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가스의 첫 맛은 바삭바삭하게 씹히는 ‘서릿발’ 같은 튀김옷이다. 두번째는 튀김옷속에 숨어있는 돼지고기의 부드럽게 스며드는 맛이다. 그리고 세번 째는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양배추채의 상큼하고 아삭거리는 맛이다. 그 맛을 못잊어 누군가는 생애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음식으로 돈가스를 꼽기도 한다.
돈가스는 추억음식이다. 졸업식 입학식 생일 등 기념할 일이 있을 때 ‘외식’하는 메뉴로 첫번째는 ‘짜장면’, 두번째는 ‘돈까스’였다. 두 번째 자리를 차지했던 ‘돈까스’는 청소년기를 지나 청년시절이 되면 첫번째 자리로 ‘등극’했다. 이성친구라도 만나려면 입술 주위에 까맣게 묻어나는 자장면을 먹을 수는 없으니, 분위기 그럴싸한 80년대에 유행했던 ‘그릴(Grill·경양식집)’에서 돈가스를 앞에 놓고 서툰 칼질을 해댔던 기억이다. 그때는 ‘돈가스’가 양식의 대표음식이었다.
요즘에는 고기의 두께가 2cm정도 두툼한 돈가스를 젓가락으로 먹을 수 있게 미리 잘라져서 나오기도 하지만 그때는 포크와 나이프로 먹을 수 있도록 얇팍하고 넓적한 돈가스위에 소스 끼얹어져 올라왔다. 왼손에 포크, 오른손에 나이프 들고 한 쪽씩 얌전히(?) 잘라서 한입 넣어보면, 바삭하고 부드러웠다.
이 추억을 되살려주는 돈가스 집이 있다. 남구 백운1동 돈가스 전문점 ‘민들레’(주인 김준상·정선영). 상호는 돈가스와는 연결짓기 어려운 ‘민들레’, 그리고 위치도 꾸꿈스럽게 찾아가야 하는 단독주택들 골목에 있다. 그런데 이곳으로 사람들이 찾아온다. 수선스럽지 않고 우리집에 들어가는 것같은 편안한 마음으로 ‘돈까스’를 먹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우리집 같은 분위기는 음식에서도 배어난다. “우리가 차린 음식들을 우리아이들에게도 먹인다. 가족들이 먹는, 믿을 수 있는 음식을 차려내는 집으로 손님들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이집 안주인 정선영 씨는 말한다.
이집은 거의 모든 재료를 국내산으로, 그리고 차려놓는 거의 모든 음식을 직접 만든다. 매일 국내산 생등심을 사와서 손질해 숙성시킨다. 돈가스 맛을 좌우하는 첫번째가 숙성시간과 온도. 오랜 시도와 노력으로 검증을 거친 끝에 그 정점을 찾아냈다. 그리고 손님이 주문을 하면 밑간해둔 고기에 밀가루 묻히고 계란 묻히고 빵가루 묻혀서 튀겨낸다. 이때 미리 튀김옷을 입혀두면 튀겨냈을 때 고기가 딱딱해지고 수분이 빠져 맛이 없다. 그리고 고기에서 튀김옷이 벗겨지기 십상이다. 그래서 시간이 걸리지만 주문이 들어오면 바로바로 튀김옷을 입힌다. 튀겨낼 때도 기름의 양이 많아야 기름온도가 내려가지 않는다. 이 온도에 따라 튀김옷이 살아있게 잘 튀겨낼 수 있다.
튀김옷이 살아있는 돈가스에 직접 만든 소스를 절반만 끼얹어 내온다. 일단 소스가 스며든 돈가스 맛을 보고, 나머지는 소스를 찍어서 싱싱한 고기맛을 느껴보는 것이 좋다. 바삭거리는 튀김옷과 부드러운 고깃살, 그리고 야채 맛이 입안을 개운하게 해준다.
이집 주인은 메뉴 개발에도 열심이다. 매운왕돈가스, 파왕돈가스가 요즘엔 인기인데, 매운맛과 파가 입맛의 기름기를 걷어내줘,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더욱 살려준다.
△차림: 수제왕돈가스·수제생선가스·돈가스덮밥 7000원, 수제치즈돈가스 8000원,파왕돈가스·매운왕돈가스 9000원, 볼탕수육 1만5000원
△주소: 광주 남구 백운1동 618-9번지(흰구름어린이집 옆)
△전화: 062-672-2849