광주시 관계자는 “이번 징계위원회는 징계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다 정확하게 이번 논란의 의도성을 확인하기 위한 절차다”며 “정말 의도성이 없다고 확인되면 ‘불문 경고’로 끝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
광주시가 광복절 기념행사에서 체 게바라 의상을 입고 공연한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한 것에 대한 지역 사회의 비판 여론이 거세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19일 성명을 통해 “강운태 광주시장은 징계를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시민협은 “광복 68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지난 8월15일, 문화중심도시 빛고을 광주에서 황당한 시비가 벌어졌다”며 “기념행사에 출연한 광주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남미의 혁명가 체게바라 초상이 그려진 상의를 입고 나왔다고 광주보훈청장이 지적하자 이를 보수언론이 기사화하고 여기에 한 술 더 떠 강운태 광주시장이 합창단장의 징계까지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일이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광주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며 “광주시의 성급한 징계 결정이 광주의 문화를 이끌어갈 어린 재목들은 물론, 광주시민의 문화적 자존심도 순식간에 실추됐다”고 강조했다.
시민협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입은 것도 아니라는 단장의 해명을 떠나 도대체 체게바라 초상이 그렇게 문제냐?”며 “체게바라 초상은 이미 전 세계 문화예술계의 주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고 시대와 나라를 뛰어넘어 문화적 상상력을 키워주는 젊음의 키워드로 사랑받고 있다”며 “제국주의와 독재에 대항해 세상의 모든 부정의에 도전한 혁명가의 상상력을 지우고 사상 검열하려는” 광주시의 ‘문화적 후진성’을 지적했다.
이어 “광주시민들은 지난 5월, 5·18기념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지우려했던 보훈청의 행태를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며 “보훈청장의 반문화적인 몰상식한 말 한마디에 시장이 쉬이 휘둘린다면 도대체 어떻게 민주·인권·평화를 주창하는 문화도시 광주의 자존과 정체성을 지켜나갈 수 있겠냐”고 따졌다.
이어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은 건 단원들이 아니라 바로 광주시장이다”며 “광주시장은 단장에 대한 징계 조치를 조속히 철회하고 단장과 단원들, 그리고 어린 단원들의 부모들에게도 공식 사과하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이날 전주연 광주시의원(통합진보·비례)도 “광주시의 체 게바라 티셔츠 징계가 부끄럽다”며 “징계위 회부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 의원은 성명을 통해 “강운태 시장이 고의성이 없는 단순 해프닝에 대해 징계를 지시하는 것은 한 마디로 과도한 대응이다”며 “가장 창조적이어야 할 문화에 경직된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후진적인 문화 마인드를 보여주는 것이며 스스로 표방한 ‘창조도시’ 이름에도 걸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광주시는 보훈청의 지시에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며 “오히려 우리나라 독립운동가들에게 사상과 이념·주의를 들이대 징계를 운운하는 것이 광복절의 의미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의원은 “광주시민들 다양한 문화를 수용할 의식과 역량을 갖추고 있다”며 “이번 징계는 광주시의 부끄러운 문화철학을 드러내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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