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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지역소식

복마전 광주 아파트 분양 시장

청약률 100대1 넘는데 계약율은 30%에 불과
[복마전 아파트 분양 시장] ① 실수요자 대신 투기세력만

2017년 09월 25일(월)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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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아파트 숲이 돼버린 광주 구도심 전경. <광주일보 자료사진>
광주일보는 비정상적인 광주의 아파트 시장을 심층취재했다. 건설업체, 분양업체, 공인중개사, 광주시와 각 자치구 등의 취재를 통해 드러난 아파트 거래의 민낯은 충격적이다.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을 노리는 투기세력의 거짓, 조작, 불법으로 점철된 광주 아파트 시장을 세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광주 아파트 시장이 이상하다. 도심이든, 외곽이든, 여건이 좋든, 안 좋든, 아파트만 지으면 다 팔려나가고 최고 1억원에 이르는 웃돈까지 붙어 거래가 되고 있다.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전국에서 ‘떳다방’이 몰려들고, 지역 내에서도 아파트 투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덕분에 광주 곳곳에 고층아파트가 서고, 앞으로도 수만세대가 공급될 예정이다.

◇ 신규 아파트 수요 있다 VS 투기세력이 움직인다=광주 아파트 시장을 놓고 여전히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단독주택이나 오래된 아파트 거주자를 중심으로 신규 아파트로 이주하려는 수요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다. 프리미엄이 붙은 분양권이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증거다. 동구 용산지구의 경우 좋은 평형은 분양가보다 1억원이 넘는 매매가가 형성되고 있을 정도다. 문제는 실수요자가 아파트를 정상적으로 분양받지 못하고 프리미엄을 주고 구입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분양아파트 거래과정에 비정상적인 또 하나의 단계가 끼어들면서 아파트 가격만 올리고 있는 셈이다.

24일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다가구, 원룸 포함 아파트 1만6700여 호가 공급됐으며, 올해도 비슷한 규모가 시장에 나오고 있다. 미분양은 지난 8월 말 현재 766호로, 지난해 같은 기간 906호에 비해 140호가 감소했다. 주로 동구(289호), 북구(260호)에 쏠려있다.

일부의 미분양에도 불구하고 광주 아파트 시장은 서울보다 ‘핫’하다. 대부분이 분양 즉시 팔려나가고, 곧바로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이 붙기 때문이다. 실수요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프리미엄을 만드는 ‘투기세력’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그 비중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4(실수요자)대6(투기세력), 3대7 정도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전매제한기간 이후 명의변경, 입주 후 전세로 풀리는 물량 등을 감안한 것이다.

◇최하 1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붙는 프리미엄=실수요자들이 광주 아파트 시장에 던지는 의문은 2가지다. ▲현재의 청약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분양권에 붙는 프리미엄이 정당한 것인지 여부다.

먼저 현재의 청약시스템은 청약자 본인이 주택청약저축통장의 공인인증을 받아 무주택기간, 무주택 세대 전원이 주택을 소유한 적이 없는지 여부, 무주택 세대원 수 등에 대해 기입하도록 돼 있다. 금융결제원과 국토교통부가 부적격자를 걸러내 건설업체에 통보하지만, 이후 소명 절차, 예비입주자 선정 등은 건설업체가 주도한다. 부적격자의 규모와 이후 사후 처리과정이 불투명하며, 특히 예비입주자 선정 역시 자치구가 제대로 점검하지 못하면서 투기세력이 청약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부적격자가 양산돼 법으로 정해둔 예비입주자 비율(20%)을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에 따라 남는 아파트가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대해서는 정부부처, 지자체 등 어디에서도 확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은 인기가 없는 5층 이하와 로열층에 해당하는 7∼15층 간에 큰 차이가 난다. 남구 효천지구 한 아파트(111㎡)는 4층에 5300만원, 15층에 6500만원, 광산구 쌍암동 한 아파트(101㎡)는 5층 4600만원, 15층 8700만원, 북구 각화동 한 아파트(113㎡)는 2층 1200만원, 8층 5100만원의 웃돈이 붙어 시장에 나왔다. 동구 일부 저층은 프리미엄이 없거나 500만원 미만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분양가보다 1000만원 이상을 더 내야 아파트를 살 수 있다.

20년 이상 분양대행을 맡고 있다는 이모씨는 “청약서류를 개인에게 작성하게 하는데 그것부터 막아야하며, 외부 투기세력이 손쉽게 지역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한 현재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프리미엄은 전매제한기간에도 상승했다. 광주일보가 입수한 광주시 북구의 한 아파트 거래명세내역을 보면 전매가 제한된 1년 동안 무려 5번의 비밀거래를 거치면서 프리미엄이 불어났다. 아파트계약서 원본이 이모씨에서 유모씨, 정모씨, 박모씨, 정모씨로 넘어오면서 최초 1350만원이었던 프리미엄이 3500만원으로 상승했으며, 이 과정에 7명의 공인중개사가 개입했다. 프리미엄은 모두 현금으로 주고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청약률, 낮은 계약률, 오르는 가격=광주 아파트시장에 대해서 일부 건설업체들마저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청약률은 평균 100대1이 넘지만, 계약률은 상대적으로 낮고, 분양이 마무리된 뒤 시장에 나오는 분양권에는 프리미엄이 붙어있기 때문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아파트 분양 현장에 가보면 주민보다는 공인중개사들이 몰려 있으며, 그로 인해 청약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청약률은 높은데 당첨 후 3일 이내에 맺는 정당계약비율은 30%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계약률은 건설업체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치열한 경쟁에 비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입주자의 선정과 추가 분양 정보도 제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왜곡된 광주 아파트 시장에서 “아파트 가격은 무조건 오른다”는 말이 정설이 되면서 투자자금을 가진 일반시민들까지 아파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아파트 거래과정에 개입하는 지역 일부 공인중개사의 불법행위도 우려할만 수준이다.

정문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광주시지부장은 “아파트 시장을 지도·단속, 관리·감독하는 곳이 없다보니 투기세력의 실체파악도 어렵다”며 “지역 내 일부 공인중개사도 부당한 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지부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윤현석기자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