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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KT 죽음의 행렬

“퇴출 명분 앞세워 노동자 탄압”
입력시간 : 2013. 07.26. 00:00




전남 KT 근로자 2년 새 3명 자살

2006년 이후 전국 227명…노조, 규탄대회

“쥐도 새도 모르게 날아갈 수 있으니 투표 잘 해라.”
지난달 18일 순천의 한 주차장에서 김 모씨(53)가 자신의 차 안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의 차에서 발견된 유서는 2013년 단체협약 찬반투표에서 자신이 찬성했음을 입증하기 위해 ‘찬성’으로 기표된 자신의 투표용지 사진 위에 적혀 있었다.
김씨가 남긴 유서는 “KT 노동조합의 찬반투표 후 검표가 두려워 항상 사진으로 남긴다”고 운을 뗐다. 지난 2010년과 2011년에도 투표 전 팀장과 개인 면담과정에서 반대를 찍은 사람은 쥐도 새도 모르게 날아갈 수 있으니 알아서 찍으라고 엄포를 놨다고 털어놨다.
김씨는 이어 “2013년도 항상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0팀장은 직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똑바로 하라고 으름장을 놓는 등 강압적이고 반대표를 찍은 것으로 판명된 직원은 어김없이 불려 가 곤욕을 치르고 나온다”며 “이런 현실 속에서 KT노동조합원이 주권을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겠냐? 15년간의 사측 노동탄압이 이제 끝났으면 한다”고 그 동안의 고뇌와 소회를 마지막 메시지로 남겼다.
김씨처럼 사측의 탄압에 못이겨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가 전남에서만 최근 7년 새 3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전국으로는 무려 227명에 달한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KT지부(이하 KT지부)는 25일 “KT는 6월 18일 광양에서 사측의 노동탄압을 암시하는 유서를 써놓고 자살한 김 모씨(53)의 죽음에 대해 사과하고, 김씨를 순직처리와 함께 산재를 신청하라”고 촉구했다.
KT지부는 KT인권탄압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김씨의 죽음에 대해 유족에 대한 사과도, 진상규명도 아무 것도 없고 지난 21일에는 영광에서 박 모씨(32)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며 “불과 한 달 새 연이은 노동자의 사망 원인이 살인적 노무관리에 따른 것이다. 사측은 살인적 노무관리를 즉각 중단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KT지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민영화 이후 광주·전남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는 3명이다. 순천에서 지난달 16일 김 모씨(53)를 비롯해 진도에서 같은 달 4일 김 모씨(50), 2011년 3월 여수에서 김 모씨(당시 50세) 등이다. 이들 근로자들의 자살 원인으로 ‘CP 프로그램’을 꼽는다. 퇴출 대상자들을 선별, 명단을 작성해 각 사업장에 배포해 요주의 인물로 분류해 관리하는 인력퇴출 프로그램이다.
KT지부는 이어 “이석채 회장 재임 후 20여명이 넘는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227명의 노동자가 죽었다는 소식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며 “이같은 죽음에 대해 평균 자살률에 미달한다는 사측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폭력적인 자본이라고 해도 죽음 앞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나”고 분개했다.
KT지부는 마지막으로 “검찰과 노동부는 KT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엄중 수사와 관련자 처벌, 이석채 회장을 비롯한 낙하산 인사들은 즉각 퇴진하라”고 요구했다.

 

 

“자살할 것 같은 사람이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다. 회사 분위기가 너무 무겁다. 정말 우리들의 정신상태를 조사받아서 (죽음을) 예방하고 싶다.”

서울 광화문 KT건물 앞에서 열린 경영진의 노동탄압을 비판하는 집회 <15년, 노동탄압 끝내야 합니다>에 참석한 KT직원 이지운(가명·34)씨는 이렇게 말했다.

“15년 노동탄압 끝내야 합니다” 는 지난 6월 10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KT 노동자 김아무개씨가 유서에 남겼던 말이다. 김씨는 유서에서 회사측의 선거개입과 노동탄압을 비판하며 “이런 현실 속에서 KT노동조합원이 주권을(소중한 한표) 정당하게 행사할 수 있겠는가? 15년간의 사측(KT)으로부터 노동탄압이 이제 끝났으면 합니다”라고 남겼다.([관련기사] KT 노동자 “15년 노동탄압 끝나야 한다” 자결)

그로부터 한 달도 되지 않은 지난 5일에는 KT 부산본부에서 일하던 김아무개씨(44)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관련기사] KT 직원 죽음의 행렬 … 한 달도 안돼 또 자살)

회사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이씨는 “다들 마음은 아파하지만 외면하고 싶어한다”며 “우울증 약 복용자도 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지사에서 서로 우울증 증상이 있는 노동자를 떠넘기기도 한다며 “자기 지점에서 자살하면 그 지점 팀장이 귀책사유가 되니까 다른 지점으로 넘긴다”고 말했다. 이씨의 지점에도 우울증 증상이 보이는 노동자 두 명이 왔다.

이씨는 “지점에서는 이 분들께 잘해주고 업무 압박도 안 준다”며 “겉으론 모른 척 하지만 왜 왔는지 어떻게 왔는지 다들 알기 때문”이라 말했다. 그는 “그런 자기배반, 무력감이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또 그런 분위기에 가속이 붙는 것 같다”며 “도망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11일 저녁 KT 광화문 지사 앞에서 '15년간 KT의 노동탄압 이젠 끝났으면 합니다'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하늬 기자 hanee@
 
김석균 KT민주동지회 회장은 이 날 발언에서 “이명박 낙하산 4년 동안 199명이 사망했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가 24명”이라며 “사망이 아니라 학살 수준”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KT는 어렵고 위험한 사업장이 아님에도 이 수치가 나온 것은 노동탄압이 얼마나 심한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관 KT새노조 위원장은 “기술직으로 영업직으로 돌리는 것, 지역을 바꾸어서 발령을 하는 것, F등급 두 번 받으면 면직되는 조항 등의 노동탄압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크다”라고 말했다. 그는 “20년~30년동안 생산직이던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을 팔라고 하고, 전주에 사는 사람을 포항으로 발령한다”면서 “이런 환경에서 우울한 죽음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경북 포항에서 일하는 원병희씨의 사례를 소개했다. 원병희씨는 2011년 KT에서 해고 됐다. 그러나 2012년 3월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가 이를 ‘부당해고’라 판정해 그해 7월 원씨는 복직됐다. 그러나 원씨의 집이 있는 전주가 아닌 순천 지점으로 출근을 해야했다. 지금 원씨는 포항에서 일한다. 원씨는 그 과정에서 우울증을 얻어 산재 신청을 한 상태다.

30여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KT의 살인적인 노무관리가 당장 중단되어야”하며 “이석채 회장과 어용노조는 퇴진하라”고 외쳤다. 또한 “우리도 죽지 말고 끝까지 살아서 민주노조 건설하고 우리직장 KT, 인간다운 KT로 만들자”고 말했다.

한편 이 날 집회에서는 집회참가자들이 ‘본사의 노무관리팀’ 이라 주장하는 남성 세 명이 집회가 끝날 때까지 뒤쪽 구석에서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기자가 “어떻게 오셨냐, 본사에서 나오셨냐”고 묻자 “아니다, 여기 건물 청소 등을 관리하는 사람이다”라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그러나 KT빌딩 앞 관리인은 “집회 장소가 인도이기 때문에 청소는 구청에서 한다”며 “지금 회사에 청소하시는 분들은 새벽5시에 출근해서 아까 다 퇴근했다”고 답했다.

 

윤관석 "KT 노동자 자살 외면해선 안돼"
2013년 07월 11일 (목)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민주당 윤관석(인천 남동을) 의원은 10일 KT 노동자들의 사망 원인으로 'KT 인력퇴출프로그램'을 지목하며 "국회 차원의 집중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KT의 C-Player 인력퇴출 프로그램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더 이상의 노동자가 희생되지 않도록 대응을 촉구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쌍용자동차 이상의 대응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KT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 KT직원 사망자가 195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자살자가 23명에 달한다"며 "단일 기업에서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그동안 국회 차원의 조사나 적극적인 대응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고 전했다.

윤 의원은 "더 이상 국회와 야당이 KT 노동자의 사망과 자살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 정책위와 을지로위원회에 문제제기를 하고 향후 국회 차원의 대응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KT 근로자 연이은 사망 국회서 집중 대응 예고

윤관석 의원, “KT 죽음의 행렬, 제2의 쌍용차 사태 연상”

 
민주당이 KT 전현직 근로자의 죽음의 행렬을 두고 또 하나의 쌍용차사태를 연상시키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민주당 각 조직과 해당 상임위 차원의 집중 대응을 예고했다.

윤관석 민주당 의원(정책위부의장)은 11일 당 고위정책회의에서 “KT 근로자 죽음의 행렬이 끊이지 않아 또 하나의 쌍용차사태를 연상시키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KT 전현직 직원의 사망자수는 매년 증가했고, 2009년 34명에서 지난 2012년에는 56명에 달했으며, 올해 7월까지 21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윤 의원은 “또 심각한 것은 KT 직원 사망자 중 자살자가 지난 2010년에 3명, 2011년에 6명, 지난해 3명이었으나 올해는 7월까지 8명에 달하는 등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윤 의원은 “작년 방통위 국정감사에서 이석채 회장 등 KT임원들의 부도덕한 경영행위, 상시적 구조조정을 불러일으키는 C플레이어라는 사내 인력퇴출 프로그램에 대해 지적하고 문제 해결을 촉구한 바 있다”며 “하지만 여전히 KT 사내 인력퇴출 프로그램은 유유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KT 전현직 노동자들의 자살, 과로, 돌연사 등으로 매년 30-40명씩 소중한 생명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가 더 이상 방치하거나 묵인해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은 정책위와 을지로위원회, 미방위, 환노위에서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앞서 10일에도 보도자료를 내고 “KT 출신이 매년 30~40명씩 사망하고 있지만, 사회적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KT의 인력퇴출프로그램과 관련해 국회와 야당 차원에서 쌍용차 사태 이상의 집중적인 관심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IMF이후 KT의 크고 작은 구조조정은 10여회에 달했으며 IMF이전 6만 명이었던 KT 노동자는 현재 3만여 명 수준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